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문안교회 대학생회, 내 삶과 에큐메니칼 운동의 그루터기

▲ 1972년에 건립한 새문안교회당과 언더우드기념관 전경. 새문안교회는 1887년 언더우드 선교사 사랑채에서 한국인 14명이 첫 예배를 드리며 장로 2명을 선출함으로 우리나라 최초 조직교회로 출발하였다. 대학생회는 언더우드기념관 지하 친교실에서 매 주일 세미나를 열었고 주중에 연구모임들을 개설하였다. 필자는 미션스쿨 신일중고를 다녔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새문안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하였고 대학생회가 인생의 소중한 좌표가 되었다.

1973년부터 참여한 대학생회(회장 권진관)는 두드러진 배움터였습니다. 언더우드 기념관 친교실에서 매 주일 현실인식에 대한 발제와 토론, 주중 사회과학반, 문예반, 신학연구반에서 역사의식이 깨어나고 제 삶에 근간이 된 신앙과 가치관이 형성되었습니다. 회원들은 1973년 11월 언더우드학술제 후 교회마당에서 횃불을 들고 유신반대 시위하고 종로서로 잡혀가는 등 민주화운동에 적극 참여하였고, 약자와 연대하는 ‘연희동 철거민 야학’의 뜻을 이어받아 1973년 9월 노정익 선배 중심으로 성공회 영등포교회(홍충남 신부)에 개설한 ‘문래동 야학’에 저는 한문교사로 참여했습니다.

학생들은 대부분 영등포구 문래동 부근 대일화학, 남영나이론 등의 여성노동자들이었고 이듬해부터 교감으로 야학을 섬겼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야학을 하느라고 늘 시간에 쫓겼고 수유리 집까지 가는데 통금에 아슬아슬했습니다. 우리 대학생회 회원이 아니지만 서울대 윤혜영, 정진성 선배와 이화여대에서 동아리를 하던 이들도 야학교사로 수고했습니다.

군 제대 후 복학을 기다리며 야학을 하였고, 1980년 신대원 1학년 시절 영등포산업선교회에서 역사교사를 할 때 ‘문래동 야학’ 여성노동자들을 만났습니다. 노동운동을 하는 이들을 만나 신학교 졸업 후 노동선교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굳어졌고, 나중에 음악교사였던 주혜주와 결혼하였으니 야학이 제 인생에 결정적인 길잡이가 되었습니다.

박정희 군부독재정권은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1974년 4월 민청학련사건을 조작하여 많은 학생들(이근성 사촌형도 주동자로 구속됨)과 박형규 목사 등 종교사회인사들, 대학생회 김형기, 권진관, 서창석, 신대균 선배와 이원희 친구가 수감되었습니다. 그 후 황혜헌 선배, 류태선과 송병춘 친구 등이 감옥에 갔습니다.

저는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 시절, 잠시 학내운동에 가담하여 경찰서 유치장에 여러 날 수감되었으나 옥살이는 하지 않았습니다. 선배들이 감옥에 있거나 학생운동에 앞장서니 대학생회가 부실해지자, 2학년부터 임원회에 참여하였고 3학년 때 회장이 되었습니다. 부회장 양해경, 총무 전영서, 서기 염미봉, 회계 안영희 등이 헌신적으로 활동하여 대학생회가 안정을 찾았습니다.

회장으로서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에서 연세대 이덕승, 경북대 이상점과 학생이사로서 기독학생운동에 참여하였고, 예장(통합)총회 청년회전국연합회(장청) 서울노회 청년연합회 회장이 되어 기독청년운동도 하였습니다. 선배들은 졸업 후에도 기독교사회운동을 하길 기대했지만 가난한 집안인 까닭에 결단하지 못하고 고민할 때 1976년 3.1 명동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문익환 목사, 김대중 씨, 함세웅 신부 등이 명동성당에서 유신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민주구국선언을 하고 감옥에 갇혔습니다. 종교인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당당하게 감옥에 가는 것에 감동받고, 행정고시로 군사정권에서 공무원으로 부역하거나 노동자를 혹사하는 대기업에 취업하지 않고 믿음을 실천하며 그리스도인답게 사는 길은 목회자가 되는 것임을 깨닫고 졸업 후 신학교에 가기로 결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