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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신학의 예수 그리스도

기사승인 2022.02.18  15:2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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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방신학이란 무엇인가 ⑸

▲ Christ Opening the Gates of Dachau. Altarpiece at the Resurrection of Our Lord chapel, Dachau. ⓒGetty Image

기독교 신앙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고백과 관련된 문제일 것이다. 해방신학뿐만 아니라 그리스도론은 기독교 교리사에서 늘 논쟁거리가 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초대 기독교 역사에 나타난 많은 공의회의 신학적 주제이기도 했다. 니케아 공의회는 물론 칼세돈 공의회와 에베소 공의회 등을 통하여 결정된 그리스도에 대한 교리는 카톨릭 교회와 개신교회를 망라하여 모든 기독교회의 교리의 가장 기본적인 신학적 가르침을 주고 있다.

그런데 거의 모든 예수에 대한 가르침과 생각이 우리의 삶과는 그리 관련이 없어 보인다. 예수는 우리의 실질적인 삶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예수에 대하여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이제 새로운 시각에서 출발하는 예수를 생각해 보려고 한다. 지금까지 교리로부터 생각하는 예수가 아니라 우리의 삶의 현장에서 경험되고 발견되는 예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아투에이’ 추장의 결단

먼저 나는 우리의 삶의 역사적 현장에서 나타난 2가지 삶의 이야기를 통하여 예수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고 한다.

첫 번째 이야기는 유럽에 의한 라틴 아메리카 대륙 정복사에서 나타난 토착민 추장 Hatuey(아투에이)의 이야기이다. 아투에이는 에스파뇰라 섬(지금의 도미니카 공화국)의 타이노(Taino) 부족의 추장이었다. 타이노 부족은 그 지역에서 용맹하기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부족이었다, 그들은 다른 부족과는 달리 스페인 정복자들의 회유에 넘어가지 않고 그들과의 전쟁을 선택하였다. 타이노 부족의 추장으로서 그는 스페인 정복자들이 섬을 쳐들어오자 부족 사람들을 결집시켜 용맹스러운 투쟁을 벌이게 된다.

그러나 잘 훈련된 스페인 군인들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그의 부족은 전멸하게 되고 그는 수백 명의 남은 타이노 부족 사람들과 함께 쿠바로 피신하게 된다. 그러나 거기에서도 스페인 정복자들과 전쟁을 벌이게 되고 1512년 2월 2일 결국 그는 사로잡혀 화형을 당하게 된다. 사형이 집행되기 바로 직전 그는 스페인 가톨릭의 종군 신부로부터 영세를 받을 것을 제의받는다.

아투에이는 신부에게 영세를 받으면 무엇이 유익하느냐고 묻는다. 신부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다음과 같이 답변한다.

“첫째 가톨릭교회의 예식에 따라 예수를 영접하고 세례를 받으면 죽어서 천국으로 갈 것이며, 두 번째 그대는 영세를 받은 가톨릭 신자이므로 형벌을 감형 받을 수 있다. 산채로 화형을 받는 대신 먼저 사형을 집행하고 그 후에 화형이 집행되어질 것이다.”

아투에이는 신부의 답변을 듣고 잠시 생각한 후에 되묻는다.

“그렇다면 여기에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사람들, 아무런 잘못한 것이 없는 나의 아내와 딸들을 강간하고 죽이고, 가족을 겁탈하고 그리고 나의 집을 불태우고 나의 온 재산을 빼앗고 가축들을 탈취해 간 이 군인들도 천국을 가는가?”

신부는 다음과 같이 답변한다.

“당연히 이들은 예수를 믿고 세례를 받았으니 천국에 간다.”

아투에이는 즉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 산채로 화형을 당한다.

“그렇다면 나는 그런 천국에는 가지 않겠다. 그것은 천국이 아니다. 이들이 없는 지옥이 바로 천국이다.”

아투에이의 이 같은 반응과 태도에 종군신부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까마라 주교를 회개시킨 젖먹이 아이

두 번째 이야기는 브라질의 돔 헬더 까마라(Dom Helder Camarra) 주교의 경험담이다. 브라질 북부의 헤시페의 성당 본당 중미신부였던 그는 어느 날 도시에 나갔다가 저녁 무렵 마을 본당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본당 벽에 기대어 안아 있는 한 젊은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석양빛을 받고 앉아 있던 젊은 여자는 가슴을 풀어 헤치고 갓난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다. 까마라 주교의 눈에는 생명의 고귀함을 일깨워주는 아름다운 장면으로 비쳐졌다.

그러나 여인 가까이 다가가면서 주교의 눈에 이상한 장면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젊은 엄마의 가슴이 붉은 색으로 물들어져 있었으며 그것은 피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젊은 엄마는 수 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였고 배고파서 우는 아이에게 젖을 물렸지만 어떤 젖도 나오지 않았다. 아이는 엄마의 젖에서 엄마의 붉은 피를 빨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이 장면은 까마라 주교를 완전히 변화하게 만들었다. 그 후 그는 구원은 무엇이며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인가를 다시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이 경험은 까마라 주교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예수는 누구인가를 새롭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새로운 시각의 그리스도론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에게 예수는 누구인가? 구원자인가? 침략자인가? 해방자인가? 피를 빨리고 있는 어머니와 어린아이에게 예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과연 예수는 우리의 삶과는 관련이 있는가? 까마라 주교는 젊은 엄마와 아기의 모습을 보면서 까마라 주교의 가슴 깊은 곳에서는 분노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개인적인 복수심에 불탄 분노가 아니었다. 그것은 윤리적 분노였다. 이렇게 그는 윤리적 분노로부터 시작하여 예수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으로부터 시작되는 예수는 누구인가에 대한 성찰을 시작한다.

해방신학은 우리에게 그리스도에 대하여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기를 요구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불의하고 가난한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출발하여 지금까지의 희생과 참음을 요구하던 전통적인 그리스도의 모습을 극복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이해로부터의 절연을 통하여 새롭게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성찰해 보자는 요구이다.

불의와 가난으로 점철된 사회 안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인 상황에서 발생하는 구체적인 문제에 대한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답변을 주는 그리스도론을 말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현실의 상황으로부터 출발하는 예수에 대한 생각은 새로운 해석의 방법을 남겨 주었다.

1. 그리스도론의 신학적 주제 선택에 있어서 변화를 가져왔다. 해방신학자들에게 예수의 신성과 인성, 창조 전 존재의 여부, 단성론 등 전통적인 신학논쟁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전통적 신학주제 중에서  이들에게 중요하게 등장하는 것은 예수생애의 신비, 그의 역사적 사역, 불의한 권력을 향한 고발, 그의 죽음과 해방으로서의 부활 등이다.

2. 새로운 그리스도론은 예수에 대한 선교적 접근을 가져왔다. “일그러진 얼굴의 라틴아메리카 대륙의 상황, 억압받는 민중의 삶은 예수그리스도의 선교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예수의 선교는 비인간적인 상황에 처헤 있는 민중들의 해방을 향하고 있으며 따라서 민중들은 예수를 해방자로서 생각하고 사랑했다는 것이다. 예수의 선교는 해방적 선교이다.

3. 이러한 접근은 해방신학으로 하여금 역사적 예수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하느님의 성육신으로서의 나사렛 예수를 가까이 하게 될 때 우리는 그의 가르침 만 아니라 구체적인 역사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그의 삶 자체에 대하여 묻는 것이 더욱 중요한 과제라는 것을  깨닫는다. 예수는 자신의 역사적 삶을 통하여 우리에게 해방자로서의 그의 분명한 삶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라틴 아메리카 상황에서의 역사적 예수로의 복귀를 통하여 해방신학은 우리에게 지금까지 알려져 있던 “반동적이며, 비성서적 비역사적 그리고 서구문화의 기수로서 이상화” 되어 있는 전통적인 예수의 모습을 넘어서서“혁명적이고 성서적이며 역사적 그리고 상황적으로 토착화”되어 있는 새로운 얼굴의 예수를 보여주었다.

4. 해방신학의 그리스도론은 예수 따르기를 신앙의 가장 구체적인 표현이라고 규정한다. 예수의 역사적 삶을 통하여 우리는 그리스도를 새롭게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역사적 예수의 삶에 대한 기억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구체적이고 역사적인 상황에서 예수를 믿는 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깊게 성찰하도록 만든다. 예수를 믿는 다는 것은 우리의 내면의 세계에서 그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는 것을 넘어서는 것이다. 예수가 구체적인 상황에서 억눌리고 가난한 사람들의 외침으로부터 출발하여 끊임없이 해방자로서 현실에 대한 도전을 그치지 않았음을 기억하기에 우리에게 그리스도를 믿는 다는 것은“해방의 실천을 통한 정치적 자비행위로 나타나야 하며 그리고 그 경험은 가난한 자들의 외침을 들음과 동시에 그들과의 연대의 행위”이다.

5. 해방신학의 그리스도론은 가난한 자들의 삶을 신학 행위의 현장으로 간주한다. 라틴아메리카 대륙의 가난한 삶의 현실은 역사적 예수가 살아갔던 삶의 정황과 동일시된다. 그러므로 해방자 예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현장은 신학행위의 직접적인 현장이다. 현장과 결별된 신학자나 종교인은 진정한 의미의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고 있다.

해방신학의 그리스도론은 우리에게 진정한 의미의 신앙이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고 오늘의 삶의 현실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함을 가르쳐 주고 있다. 다음 글에서는 해방신학이 주장하는 해방의 그리스도에 대하여 좀 더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홍인식 대표(에큐메니안)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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