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연, 개신교인 인식조사 연구: 혐오와 차별, 부패, 사회적 책임 부재 … 개신교 변하지 않으면 미래 없다
▲ 개신교에 대한 사회적 인식 조사에서 개신교인이나 비개신교인 고통으로 개신교의 사회적 신뢰도가 현저히 낮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기사연 제공 |
14.3%, 비종교인의 개신교에 대한 신뢰도였다. 더 이상 내려갈 바닥이 있을까 하는 충격적인 조사결과였다. 개신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가 보여주는 수치는 한 마디로 변하지 않으면 개신교의 미래를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충격적인 결과는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원장 신승민 목사)이 지난 6일(월) 오전 10시 30분,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한국사회의 다층적 위기”라는 주제로 ‘2024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조사 연구’에서 드러났다. 정치사회·종교·생태·사회젠더 등 총 4개 분야에 걸쳐 진행된 설문조사결과를 발표해 한국 사회의 다층적 위기가 무엇인지 이에 대한 해법은 무엇인지 찾아보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이번 조사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개신교인 1,058명, 비개신교인 1,094명을 대상으로 지역, 성, 연령별 기준 비례할당으로 무작위로 추출해 조사한 것이다. 조사 기간은 2024년 11월 13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되었고, 조사 방법은 컴퓨터를 이용한 웹조사 방법을 활용했고,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은 개신교인 ±1.4%p, 비개신교인은 ±2.5%p라고 기사연측은 밝혔다.
이날 발펴된 연구 결과 중 정경일 연구교수(성공회대 신학연구원)는 종교 분야 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2024년 한국 사회가 맞이한 다층적 위기 속에서 종교, 특히 개신교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이번 인식조사는 한국 개신교가 직면한 복합적인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탈종교화 시대와 젊은 세대의 외면
탈종교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청년 세대의 종교 참여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18-29세 개신교인의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12.1%에 불과하다. 이는 기성세대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로, 종교적 소속감이 약화된 현상을 반영한다. 특히 “매주 교회 다니는 부담감”(38.8%)과 “신앙심 상실”(11.7%)이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청년층은 교회가 시대착오적이며 삶의 실질적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다. 교회 내부의 비일관성과 권위주의는 이러한 인식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소통 방식과 프로그램 개발이 요구된다.
개신교의 사회적 신뢰도 14%에 불과
이번 설문조사에서 드러난 가장 충격적인 결과 중 하나는 개신교의 사회적 신뢰도가 한국 사회에서 매우 낮다는 점이다. 무종교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개신교에 대한 호감도는 불과 14.3%로, 불교(52.9%)와 천주교(37.2%)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개신교 신자에 대한 호감도는 8.9%로 드러나, 주요 종교 중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이는 개신교에 대한 사회적 불신과 반감이 깊이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 심각한 점은 개신교인 스스로도 개신교의 사회적 신뢰도가 낮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사에 따르면 개신교인의 50.5%가 “개신교의 사회적 신뢰도가 낮다”고 응답했으며, 비개신교인의 경우 이 비율은 59.4%에 달했다. 이는 개신교 내부와 외부 모두에서 개신교의 사회적 역할과 신뢰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공통적으로 나타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개신교인이 꼽은 개신교 신뢰 저하의 주요 이유는 지나친 전도(31.8%), 부패(25.9%), 차별과 혐오 발언(13.3%), 독선(10.9%), 비합리성(7.9%) 등이었다. 특히 ‘지나친 전도’는 정복주의적이고 개종주의적인 접근 방식으로 인해 비개신교인의 반감을 가장 크게 사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다종교 사회에서 종교 간 이해와 화합이 중요한 덕목임을 시사하며, 개신교가 이러한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기 반성과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 개신교의 사회적 신뢰도가 낮은 이유 중 ‘지나친 전도’가 가장 높은 수치를 보여 다종교 사회에서 종교 간 이해와 화합을 이루지 못하는 개신교의 모습이 그대로 노출되었다. ⓒ기사연 제공 |
혐오와 차별: 개신교 신뢰의 걸림돌
개신교의 혐오와 차별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조사에 따르면, 개신교인 중 성소수자가 교회에서 안전하다고 느끼는 비율은 14.1%에 불과했다. 이는 교회가 성소수자와 젠더 평등 문제에서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며, 사회적 다양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퀴어신학에 대한 거부, 젠더 문제에 대한 논쟁은 교리적 해석과 사회적 가치관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개신교가 포용보다는 갈등과 분열의 중심에 서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회는 성소수자와 다양한 사회 집단을 포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의 부재
개신교는 사회적 연대와 약자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현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조사에서 비개신교인은 좋은 교회의 가장 중요한 특성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봉사와 구제”(42.5%)를 꼽았지만, 개신교인은 25.9%에 불과했다. 이 간극은 개신교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강화한다.
소외 계층 지원, 환경 운동 등 개신교 내부의 사회적 노력은 아직 미미하며, 교회의 자원을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성과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개신교가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종교적 보수성의 배경
개신교의 보수적 성향은 단순히 신앙적 요인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유교적 가치관과 가족 중심적 전통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정경일 박사(성공회대학교)는 “개신교의 보수성은 사회적 맥락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개신교 보수성의 다른 요인으로는 지나친 전도 방식(31.8%), 내부 부패(25.9%) 등이 꼽힌다. 개신교가 사회적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이러한 요인들을 해소하고, 다양한 정치적, 신학적 관점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
▲ 교회 내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의 안전도 조사 항목에서 성소수자가 가장 불안한 것으로 드러나 개신교의 차별과 혐오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었다. ⓒ기사연 제공 |
새로운 길을 모색하며
조사 결과는 한국 개신교가 해결해야 할 복합적인 문제를 명확히 보여준다. 개신교는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첫째, 포용성과 다양성을 강화해야 한다. 성소수자, 여성, 청년 등 다양한 집단을 포용하며 차별적 태도를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재정립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예배 형식과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층과의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셋째,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약자 보호와 지역사회 연계를 통해 교회의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종교적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는 종교로 거듭나야 한다.
갈림길에 선 한국 개신교
2024년의 한국 개신교는 깊은 위기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기회를 맞았다. 혐오와 분열을 넘어 포용과 연대의 상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이는 한국 사회 전체의 미래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개신교는 지금 변화와 혁신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희망의 길로 나아가야 할 갈림길에 서 있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