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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어떻게 우리 손에 들어왔는가?

기사승인 2021.09.28  14: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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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수일 목사와 함께 하는 주제로 읽는 성경 ㉝

< 1 >

지금 제가 들고 있는 성경은 대한성서공회가 2004년에 펴낸 ‘새번역 성경’입니다. ‘새번역 성경’은 2001년에 출간된 ‘성경전서표준새번역 개정판’을 간단하게 이름만 변경한 것인데, ‘성경전서표준새변역’은 1993년에 오랫동안 사용되어온 ‘개역개정판’을 전면적으로 새롭게 번역한 성경입니다.

이렇게 성경의 한국어 번역 역사를 소급하여 올라가면, 일본에서 이수정(1842-1886)이 1884년에 기존의 한문 성경에 한글로 토를 단 ‘현토한한신약전서’(아펜젤러와 언더우드는 일본에서 이수정에게서 한글을 배웠고, 한국어 최초 번역성경인 ‘신약전서마가복음언해’를 한국에 올 때 가져왔습니다), 만주에서 스코트랜드 장로교 선교사인 존 로스(1842-1915)가 서상륜, 백홍준 등과 함께 1887년에 번역한 ‘신약전서’(예수성교전서)에 이르게 되는데, 이것이 최초의 한국어성경이라고 하겠습니다. 구약성경이 1911년에 완전히 번역됨으로써, 최초로 신구약성경이 합본된 성경전서가 출판되었습니다.

이수정과 존 로스의 번역작업은 한문 성경에서 우리말로 옮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것처럼, 성경번역작업은 한글번역을 영어성경, 그리스어 성경과 대조하면서 수정작업을 거치면서 조금씩 완성되는 긴 과정을 겪었습니다. 그러다가 한국인 성경학자들이 히브리어와 그리스어에서 직접 한국어로 번역하여 출간한 것은 1977년에 한국의 개신교와 천주교가 함께 작업한 ‘공동번역성서’였습니다. 이것은 한국성경번역의 역사에서만이 아니라, 교회일치운동을 위한 획기적인 사건이었지만, 대다수 개신교가 사용하지 않아 결국 천주교도 독자적인 번역을 다시 시작하여 출간했고, 현재는 한국성공회와 한국정교회만이 공동번역성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어 성경이 오늘 우리의 손에 들어오기까지 거친 번역의 역사를 잠시 살펴봤습니다만, 성경이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되는 과정은 훨씬 더 복잡했습니다.

‘번역은 반역이다.’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번역을 잘 한다고 해도 오역은 있을 수 있고, 성경이 형성되고 전승된 역사적 배경과 문화, 종교적 배경도 다르기 때문에, 성경을 올바르게 이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올바르게 번역된 성경을 읽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러므로 성경이 본래 기록된 최초의 언어인 히브리어와 헬라어를 읽을 수 있어야 하고, 다양한 번역본을 비교하면서 성경을 읽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하겠습니다.

< 2 >

구약성경은 히브리어로 기록되어 있는데, 히브리어는 고대 팔레스타인 지역에 살고 있던 히브리인들이 사용한 언어입니다. ‘히브리’인은 기원전 3,000년 경 갈대아 지방의 우르(현재의 텔 무가이어, 이라크 지역)에서 가나안(현재의 팔레스타인 및 이스라엘 지역) 지역으로 유프라테스 강을 건너 이주한 아브라함과 그 후손들을 일컫는 ‘헤브루인’에서 유래했습니다. 이들이 사용한 히브리어는 본래 모음이 없고 자음만으로 글을 썼는데(오른 쪽에서 왼쪽으로), 7세기에 ‘마소라 학자’들이 히브리어에 모음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문자의 역사는 기원전 3천여 년 경 수메르 사람과 악카드 사람들이 살던 중동 지방의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에 있는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후 나타난 히브리어와 아람어, 악카드어는 모두 셈어(Semitic language)에 속합니다. 셈어는 크게는 두 갈래로 나누는 데 동부 셈어인 고대 악카드어는 앗수르어와 바벨론어로 발전하였고, 서부 셈어는 페니키아어(영어의 원조), 우가리트어(히브리어와 친족親族어), 히브리어, 아람어 등으로 발전하였습니다.

▲ 베드로전서 5:12 끝과 베드로후서 1:1&#8211;5가 양면으로 쓰여진 Papyrus Bodmer VIII ⓒWikipedia

그런데 구약 성경에서는 히브리어를 히브리어라 하지 않습니다. ‘가나안 방언’(사 19:18), ‘유다 방언’(왕하 8:26, 28; 느 13: 24)이라고 불렀습니다. 또한 신약 성경이 ‘히브리 말’이라고 하는 것은 구약 성경을 기록한 히브리어를 말하는 게 아니라 아람어를 가리킵니다(요 5:2, 19: 20; 행 21:40, 22:2, 26:14 등). 아람어는 예수님 당시 팔레스틴에서 사용하던 히브리어 방언으로, 신약성경 안에도 흔적이 남아 있는데요, 예수님이 쓰신 ‘달리다굼’(‘내가 네게 말하노니 소녀야 일어나라’, 막 5:41), ‘에바다’(‘열려라’, 막 7:34),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등이 그것입니다. 그 외에도 성경 여러 곳에 아람어가 사용되고 있습니다(창 31: 47; 스 4:8; 6:18, 7:12-26; 단 2:4-7, 28; 렘 10:11; 막 5:41, 14:36, 고전 16:22 등).

헬라어 혹은 그리스어는 네델란드 인문학자이자 신약성경 번역자인 에라스무스(1466-1536)를 기점으로(1453년) 고대 그리스어와 현대 그리스어로 나뉩니다. 고대 그리스어는 기원전 800년부터 기원전 300년까지 사용되었고, 기원전 300년부터 기원후 300년까지 헬레니즘 문명권에서 널리 사용된 그리스어는 ‘코이네 헬라어’라고 칭합니다. 신약성경에 사용된 그리스어는 ‘코이네 헬라어’입니다. 그리스어가 헬라어로 불리는 것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스스로를 ‘헬라스’인이라고 불렀기 때문입니다.

당시 그리스의 수많은 도시 국가들이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였는데 아틱(Attic), 이오닉, 애올릭, 도릭이라는 네 개의 주요 방언이 있었습니다. 이 중 아테네에서 쓰던 ‘아틱’ 방언이 ‘고전 헬라어’가 됩니다. 이 방언은 알렉산더 대왕의 정복 전쟁으로 중동 지역의 공식 언어로 발전하는데요, 이 고전 헬라어가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방언과 언어들(라틴어 포함)의 영향을 받아 다소 단순화된 문법으로 수정이 되는 데, 이것이 바로 ‘코이네’(Koine, ‘공통의’라는 뜻) 헬라어라 불리게 된 것입니다. 신약성경에 사용된 헬라어는 오늘날은 쓰이지 않는 바로 이 ‘코이네 헬라어’입니다. 당시 아람어는 지방에서 사용되는 방언이었고, 라틴은 로마 제국의 공식 언어였으며, 헬라어는 누구나 사용하는 통상 언어였던 것입니다.

주후 3세기까지는 헬라어 성경이나(70인역), 헬라어와 히브리어로 된 성경을 통용했는데, 로마 교황은 히에로니무스(347-420)(사진 7. 히에로니무스), 일반적으로 제롬(Jerome)이라고 불리는 학자에게 성경을 라틴으로 번역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주후 385년에서 405년 사이에 완성된 이 라틴 번역본을 ‘불가타’(vulgatus)라고도 하는데, 이는 일반 대중이 사용하는 통용어(‘불가타’라는 말이 ‘보통’, ‘일반’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를 채택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중세 말, 종교개혁 이전까지 성경은 사제와 지식인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종교개혁의 위대한 유산의 하나는 사제와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성경을 평민 언어로 번역했다는 것입니다.

독일의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1483-1546)는 1522년에 신약성경을, 1534년에 구약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했고, 최초의 완전한 영어번역은 존 위클리프(1320?-1384)(사진 8. 존 위클리프)가 했는데, 1380년에 신약성경을, 1382년에는 구약성경을 번역했습니다. 영어번역판 가운데 가장 이름높은 책은 ‘흠정역’ 성경입니다. 흔히 ‘킹 제임스 역’(King James Version, 1611)이라고 일컫습니다. 영국 왕 제임스 1세가 학자 47인에게 성경 원어에 토대를 둔 새번역을 위촉하여 만든 것입니다. 그 후 새로운 사본들이 발굴되거나, 부실한 번역이 발견되면, 성경은 다시 번역되는 끊임없는 번역의 과정을 거쳐왔습니다.

모두 39권의 책 형태로 구약성경이 최종적으로 결정된 것은 주후 90년 팔레스티나 얌니아 회의에서였습니다. 그리고 서신들과 복음서들이 27권의 한 권의 신약성경으로 편집되고 공인된 것은 주후 367년의 일입니다. 이후, 성경은 ‘정경’(canon)이 되었습니다. ‘정경’ 곧 ‘카논’은 ‘규범’, 또는 ‘기준’이라는 뜻을 가진 헬라어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성경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기준, 규범이라는 것이지요. 교회의 모든 전통과 교리, 신학의 기준이고, 신앙생활의 규범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성경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한 신앙인의, 아니 한 교회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결정적인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무조건 많이 읽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이해하고 정학하게 읽는 것이 더 중요한 이유도, 성경이 이렇게 우리 손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번역과정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채수일 목사(경동교회) sooilcha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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