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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하는 전도

기사승인 2021.05.01  15: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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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자가 이야기 10

▲ 4명의 자녀의 키를 생각해서 만든 십자가 ⓒ김경훈 작가

정 권사님은 평생을 서울 만리동 근처 시장에서 야채 가게를 하셨다. 내가 그 분을 만난 게 13살 중학교 2학년 때이니 벌써 시간이 반세기가 넘게 흘렀다. 같은 반 친구 어머니로 뵈었는데 지난 달 아흔네 살을 사시고 소천 하셨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 분의 평생 하셨던 전도 방식을 떠올리게 됐다.

처음 시장에서 장사를 할 때는 콩나물을 파셨다. 그 뒤 시금치며 알타리 같은 야채를 파셨다.  장사 하시는 모습을 멀리서 봤는데 콩나물을 종이 봉지에 담고 나서는 다른 봉지에 또 담으시며 인사를 하셨다. 나중에 가까이 가서 들으니 “이 봉지는 200원 어치구요, 이 봉지는 덤인데 예수 믿으시라고 더 드리는 거예요!” 하셨다. 그렇게 덤으로 주고 나니 커다란 시루가 금방 동이 나서 다시 집에 가셔서 다른 콩나물시루를 가져 오셔야만 했다. 그렇게 하루 세 개의 시루를 파시곤 저녁 어스름이 되어 집으로 가신다.  콩나물 팔아 얼마 남는다고 매일 한 시루는 덤으로 없어지는 거다.

손으로 하시는 전도를 50년 이상 하신 후 자식들에게 가게 2곳을 넘겨주시고는 혼자 사셨고 장로 둘, 권사 둘 네 자녀를 두셨지만 자식에게 신세 지는 것 싫다고 사시던 집을 교회에 바치시고는 양로원에서 딱 5년 사시고 돌아 가셨다.

예전에 덤으로 콩나물 받아 반찬으로 먹던 사람 중에 많은 목회자들이 사역지에서 열심히 또 전도를 하고 있고 군인도 있었다. 대령 계급장 달고 시장에 와서 “권사님! 콩나물 먹고 제가 이렇게 컸습니다!” 하고 경례를 했다는 이야기는 아직도 그 시장 사람들은 입으로 전해지는 전설이 됐다.

어떤 이는 재능 기부라고 여기저기서 많은 활동을 하지만 재능 전도라고는 못 들어봤다. 말이 재능으로 봉사한다지만 최소한의 경비는 받는다는데 그 돈이 적지 않다. 콩나물 한 시루 값에 몇 배는 되나 보다. 이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해외 선교비 사용 때문에 “밝혀라!”, “더 이상 할 말 없다!” 하고 대립된 상황을 전해 듣고 생각하기는 그냥 손으로 한 움큼 더 주면서 “예수 믿으세요!”라고 하는 편이 훨씬 아름다운지도 모른다.

머리로만 하는 전도는 약삭빠른 사람들에게는 널리 이용되는 방식일지는 몰라도 권할 만 하지는  못한 것 같다. 사도 바울의 전도 여행을 읽다 보면 머리로 약삭빠르게 하지 않고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몸으로 부딪히며 피부로 전달되는 복음의 귀함을 알게 된다.

몇 해 전 신대원 재학생으로부터 받은 설문지 분석표를 보니 유럽이나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 선교사로 나가기를 희망하는 사람은 많은데 우리나라 강원도와 전라도 시골 교회 사역을 원하는 사람은 적었다. 응답자 73명 중에 2명만 시골 교회로 가겠다고 했다. 해외 선교사는 선교비 지원이 풍족히 되며 자녀 교육비에 주거비용 등에 걱정이 없고 한걸음 더 나가서 외국어도 배울 기회가 된다고 해서 자기는 해외 선교사 파송을 원한다는데 글쎄...

소천 하신 정 권사님이 전도왕 되셨다고 들어 본적 없다. 하지만 아무도 주일 예배가던 사람이 없던 그 시장 상인 중에 이제는 절반이 예수를 믿고 권사님 전도 방식인 한 움큼 더 주면서 “예수 믿으세요!” 한다니 이게 진정한 전도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김경훈 작가

김경훈 작가(사진·십자가 목공예) kimkh530@gmail.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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