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에서 도착한 당신과 우리의 이야기 2
▲ 사회의 불안전성은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어 스트레스가 된다. ⓒGetty Images |
요즘에 나는 중학교 1학년 반에 가서 프로그램을 한다. 주제가 ”마음을 만나다“이다. 청소년기에 또래들과 마음을 만나면서 친밀감의 경험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좋은 경험이 된다. 개인주의가 성숙하지 못하고 자기중심적인 나르시즘에 빠지는 사회현상이 확장되고 있는 때에 필요한 프로그램이다. 청소년들에게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 나의 과제이다.
상담 선생님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시연을 했다. 6회기 동안 하는 프로그램이다. 회기마다 연결성을 갖도록 했다. 작년에도 지금과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학교 측에서 반응이 좋았었다. 올해에는 어떤 반응이 나올지 염려가 되기도 했다. 학생들의 호응과 참여는 좋았다. 수업하지 않으니까 다들 좋아하지만 회기가 진행되면서 함께 마음이 만나는 경험을 체득한다.
1회기에는 별칭 짓기와 나태주의 시 ”네가 꽃이다”를 암송한다.
오늘의 꽃 –나태주
웃어도 예쁘고
웃지 않아도 예쁘고
눈을 감아도 예쁘다
오늘은 네가(별칭000) 꽃이다.
반 또래들과 만나서 시를 암송해 주고 스티커를 주고받는 활동이다. 별칭을 부르면서 장난치는 아이들도 있다. 서로가 얼굴을 보고 눈을 마주치면서 시를 암송해 주고 ‘네가 꽃이다’라는 선언은 듣기 좋은 말이면서 존재감을 갖게 해준다.
자기 별칭을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한 남학생이 “얘는 별칭이 게이에요”라고 소리 질렀다. 지적당한 친구는 게이라고 쓴 명찰을 들어 보이면서 “네가 지어주었잖아”라며 웃는다. 요즘 청소년들이 욕을 하는 것 중에 성적 혐오의 말로 한다.
상담실에 오는 초등학생도 친구랑 통화하면서 ‘야, 걔는 게이야’라고 혐오적인 말로 욕한다. 어느 나라이든지 욕설은 성적인 것과 연관된 어휘가 대부분이다. 개인과 집단에 대한 혐오심을 갖는 심리상태는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도록 한다고 믿는 왜곡된 신념을 갖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가부장적인 사회 체계가 급변하면서 양성평등의 체계로 건강하게 이루어지기보다는 역차별당한다는 피해의식이 강화되고 있다. 지금 한국 사회의 아이들은 이성에 대한 적대 감정이 높아지면서 동시에 성적인 욕망이 발화되는 이중성을 겪어가고 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높아가고 아이들은 욕을 하면서 감정을 해소한다.
나는 아이들이 욕을 하면 들어주고 웃어준다. 이제 우리들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이해하고 환대해 주어야 한다. 감옥 같은 교실에서 우리는 프로그램하면서 함께 장난치고 떠들고 활동한다. 서로의 욕구불만이 가득한 마음이 만나서 서로의 마음을 날려 버린다. 그래서 해방의 감정을 느끼는 시간으로 만들어간다.
김남철 목사(호산나교회) webmaster@ecumen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