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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신경

기사승인 2021.11.16  16: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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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수일 목사와 함께 하는 주제로 읽는 성경 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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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도신경’이라고 말하는 신앙고백문은 2세기 서방 교회에서 세례를 받는 그리스도인의 신앙고백이었습니다. 그 후 4세기에 “사도신경”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는데, 신경의 권위를 뒷받침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일 뿐, 사도신경이 예수님의 제자들인 사도들에 의해서 고백되고, 작성된 것은 아닙니다. 현재 형태의 사도신경이 만들어진 것은 5세기경이었고, 10세기부터는 완결된 형태로 신성 로마 황제였던 오토 대제(Otto 1 der Grosse, 912-973)에 의해 ‘니케아(325년)-콘스탄티노플(381년) 신경’과 함께 서방교회에서 공식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동방교회는 사도신경을 존중하기는 했지만, 일반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로마 가톨릭교회에서는 전례에 포함시켜 각종 예식이나 미사 때마다 사도신경을 통해 신앙을 고백합니다. 성공회에서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신앙을 되새기는 세례 계약을 다짐할 때와 만도 즉, 저녁 기도를 할 때 사도신경으로 믿음을 고백합니다. 개신교에서는 대부분 예배 시작할 때, 사도신경을 고백하는데, 사도신경은 세례와 기도 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2 >

“사도신경”은 오랫동안 “사도신조”로도 불리면서 다양하게 번역되었으나, 지난 2004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한교협)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주님의 기도”와 “사도신경”을 새롭게 번역하고 함께 사용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번역 과정에는 예장통합, 예장합동, 기장, 기감, 성공회 등 27개 교단과 한교협, 한기총, 대한성서공회 등에서 62명이 참여했습니다.

번역위원들은 “주님의 기도”를 예배 시 사용을 고려해 마태복음 본문을 채택했으며, 연합성서공회(UBS)가 출판한 헬라어 성경(3판)의 난하주에 있는 송영도 본문으로 간주했습니다. “사도신경”의 경우 750년에 서방교회에서 공인된 원문을 기본으로 하고 원문에 충실하되 항목별 개별성을 존중, 신학적 검증을 함께 거쳤다고 합니다. 또한 수동태보다 능동태를 고려하고 오늘날 사용하는 언어 표현을 따르는 원칙으로 번역했다고 합니다.

새로 번역된 “사도신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 천지의 창조주를 믿습니다.
나는 그의 유일하신 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습니다.
그는 성령으로 잉태되어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나시고,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아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장사된 지 사흘만에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셨으며,
하늘에 오르시어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다가, 거기로부터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십니다.
나는 성령을 믿으며, 거룩한 공교회와 성도의 교제와 죄를 용서 받는 것과 몸의 부활과 영생을 믿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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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령의 영감을 받아 사도들이 신조를 작성했다고 묘사하는 13세기경의 삽화 ⓒWikipedia

사도신경을 고백하는 것은 한국의 개신교인들에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몇 가지 오해될 수 있는 부분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3-1. 첫째는 이른바 ‘음부 강하’ 문제입니다. 우리 말 사도신경에는 들어있지 않지만, 사도행전 라틴어 최종본에는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아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다음에 “지옥으로 내려가시고”(라틴어: descendit ad inferos, 영어: He descended into hell)라는 말이 제9행에 들어 있습니다.

한국 가톨릭은 이 문장을 “저승에 가시어”로, 성공회는 “죽음의 세계에 내려가시어”로 번역하여 첨부했는데, 개신교는 이 문장을 아예 삭제했습니다. 그러나 교회일치를 위한 영어 예전문서에는 “죽은 자들에게 내려가시어”(he descended to the dead)가 들어가 있습니다.

로마 가톨릭교회가 이 문구를 사도신경에 넣은 것은 베드로전서 3장 18절부터 22절의 말씀에 근거한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죄를 사하시려고 단 한 번 죽으셨습니다. 곧 의인이 불의한 사람을 위하여 죽으신 것입니다. 그것은 그가 육으로는 죽임을 당하시고 영으로는 살리심을 받으셔서 여러분을 하나님 앞으로 인도하시려는 것입니다. 그는 영으로, 옥에 있는 영들에게도 가셔서 선포하셨습니다.”(벧전 3,18-19).

가톨릭 신학자들 사이에서도 이 구절에 대한 논쟁이 있습니다. 가톨릭 신학자로서 에큐메니칼한 ‘한스 큉’(Hans Kueng, 1928-2021)은 베드로전서의 이 구절이 말하는 옥은 지옥이나 저승이 아니라, “갇혀있는 영혼들에게도 가셔서 기쁜 소식을 전하셨다.”는 의미로 해석합니다.

그러나 베드로전서 4장 6절에서는 “죽은 사람들에게도 복음이 전해졌다.”고 함으로써, 음부에 내려가셨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습니다.

어쨌든 음부강하 이야기가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경에는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사도신경의 음부강하 이야기는 7-8세기경에 부활의 표상인 ‘죽음의 나라’를 묘사한 비잔틴 성화에서 영향을 받아, “그는 음부에 내려가셨다.”는 내용이 첨가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표현이 들어 있는 사도신경을 따르면, 예수님은 무덤에 장사되어 계셨던 삼일 동안 지옥에 내려가 죽은 영혼들을 구원하셨다는 것이 됩니다.

불교에도 이와 비슷한 신앙이 있는데, 이른바 ‘지장신앙’입니다. 미타신앙, 관음신앙과 함께 불교의 3대 신앙 중 하나를 구성하는 지상신앙의 중심에는 지장보살이 있습니다. 그는 죽은 후 죄의 과보로 나쁜 세상에 떨어져 고통 받는 이들을 구원하고 천도하는 능력을 가진 보살입니다. 그는 죄고에 빠진 이들 가운데 구원받지 못한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을 때까지 지옥에 머물러 성불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인물입니다.

어쨌든 예수님이 십자가 죽음을 죽으신 후, 죽은 자들이 머무는 음부에까지 내려가셔서, 복음을 전하셨다는 것은 비록 육신으로는 모든 사람이 심판받는 대로 심판을 받으나, 영으로는 하나님을 따라 살게 하려는 것이라고 베드로전서 저자는 고백한 것입니다(벧전 4,6).

3-2. 두 번째 문제는 ‘거룩한 공교회’라는 교회론입니다. “The Holy Catholic Church”를 믿는다는 것이지요. 어떤 사람들은 여기서 말하는 ‘가톨릭교회’는 서방의 로마 가톨릭 교회를 의미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가톨릭’이라는 단어의 본래 뜻이 ‘보편적인’이기 때문에, 지금의 로마 가톨릭교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교회의 보편성을 믿는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거룩한 공교회”라는 말이 부가된 것은 650년경인데, 원래 ‘로마교회 구신조’에는 단순하게 “거룩한 교회를 믿사오며”라고 되어 있었는데, 후에 “거룩한 가톨릭교회를 믿사오며”라는 말이 추가된 것입니다. 이 말이 로마 가톨릭교회를 믿는다는 좁은 의미로 오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톨릭이라는 단어를 ‘공교회’로 번역함으로써, 한국 개신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의 보편성과 공공성을 강조하려고 한 것 같습니다.

3-3. 세 번째 문제는 ‘성도의 교제’입니다. 사람들은 이 말을 그리스도인들 사이의 친교로 이해하는데, 사실 성도는 ‘성인’(saints)을 의미합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죽은 지 오랜 세월이 경과한 뒤 특별 심의를 거쳐 서품되는 특별한 사람’에게 가톨릭교회가 주는 칭호(성인)이지요. 가톨릭교회에서는 그런 성인들에게 하는 기도문이 있고, 그 기도를 통하여 죽은 자와도 교통할 수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다시 말해 성도의 교제는 죽은 성인들과의 사귐, 가톨릭교회는 ‘통공’이라고 표현하는, 교제이지요.

< 4 >

사도신경은 비록 서방교회 전통에서 형성된 것이고 동방교회는 크게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있지만, 세례를 받은 그리스도인의 신앙고백문으로서 가지는 의미는 크다고 하겠습니다. 사도신경은 아버지 하나님과 성령에 대한 아주 짧은 고백만 있을 뿐, 주로 예수 그리스도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만, 삼위일체적 형식을 갖춘 신앙고백문으로서 오랜 세월동안 그리스도교 신앙고백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 신경이 고백되는 곳, 어디에서나, 창조주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사역, 성령의 역사가 함께 선포되고, 기억될 것입니다.

채수일 목사(경동교회) sooilcha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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