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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총회, 개신교 ‘교단’ 처음으로 미얀마 민주화와 평화를 위한 기도회 열어

기사승인 2021.03.20  14: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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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얀마 군부에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절대로 해하지 말고 생명을 택하라” 촉구

▲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가 한국 개신교 교단으로는 처음 독자적으로 미얀마의 민주화와 평화를 위한 기도회를 개최했다. ⓒ권이민수
미얀마 시민들의 얼굴은 안전을 위해 필터처리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 편집자 주

3월 19일 금요일 광화문 외교부 정문 앞이 수많은 인파가 모여들었다. 쿠데타에 반발하며 민주화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을 향해 총기를 앞세운 폭력적인 진압으로 전 세계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고 대한민국 정부에 실효성 있는 후속 조치를 요구하기 위해 개신교 교단으로는 처음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 목회자들이 결연히 일어섰기 때문이다.

기장 총회 주최, 기장 총회 교회와사회위원회, 기장 총회 국제협력선교위원회 주관으로 오후 12시부터 열린 ‘미얀마 민주화와 군정종식을 위한 기도회’에는 목회자를 비롯한 취재진, 교인, 국내 거주 중인 미얀마 시민 등이 대거 참여했다. 기도회에 참석한 미얀마 시민은 미얀마 민주화 운동과 저항을 상징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기도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기도회 장소에 함께 하기 어려운 목회자와 교인들은 길 건너편에서 피켓팅으로 연대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기도회 사회는 기장 교회와사회위원장 최형묵 목사였다. 최 목사는 “군사독재 시절에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우리 한국교회를 위해서 해외의 많은 교회와 양심 세력들이 함께 기도해주고 연대해줬던 것을 기억”한다고 했다. 이제 한국교회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미얀마를 위해 기도하고 연대할 차례라는 것이다.

기도회의 시작은 기장 총무 김창주 목사의 인사로 시작됐다. 김 총무는 “미얀마는 우리와 같은 아시아에서 서구 제국주의의 침량의 아픈 역사를 가진 나라”라며 “특별히 우리가 경험한 아픔을 오늘 겪고 있기에 우리는 하나님께 기도드린다”고 기도회의 취지를 밝혔다.

서울노회장 인영남 목사는 여는 기도를 맡았다. 인 목사는 희생자들과 유족들에게 하나님께서 긍휼과 자비로 위로하여 주시길 간절히 기도했다. 특히 그는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흘린 눈물과 땀과 희생이 미얀마 국민들에게 롤모델이 되고 있다.”며 “이제 우리가 미얀마 국민들을 위해 눈과 귀가 되고, 손과 발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우리가 안식처가 되고 피난처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라고 기도했다. 

이날 기도회의 설교는 기장 총회장인 이건희 목사였다. 그는 신명기 30장 19~29절을 본문으로 “생명을 택하여라!”라는 제목의 말씀을 좌중에게 전했다. 이 목사는 특별히 설교에서 “군부에 의해 강제적으로 붙여진 ‘미얀마’라는 국호” 대신 ‘버마’라는 국호를 사용했다. 그는 “너와 네 자손이 살기 위하여 생명을 택하라”는 모세의 다그침을 강조했다. 이 목사는 “생명을 택하라는 말은 생명에 집중하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그에 따르면 생명에 집중하는 일이란 “숨 쉬고 먹고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다른 이와 관계를 맺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 목사는 “세상에서 원하는 모든 것을 성취했더라도 하나님이 창조한 지구에서 존재하는 기쁨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행복한 인생이었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덧붙여 그는 “버마 국민 여러분 지금 너무 힘든 상황인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생명을 택하라”는 간절한 바람을 미얀마 시민들에게 전했다. 또 미얀마 군부의 총 사령관 민 아웅 흘라잉을 향해서도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절대로 해하지 말고 생명을 택하라”라며 경고했다.

▲ 기장 총회가 주최한 미얀마 민주화와 평화를 위한 기도회에 참석한 미얀마 출신 목회자들 ⓒ권이민수

기도회에는 국내 신학교에서 공부 중인 미얀마 목회자들의 고발과 증언 시간도 있었다. 한신대 신학대학원 SEST 과정 중인 탕 시안 킵 목사와 연세대 GTI 박사학위 과정 중인 미얀마장로교회 소속 쿠마 목사였다. 통역은 윤병희 기장 사회선교사가 맡았다.

탕 시안 킵 목사는 미얀마에 일어난 군부 쿠데타와 이후 시민들의 민주화 운동의 과정을 좌중에게 전했다. 특히 그는 “그들(군부)은 밤낮으로 사람들을 사냥하고 잡아 죽였다”며 군부의 악행을 세세히 고발했다. 그러나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탕 시안 킵 목사는 “우리는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쉬지 않고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회복할 노력을 할 것이다”라며 민주화를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 또한 “기독교인으로서 성경의 가르침을 따라 사랑, 정의, 평화, 자유의 증진을 위해 굳게 서있겠다. 하나님은 항상 억압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있다는 것을 믿는다. 인권에 반하는 모든 억압 통치 체재를 반대한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쿠마 목사 또한 미얀마의 상황을 세세히 전해줬다. 특히 군사정권의 독재가 지속됐던 역사를 들려줬다. 그에 따르면 “미얀마는 세계에서 가장 긴 군사 정권의 억압을 경험한 나라”다. 그바람에 미얀마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하고 스스로 고립시키게 됐다. 물론 이에 대한 저항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그 때마다 독재세력은 민간인을 학살했다. 군부에 의한 민간인 학살 및 인권유린의 아픈 미안마 역사를 이야기하는 쿠마 목사의 눈에는 슬픔과 분노가 서렸다. 지난 2015년 이후 끊어졌다고 여긴 군부 독재가 미얀마에 다시 시작될 위기이기 때문이다. 그는 “미얀마에는 불법 군부에 대한 세계의 강력한 메시지와 국제 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국제 사회에 미얀마를 향한 관심과 연대의 손길을 구했다.

▲ 미얀마 출신 시민들도 기도회 참석해 미얀마의 민주화와 평화를 촉구했다. ⓒ권이민수

기장 소속 목회자들의 기도회 소식에 연대하고자 달려온 이도 있었다. 바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였다. 그는 연대발언을 맡아 마이크를 잡았다. 이 목사는 “우리는 사순절 기간에 그 고난의 현장(미얀마)에서 수난 당하시는 하나님,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현존을 만나고 있다”고 고백했다. 또 “한국사회의 민주화가 수많은 세계 교회와 인권단체와 민주인사들의 연대와 함께 이루어져 온 것처럼 이제 미얀마의 민주화는 우리의 기도와 연대를 간절히 필요로 하고 있다”는 말도 남겼다. 그는 “광주의 마음과 양곤의 마음이 만났다”며 “기도를 통해 미얀마 국민의 마음과 연대할 수 있다.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위해 드린 기도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 사순절 동안 매일 정오에 미얀마를 위한 1분 기도를 드리자”고 한국 교회에 기도를 통한 연대를 요청했다.

기도회의 말미에는 성명서 낭독이 있었다. 기장 남신도회전국연합회 사회정의위원장 김한근 장로와 기장 여신도회전국연합회 사회위원장 이시정 권사가 낭독을 위해 앞에 섰다.

기도회는 총회장 이건희 목사의 축도로 마무리 됐다. 목회자들은 저마다 손을 들고 미얀마의 민주화를 향한 간절한 마음을 담아 축복의 기도를 올렸다.

오늘 미얀마 민주화와 군정종식을 위한 기도회는 한국 기독교의 유력 교단 중 하나인 기장이 직접 주도한 기도회라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기장이 먼저 나섰으니 이제는 다른 교단들의 차례다. 예수의 고난을 기억하는 사순절, 고난 받는 미얀마의 이웃들의 고통스런 외침 앞에 나머지 교단들은 어떤 답변을 줄 수 있을까?

▲ 코로나 방역 수칙으로 인해 기도회 장소에 함께 하지 못한 미얀마의 민주화와 평화를 염원하는 목회자들과 교우들이 기도회가 진행되는 동안 피켓팅을 진행했다. ⓒ권이민수

다음은 한국기독교장로회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미얀마 사태에 대한 한국기독교장로회 성명

미얀마 사태의 평화적 해결과 군부의 민간인학살 중단을 촉구한다

“우리가 여러분에게 거는 희망은 든든합니다. 여러분이 고난에 동참하는 것과 같이,
위로에도 동참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고린도후서 1:7)

미얀마 군부의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민간인학살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과거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온 한국기독교장로회는 미얀마 국민의 아픔과 희생에 깊은 위로와 연대의 마음을 전하며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우리는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유혈진압을 즉시 중단할 것을 미얀마 군부에 촉구한다. 지난 2월 1일 쿠데타 발발 이후 지금까지 시위대 사상자 수가 백 수십 명에 이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파악되지 않거나 은폐된 실제 사상자 수는 이를 훨씬 넘길 것으로 추정될 만큼 미얀마는 날마다 피로 얼룩지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자국민의 목숨을 대가로 도대체 무엇을 얻으려는가? 인간의 생명은 천하보다 귀한 것이다. 쿠데타의 명분이 무엇이든 무자비하게 생명을 짓밟는 행위는 결코 용서 받을 수 없는 만행일 뿐이다. 미얀마 군부는 당장 반인륜적 유혈진압을 중단하고, 부상자, 실종자, 희생자들과 유가족의 피해 상황을 살피며 하루속히 수습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미얀마 사태가 집회 및 표현의 자유가 존중되는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되기를 희망한다.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는 폭정과 억압에 저항하는 모든 시민에게 주어진 기본적인 권리이다. 국민적 저항을 피하려거든 인권을 존중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따르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미얀마 군부는 기본적인 권리인 평화적 ‘시민불복종운동’마저 틀어막기 위해 헌법에 정해진 절차를 무시하고 반역죄와 폭동선동죄를 포함한 각종 법률을 악의적으로 개정하였다.

폭력과 살상이 법조문 하나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 칼로 일어난 권세는 반드시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단죄 받는다. 이것은 우리가 1980년 광주항쟁에서 피로 얻은 교훈이며, 인류역사를 통해 입증된 진실이다. 미얀마 군부는 불법으로 구금된 정부인사, 언론인 및 시위참여자들을 석방하고, 합법적이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정권을 조속히 이양할 것을 촉구한다.

지난 2월 26일 대한민국 국회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 규탄 및 민주주의 회복과 구금자 석방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군용물자 수출 제한과 미얀마인 특별 체류조치를 취한 것은 크게 환영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대한민국 정부는 민주주의 회복과 고난받는 미얀마 국민을 위해 국제사회와 더불어 더욱 실효성 높은 후속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

한국기독교장로회는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미얀마의 모든 사람과 연대하며 지금의 참담한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도한다. 오늘의 미얀마 사태는 부당한 권력에 의해 생명의 존엄성이 무참히 짓밟혀온 야만의 역사를 종식 시키고자 열망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싸워나가야 할 보편적인 인권의 과제이다. 더욱이 한국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기억하는 미얀마의 많은 사람이 우리에게 연대의 손길을 요청하고 있다.

우리는 총칼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는 미얀마의 모든 사람 편에 서서 그들의 의로운 고난에 기꺼이 동참할 것이다. 또한 미얀마에 민주화가 이뤄질 때까지 이를 지지하는 모든 교회와 종단 및 시민 사회단체와 더불어 힘을 모아 연대의 손길을 놓지 않고 기도해 나갈 것을 엄숙히 밝힌다.

2021년 3월 19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이건희
총회 교회와사회위원장 최형묵
총회 국제협력선교위원장 우종구
총회 총무 김창주

권이민수 simin004@nate.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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