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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차별에 희생된 이들, 그들의 운명이 우리의 운명과 멀지 않기에

기사승인 2024.05.10  06: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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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소수자와 그리스도교 29

▲ 지난 2019년 4월에 진행된 육우당 16주기 추모기도회 참석자들이 사회적 차별과 혐오에 맞서 더 이상 희생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연대를 다짐했었다. ⓒ에큐메니안

1.

청소년 성소수자 육우당의 기일에 시기를 맞춰서 열리는 [혐오와 차별에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는 추모 기도회]가 올해는 지난 달 25일에 열렸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년 전에 한번 참석해서 참관기를 쓴 적이 있었는데 작년엔 시간이 안 되서 가지 못했고 올해 다시 참석을 했습니다.

기도가 꼭 필요한 사람들의 기도의 자리인 것은 2년 전에도 이번에도 마찬가지였구요. 그 2년 사이에 임보라 목사님(한국기독교장로회 들꽃향린교회)의 충격적인 소천이 있으면서, 참가한 사람들 중 상당수가 육우당에 대한 추모에 임보라 목사님에 대한 추모까지 얹어서 기도회에 참석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2.

이 기도회에서 나온 여러 말 중에서 새삼스레 저의 마음에 남던 말이 있습니다. 이 기도회를 두고 참가자들이 서로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라고 말하면서 내년 이 자리에서도 살아 있음을 확인하자고 했던 말입니다. 정확하게 옮긴 말은 아니고 이런 뜻이었다는 정도입니다. 이 기도회에 관련된 말 중에 처음 들어본 말인 것도 아닌데 이번엔 꽤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추모 기도회란 기본적으로 죽음과 죽은 이에 대해서 생각하고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자리겠지요. 그 자리는 죽은 그 이를 영웅이나 위인으로 기억하는 자리일 수도 있을 것이고, 그 이가 죽었다는 사실과 그 이가 죽은 이유에 대해 슬퍼하고 분노하는 자리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는 그 이가 마지막까지 지키고자 했던 대의나 명분 등에 공감하고 그것을 이어나가기를 다짐하는 자리일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앞에서 이야기한 “서로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라는 말은 앞 문단에서 언급한 경우들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슬픔과 분노, 특히 슬픔의 경우에 속하기야 하겠습니다만, 그 이전에 죽은 그 이의 죽음이란 운명이 내 운명과도 그리 멀지 않다는 자각을 전제할 때에만 “서로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라는 말이 가능할 것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3.

그리스도교는 예수님의 죽음에서 시작하는 종교입니다. 그러면 예수님의 죽음을 기억하는 것은 앞에서 살펴 본 죽음에 대한 기억의 여러 경우 중에 어느 경우와 가장 가까울까요?

영웅이나 위인의 죽음을 기리는 것과 비슷한 점도 있는 것 같고, 대의나 명분을 이어나가기를 다짐하는 것과도 비슷한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장 가까운 것은 어쩌면 예수님의 죽음의 운명이 나의 운명과도 그리 멀지 않다는 자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이 하느님이 직접 인간이 되어서 인간의 삶의 구석구석을 겪은 결과라고 한다면, 그것은 인간이 겪는 모든 운명이 예수님이 겪었던 운명과 그리 멀지 않다는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겪는 모든 운명이 예수님이 겪었던 운명과 그리 멀지 않다면 육우당을 비롯해 혐오와 차별에 희생된 모든 이들이 겪은 죽음이란 운명이 예수님의 죽음의 운명과 그리 멀지 않다는 이야기도 될 겁니다. 그러니 육우당의 운명이 나의 운명과도 멀지 않다는 자각을 하는 모든 이들이 겪는 운명과 예수님이 겪었던 운명이 그리 멀지 않다는 이야기도 되겠지요. 더 나아간다면, 예수님이 겪었던 죽음의 운명이 부활의 운명으로 연결된다면, 육우당을 비롯한 희생된 모든 이들의 운명과, 그 운명과 나의 운명이 멀지 않음을 자각하는 모든 이들의 운명 역시 부활의 운명으로 연결될 것이구요.

황용연(사회적 소수자 선교센터 무지개센터 대표)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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