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의한 사회 체계로 억압당하는 민중을 신학의 중심으로 세운 그의 업적은 영원할 것
▲ 해방신학의 주창자 중 한 분인 구스타보 구티에레스 신부의 업적은 고난 받는 현장이 있는한 계속될 것이다. ⓒGetty Images |
페루의 신부이자 신학자인 해방신학의 창시자 구스타보 구티에레스 메리노(Gustavo Gutiérrez Merino) 신부가 지난 10월 22일 향년 96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1928년 리마에서 태어난 구티에레스 신부는 31세에 사제 서품을 받고 가톨릭 사제로 일생을 바쳤다.
그는 라틴아메리카의 빈곤과 불의에 맞서 싸우는 민중들의 고통과 희망을 신학적으로 성찰하며 해방신학을 주창했다. 단순히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신학'이 아니라, 억압받는 사람들의 해방을 위한 신학을 추구했던 것이다. 그의 대표 저서 《해방신학》(1971)은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사회 참여를 촉구하고, 당시의 사회·경제적 질서에 대한 심오한 비판을 제시하며 해방신학의 기본적인 틀을 마련했다. 이는 라틴아메리카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사회 정의와 인권 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구티에레스 신부는 자신의 책에서 “성경에서 빈곤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결과적으로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추악한 상태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억압받는 사람들의 경험을 기독교 실천의 중심에 두었고, 그의 신학적 접근 방식은 가톨릭 교회 안팎에서 뜨거운 지지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초창기에는 교황청의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 시대에 이르러 재평가받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8년 구티에레스 신부의 생일을 맞아 그의 신학적 봉사에 감사하는 편지를 보내 교회와 인류에 대한 그의 공헌을 인정했으며, 개인적으로 만나 그의 업적을 칭송하기도 했다. 구티에레스 신부는 전 세계 대학 및 기관에서 30개 이상의 명예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온화하고 겸손한 성품으로 평생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했던 삶을 살았다. 그의 선종은 해방신학의 큰 별이 진 것이지만, 그의 사상은 앞으로도 사회 정의와 인간 해방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큰 영감을 줄 것이다.
홍인식 대표(에큐메니안) webmaster@ecumen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