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한 사회와 민주주의 향한 열망 … 한국 교회와 정치권의 변화 촉구
▲ 4.16생명안전공원예배팀 주관한 ‘2024 4.16가족과 함께하는 성탄예배가 서울시의회 앞 4.16기억관 앞에서 진행되어 안전 사회와 민주주의를 염원했다. ⓒ박우섭 |
“선수 넓은 방 유리창으로, 우리를 버리고 배를 떠나는 어른들을 보았습니다. 한국 정치에도 자기 책임을 지지 않는 정치인들이 너무 많습니다. 주님, 정치인들이 책임 있게 안전사회를 만들고, 위기의 때에 약자와 소수자부터 먼저 돌보는 이들이 되게 해 주십시오.”
이 기도문은 성탄을 닷새 앞둔 20일(금) 저녁 7시 30분, 서울시의회 앞 4.16기억관 앞에서 열린 ‘2024 4.16가족과 함께하는 성탄예배 – 다시 광야로, 다시 광장으로’에서 드려진 12개의 기도문 중 하나였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미수습자를 추모하고 안전한 사회를 염원하며 드려진 이번 예배는 4.16생명안전공원예배팀의 주관으로 진행되었다.
성탄예배는 길가는 밴드의 인도로 시작되었다. 캐롤곡 ‘크리스마스에 축복을’을 개사한 ‘크리스마스엔 퇴진을’과 찬양곡 ‘선한 능력으로’가 참여자들의 합창으로 울려 퍼졌다. 이어 수원성교회, 일산은혜교회, 새벽이슬교회 등 여러 교회와 단체의 신도들이 희생자와 미수습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4.16가족들이 준비한 12개의 기도문을 낭독했다.
기도문에는 참사로 인한 아픔과 안전 사회를 염원하는 간절한 목소리가 담겼다. 또 다른 한 기도문에서는 “진상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아직입니다. 안전사회 건설도 아직입니다. 10년의 시간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말하지 않게 하소서”라는 간구가 이어졌다. 이는 예배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무거운 책임감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기도문에 이어진 증언 시간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사회적 책임을 묻는 발언이 이어졌다. 토지+자유연구소 남기업 소장은 ‘광야와 세월호, 그리고 한국 사회’라는 제목으로 “세월호 참사의 부모님들 목소리는 세례 요한이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와 같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그 목소리를 외면했고 심지어 모욕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종교적 책임을 다하지 않은 교회는 결국 윤리적 파산에 이르렀다”며 교회의 역할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 성탄예배를 마친 4.16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위한 성탄 순례 행진을 광화문까지 이어갔다. ⓒ박우섭 |
쿠팡 산재 희생자인 정슬기 님의 아버지 정금석 장로는 “사고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여전히 절망 가운데 있지만, 세월호의 아픔을 승화시켜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증언했다. 그의 발언은 예배에 참여한 이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증언 후 참여자들은 길가는 밴드의 인도에 따라 응원봉과 휴대폰 플래시를 흔들며 ‘우리는 마침내 서로의 용기가 되어’를 노래했다. 성서한국, 평화교회연구소, 교회개혁실천연대가 주관한 ‘광야의 기도’에서는 “한국교회가 혐오와 차별 대신 정의를 외치는 기도를 드리게 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예배의 마지막은 희생자 곽수인 어머니 김명임 님의 발언과 함께했다. 그는 “아직도 괜찮지 않지만 끝까지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며 연대의 손길을 간곡히 부탁했다. 예배 후 참석자들은 함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를 노래하며 광화문으로 행진하며 예배를 마무리했다.
이번 성탄예배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향한 한국교회의 역할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자리였다. 참여자들은 추운 날씨 속에서도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끝없는 연대를 다짐했다. 기도문과 증언, 그리고 연대의 행진은 모두 한목소리로 책임과 정의를 외치며 세월호의 아픔을 사회적 변화의 동력으로 승화시키고자 했다.
박우섭 webmaster@ecumen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