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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하지 못한다

기사승인 2021.04.13  15:4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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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수일 목사와 함께 하는 주제로 읽는 성경 ⑿

십계명 가운데 제8계명인 ‘도둑질하지 못한다.’는 계명은 ‘너희 이웃의 집을 탐내지 못한다. 너희 이웃의 아내나 남종이나 여종이나 소나 나귀나 할 것 없이, 너희 이웃의 소유는 어떤 것도 탐내지 못한다.’는 제10계명과 중복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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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제8계명이 뜻하는 ‘도둑질’은 다른 사람의 소유물을 훔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훔치는 도둑질’, 다시 말해 자유인을 유괴하는 행위를 의미한다는 것이 구약성서학자인 알브레히트 알트와 하이델베르크 대학 윤리학자인 볼프강 후버의 주장입니다. 알트는 제8계명에서 사용된 히브리어 동사 ‘가나브’가 출애굽기에 있는 규정, 곧 ‘사람을 유괴한 사람은 반드시 사형에 처해야 한다.’(출 21,16)는 규정에서 사용된 단어와 같다는데 주목한 것이지요. 사람을 납치하여 노예로 파는 것은 큰 돈벌이가 되었기 때문에, 당시 유괴 사건은 빈번하게 일어났다고 합니다.

볼프강 후버 교수도 고대 유대 랍비들의 문헌들을 검토한 결과, 제8계명이 금하는 ‘도둑질’은 사람을 유괴하여 노예로 만드는 행위, 다시 말해 인간의 자유를 박탈하지 못한다는 금지명령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알트와 후버의 입장에 반대하여, 프랑크 크뤼제만은 제8계명이 금하는 도둑질은 인간유괴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모든 형태의 절도행위를 의미한다고 폭넓게 해석합니다.

중세 스콜라 신학자였던 토마스 아퀴나스도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은 우리 이웃에게 직접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간음하지 말라는 계명은 배우자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 도둑질하지 말라는 계명은 우리 이웃의 물건에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 계명은 세상의 어떤 재물이든 부정한 방법으로 탈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함으로써 도둑질을 광범위하게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토마스 아퀴나스는 절도죄를 살인 같은 중죄로 여겼습니다. 특히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을 살인죄로 생각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궁핍한 자들의 떡은 그들의 생명이다. 따라서 그들을 등쳐먹는 자는 살인자이다. 남의 피를 흘리는 자와 자기가 부리는 하인들을 등쳐먹는 자는 형제간이다.’(교리문답 교훈집, 106쪽). 16세기 교회개혁자였던 칼뱅도 부자들이 가난한 자들을 착취하는 행위는 단순한 도둑질이 아니라 살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대상이 인간의 생명 혹은 자유이건, 아니면 다른 사람의 소유물이건 그것을 침해하는 것은 아무튼 일종의 도둑질이지요. 그러나 제10계명과 중복되는 것을 피해서 제8계명의 뜻을 해석한다면, 우리는 도둑질에 다른 사람의 자유의 침해, 더 확대한다면 자연의 약탈까지 포함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래된 노예제도, 가부장주의, 인종주의, 노동착취, 성차별에서부터 탐욕, 생태계 파괴, 기후위기 등 모든 것이 ‘도둑질하지 못한다.’는 계명과 관계된다고 하겠습니다.

▲ 구약성서는 인간의 생명을 물질로 한원해 사고 파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Getty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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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도둑질하지 못한다.’는 계명은 인간이 다른 인간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겨 처분 가능한 대상으로 만드는 모든 형태의 의식, 타자의 권리 침해를 정당화하는 제도, 자연의 파괴와 약탈을 개발과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도전입니다. 우리 시대의 언어로 표현한다면, 성폭력, 아동학대, 모든 형태의 차별과 혐오(여성, 외국인노동자, 무슬림, 성소수자, 난민 등에 대한), 동물학대, 유전자조작, 열대우림파괴, 대기 및 수자원 오염 등 모두 다 도둑질인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사실 우리는 크고 작은 차이가 있고, 직접적이고 간접적인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 도둑질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 모두 ‘자연인’이 될 수도 없고,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 채집이나 농경 시대로 돌아갈 수도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도둑질하지 못한다.’는 계명은 어떻게 해야 지킬 수 있을까요?

미국 신학자 스탠리 하우어워스와 윌리엄 윌리몬은 ‘재물을 소유하되, 그것에 마음을 빼앗기기 않는 것’, 절제와 정의 추구를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절제는 세상 재물에 지나치게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것이고, 정의는 이웃의 재물을 빼앗으려는 욕망을 억제하고 그들의 몫을 돌려주고자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가진 것에 자족하는 삶, 이웃의 권리를 지키는 행동, 자연과의 공생관계 유지가 ‘도둑질하지 못한다.’는 계명을 우리 시대에 지키는 삶입니다.

채수일 목사(경동교회) sooilchai@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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