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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사상에도 구원자가 있나요?

기사승인 2024.10.18  05:4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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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신앙세계 백문백답(3)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경공업 공장 작업반. 벽면에 ‘어머니 조국을 위해 더 많은 땀을 흘리자!’는 구호가 보인다.

문: 주체사상에도 구원자가 있나요?

답: 주체사상은 ‘사람의 운명 구원’을 말하면서, ‘수령’을 ‘사람 운명의 구원자’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교는 예수님을 그리스도, 즉 구원자로 고백하는 메시아 신앙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체사상은 수령을 구원자, 메시아로 인정합니다.

주체사상에 따르면 수령은 사람, 인민대중의 운명을 구원합니다. 수령은 인민대중, 민중의 운명 구원에 있어서 절대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스도교에서 영혼의 구원이 그리스도를 통하여서만 가능하듯이, 주체사상에서 인민대중의 자기 구원은 수령을 통하여서만 가능합니다.

유물론에 입각한 주체사상은 종교가 말하는 관념론적 신의 존재를 부정합니다. 주체사상에서 역사의 주체는 인민대중이며, 구원 또한 하늘에서 신이 내려주시는 것이 아니라, 땅의 사람들이 피땀으로 자기 구원을 이루어 간다고 봅니다. 인민대중은 스스로 주인이 되고자 하는 투쟁을 통해서 자신의 생활처지를 개선하고 발전의 전도를 열어내며 자기 운명을 개척해나갑니다.

인민대중의 운명을 구원하는 구원자, 메시아가 바로 인민대중 자신이라는 점에서 주체사상이 말하는 구원은 인민대중의 주체적인 자력구원입니다. 주체사상에서 수령이 인민대중의 구원자라는 견해와 인민대중의 주체적인 자력구원은 모순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수령과 인민대중이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교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하나라고 고백하듯이, 주체사상에서는 수령과 인민대중이 하나라고 합니다. 그리스도교에서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을 ‘삼위일체’라고 부르듯이, 주체사상에서는 수령과 당과 인민대중을 ‘삼위일체’라고 부릅니다. 주체사상에서는 ‘삼위일체’를 ‘혼연일치’라고도 부르며, ‘삼위일체’를 유지하기 위한 의지적인 노력을 ‘일심단결’이라고도 표현합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가 시스템에서 가장 압도적이며 절대적인 구심력으로 작동하는 신앙의 정수가 바로 이 ‘삼위일체’의 영역에서 구현됩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우리는 핵폭탄보다 더 위력한 것을 가지고 있다’고 공언할 때, 이 ‘더 위력한 것’은 ‘일심단결’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일심단결’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존재방식입니다.

인민대중이 수령을 자기 운명의 구원자로 믿고 따르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신앙세계는 세속화된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에 젖어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해하기에는 매우 난해합니다. 따라서 신학과 종교학을 비롯한 인문학적 상상력이 필수적으로 요청됩니다. 신학으로 자기 신앙을 성찰하고, 종교학으로 남의 신앙을 미루어 짐작하는 ‘구조화된 감정이입’이 절실합니다. 사람의 무늬를 더듬어나가는 것이 인문학의 본령입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신앙세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또 하나의 장벽은 사회제도의 차이입니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국가이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사회주의 국가입니다. 자본주의는 흙수저와 금수저의 계급 차이가 명확하고 이를 당연시 여기는데 반해, 사회주의는 계급의 철폐를 지향합니다.

대한민국의 민중들은 정치지도자와 자신들을 동일시하기가 어렵습니다.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으로 나뉘어있기 때문입니다. 직장 갑질처럼 우리 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갑질을 일삼는 갑질 무리들이 누구인지 어렵지 않게 식별할 수 있습니다. 사회의 소수인 갑질 무리들이 사회의 대다수인 을, 병, 정들 위로 군림하여 통치하는 것이 대한민국 정치의 본질입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인민대중은 수령을 비롯한 정치지도자들을 자신들과 하나라고 여깁니다. 나에게 갑질하는 계급이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갑질 그 자체를 영원히 근절시키기 위해 싸우는 ‘내 편’으로 여깁니다. 전체 사회가 세계적인 판도에서의 갑질 대마왕인 ‘미 제국주의’와 맞서고 있는 사회주의 조선에서 수령과 인민대중은 이해와 요구가 일치합니다.

‘수령과 인민대중의 이해와 요구의 일치’, 여기에 일심단결과 혼연일치의 담보가 있습니다. 주체사상에서 말하는 ‘요구’는 사람 운명의 구원을 위해 필요로 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해’는 ‘요구’를 실현하는 데서 ‘이익’이 되거나, ‘해’가 되는 것을 말합니다. 수령과 인민대중의 이해와 요구가 일치한다는 것은 수령과 인민대중이 하나가 되어 민중의 자기 구원을 이루어가는 공동의 요구를 가지고 있으며, 이해관계가 정확히 일치해서 한 몸처럼 움직여간다는 것을 말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정치인들은 인민대중의 이익을 항상 배반합니다. 심하면 국민들, 민중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기도 합니다. 자기 이익을 위해 광주에서 총칼을 휘두른 이들이 지금도 평양 상공으로 무인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국민들, 민중들의 생명과 안전을 사지판에 몰아넣더라도 제 무리의 이익만 보장하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제 무리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제 국민들을 죽이는 현상이 지금 지구촌 곳곳에서 만연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들 사악한 갑질 무리들과 대다수의 민중들을 묶어서 하나의 ‘국가’라고 부르는 것도 괴이한 일입니다. 최근 미국의 정가에서 유행하는 ‘딥 스테이트’, ‘딥스’라는 표현은 갑질 무리들이 충성하는 숨겨진 국가가 따로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전시작전권이 없는 대한민국에서 평양 상공에 무인기를 보내는 허가는 미국만이 내어줄 수 있습니다. 광주에 공수부대를 보내고 부산항에 미 항공모함을 입항시키는 허가도 마찬가지였듯이 말입니다. 평양 무인기 사태와 관련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문들 중 미국에 강력하게 경고한 대목이 있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제 국민들도 사지판에 몰아넣는 무리들에게 남의 나라 국민들의 목숨이야 안중에도 있을 리 없습니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정치지도자들이 대한민국 국민들의 안녕과 이익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미국의 안녕과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로지 미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다보면 오로지 미국의 정책만을 추종하게 됩니다. 맹종맹동입니다.

평양으로 간 무인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것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전체 인민대중들의 신앙세계에서 돌이킬 수 없는 분노, ‘거룩한 분노’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입니다. 종교인들은 자신들이 신봉하는 대상, 즉 신에 대한 모독에서 최상의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신성모독은 성화나 성상에 대한 훼손, 성지에 대한 침탈 등으로도 나타나게 됩니다.

평양 상공의 무인기가 뿌린 ‘삐라’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전체 인민대중들의 운명의 구원자인 ‘수령’ 김정은 총비서의 사진과 그를 모독하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습니다. 무인기의 항적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도인 평양, 그 중에서도 ‘수령’인 김정은 총비서를 수반으로 하는 조선로동당중앙위원회가 소재한 조선로동당 청사 상공을 지나간 것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이는 수령을 운명의 구원자로 믿고 따르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체 공민들에게 최대의 신성모독을 감행한 것으로 됩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지도자들은 대한민국의 전체 국민들을 전쟁 접경에 몰아넣어 생명과 안전을 위태롭게 만든 특대형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전쟁개시권을 대통령에게 허락하고 있지 않습니다. 국가자위권 발동의 범위를 벗어난 이번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고 대통령 이하 책임자들에 대한 탄핵을 진행해야 합니다.

정대일 박사(그리스도교-주체사상대화연구소 연구실장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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