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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누구를 위한 날이었나”

기사승인 2024.10.10  02: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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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폭정종식 그리스도인 모임 시국논평 3

▲ 건군 제76주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이 열린 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K-2 전차가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이전의 국방부 ‘부대관리훈령’은 ‘국군의 날’과 관련해 “대규모 행사는 대통령 취임 첫해에 실시하고, 소규모 행사는 대규모 행사를 제외한 매년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었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권위주의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매년 열렸지만, 지난 20년간 이러한 훈령 덕분에 2003년 노무현 정부, 2008년 이명박 정부,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는 시가행진을 포함한 대규모 행사가 각각 한 번씩만 개최되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그마저 실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2023년 대규모 행사에 이어 올해도 시가행진을 포함한 대규모 행사가 개최되었다. 이는 2024년 3월 초 국방부가 개정한 훈령, “‘국군의 날’ 대규모 행사는 대통령 취임 첫해에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안보 상황과 국군의 사기 등을 고려해서 국방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언제든지)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2024년 ‘국군의 날’ 기념식과 시가행진에는 5,300여 명의 병력과 340여 대의 장비가 동원되었다. 이 중에는 3주 이상 수업을 전면 중단한 채로 행사에 투입된 천 명 가까운 사관생도들도 있었다. 이들은 15주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해 내년 개강을 지연해야 할 것이라고 한다. 국군의 날 행사를 위해 작년에는 약 102억원의 예산이 집행되었고, 올해는 120억원 규모의 예산에서 삭감된 약 80억 원 정도가 집행되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소규모로 진행될 경우 12억원 정도면 충분했을 행사를 대규모로 치르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집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특히 올해는 국군의 날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어 민간인들은 쉬었지만, 정작 군인들은 행사에 동원되어 긴장 속에 일해야 했다. 본말이 전도된 것이 아니었나. 현재 적지 않은 소규모 상공인들이 폐업했거나 그 직전 상태에 있고, 서민들은 물가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도심의 교통체증을 유발하면서까지 혈세 80억 원을 쏟아부은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은 기념식에서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력한 전투역량과 확고한 대비 태세를 바탕으로 즉각 응징할 것”과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하면, 우리 군과 한미동맹의 결연하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을 강조했다. 더 나아가,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 종말의 날’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9.19 군사합의서가 폐기되어 긴급한 군사위기 발생 시에 그 진상을 확인할 수 없고, 모든 대화가 차단된 상황에서, ‘즉각 응징’, ‘압도적인 대응’, ‘정권 종말의 날’ 등 자극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 어떤 이득이 있을까. 핵무기가 사용되는 상황이면 상호 공멸로 이어질 것이 분명한데, 대화를 통해 이를 피할 생각은 하지 않고, 전시 군사작전권도 없는 우리 군이 과연 응징할 수는 있는 것일까.

또한 대통령은 “적의 선의에 기댄 가짜 평화는 신기루이며, 적이 넘볼 수 없도록 힘을 키우는 것이 평화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역사는 힘의 충돌로써 평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화적인 방법으로만이 진정한 평화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신형 군사 장비를 선보이고 대규모 군사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대개 독재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 전쟁 분위기 연출을 통해 국민의 관심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 온 것이다. 군산복합체의 첨단 무기를 세계 각국에 수출해서 달러를 벌어들이는 최대 무기 수출국 미국(세계 시장의 42%)도, 2위인 프랑스(11%)도, 5위인 독일(5.6%)도,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대규모 무력시위를 개최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다.

반면, 공산주의 국가인 러시아(3위 무기수출국, 11%)와 중국(4위, 5.8%), 3대 세습 독재국가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같은 국가들은 대규모 군사 행사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연이어 대규모 군사 행사를 개최한 것은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다. 북한을 비난하면서 북한과 같이 행동하고, 국군의 사기를 높인다면서 오히려 사기를 꺾고, 민생을 챙긴다면서 혈세를 낭비하고, 평화를 위한다면서 전쟁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은 국민을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정종훈 목사(연세대 교수) ecumenical2023-gmail.com@send.stibee.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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