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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죄란 무엇인가?

기사승인 2021.01.12  15: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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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수일 목사와 함께 하는 주제로 읽는 성경 ⑵

우리가 원죄(original sin)라고 말하는 것은 성경의 창세기에 나오는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가 지은 죄입니다. 그것은 에덴동산에 있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지 않은 죄였습니다. 아담과 이브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은 것은 ‘하나님처럼 된다.’는 뱀의 유혹 때문이었습니다(창 3,5).

북아프리카 타가스테(오늘날의 알제리) 출신의 성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 354-430)는 인간이 스스로를 신처럼 높이려는 마음을 ‘수페르비아’(superbia), 곧 ‘자만’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자만이 모든 죄의 시작이다’고 선언했습니다. 그 후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죄는 ‘신을 거역하는 것’, ‘신에게서 떠나는 것’, ‘신에게서 돌아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원죄는 존재론적인 죄이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범죄, 곧 폭행, 살인, 사기, 거짓말, 도적질, 간음과 같이 어떤 도덕이나 법률을 범한 도덕론적 죄 내지 법률상의 죄가 아닙니다. 이런 것들은 차라리 악행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존재론적으로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진 인간,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된 인간은 악행을 저지르고, 하나님과의 존재론적 관계가 유지되는 인간은 악행을 저지를 수 없는 법이지요.

어쨌든 원죄는 악행이나 도덕적 범죄라기보다는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된 상태, 곧 존재론적 죄를 의미한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파울 틸리히(Paul Tillich, 1886-1965)는 ‘죄는 죄들이라고 복수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만일 그렇다면 죄의 개념은 단지 도덕주의적인 것이 되고 말 것이다’는 말로 기독교적 죄의 존재론적 성격, 곧 하나님으로부터의 돌아섬을 강조했습니다.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은 최초의 인간은 그런데 놀랍게도 죽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는 날에는, 너는 반드시 죽는다’(창 2,17)는 하나님의 말씀은 인간의 육체적 생명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 사망에 대하여 ‘육체가 혼을 떠나면, 죽는 것처럼 혼이 신을 떠나면 죽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이 경고한 죽음은 육체의 사망이 아니라 혼의 사망이었던 것이지요.

▲ 에덴동산에서의 추방 ⓒGetty Image

그렇습니다. 육체의 죽음은 이미 창조질서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탄생하는 모든 생명은 필연적으로 죽게 되어 있고, 그것이 창조의 질서입니다. 그러나 혼의 죽음은 스스로 신이 되려고 했던 인간의 자만의 결과입니다. 그리고 혼이 죽으면 혼은 몸을 지배하는 힘을 잃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혼이 몸을 지배하지 못하면, 인간은 한없는 탐욕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이것이 원죄입니다. 인간의 실존이 끝없는 탐욕의 노예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이런 죄의 보편성과 숙명성을 아우구스티누스는 ‘원죄’라고 이름 붙인 것이지요.

하나님과의 관계를 스스로 단절한 최초의 인간이 본 것은 자신의 벗은 몸이었습니다. 아담과 이브는 ‘자기들이 벗은 몸인 것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으로 치마를 엮어서, 몸을 가렸다’고 합니다(창 3,7). 그리고 ‘벗은 몸인 것이 두려워서, 하나님의 낯을 피하여 동산 나무 사이에 숨었다’고 합니다(창 3,8-10). 하나님과의 약속을 파기하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숨은 최초의 인간에게 그러나 하나님은 ‘가죽옷을 만들어서 입혀주셨다’고 합니다(창 3,21).

여기에 창조주이신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이 확인됩니다. 창세기의 창조와 인간의 타락과 원죄 이야기에는, 원죄에 대한 원인론적 설화가 아니라, 죄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그 중심에 계십니다. 그러므로 하나님 앞에서는 용서받지 못할 죄, 용납되지 못할 죄인은 없습니다.

채수일 목사(경동교회) sooilchai@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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