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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밖으로

기사승인 2024.05.04  04: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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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흐와 산책하기 (36)

▲ 고흐, <몽마르트르의 전망대> (1887, 캔버스에 유채, 43.6×33cm, 시카고미술관, 시카고)

좋은 선생을 만나는 일은 성공에 이르는 지름길일 수 있다. 빈센트가 파리에서 미술 수업을 받았던 아틀리에의 페르낭 코르몽(1845~1924)은 신고전주의 화가 알렉산드르 카바넬(1823~1889)과 외젠 프로망탱(1820~1876)의 제자로서 살롱에서 호평을 받는 화가였다. 코르몽은 자신만의 역사화 기법을 제자들에게 가르쳤다. 신고전주의가 대세이고 역사화가 인기이던 시대에 제자들은 코르몽의 화법을 순순히 따랐다. 하지만 그 가르침에 순응하지 않는 제자들이 몇 있었다. 앙리 드 툴루즈, 에밀 베르나르, 존 러셀이 그들이었고 빈센트 반 고흐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1886년 4월부터 코르몽 아틀리에에서 미술 수업을 받는 동안 빈센트의 화풍이 전에 비하여 현저하게 달라졌다. 무엇보다 어두운 색감이 몰라보게 밝아졌다. 두터운 붓질은 여전하였지만 경쾌하고 활기찬 느낌을 주었다. 무엇보다 인상파다운 화풍이 스며들었다. 무엇이 빈센트의 화풍을 달라지게 하였을까? 좋은 선생을 만난 덕분이다. 코르몽은 자신의 화법을 따르지 않는 빈센트를 나무라지 않으므로 청출어람의 길을 열어주었다.

뿐만 아니라 코르몽의 아틀리에에서 빈센트는 베르나르, 로트렉, 존 피터 러셀, 폴 시냑 등과 친분을 쌓았다. 모름지기 그들은 서로의 화법을 통해 자기만의 개성을 발전시켰다. 배움은 선생에게서만이 아니라 벗들로부터도 가능하다. 빈센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전에는 고전의 거장들로부터 배웠지만 이제는 동시대 작가들에게서 배우고 있다”고 썼다. 자신과 같은 생각과 기법을 가진 자는 벗이 될 수 있고, 자신과 다른 화풍을 가진 자는 선생이 될 수 있다. 빈센트는 아틀리에의 친구들을 존중하고 그 화법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관종에서 벗어나 자기 객관화의 길에 설 수 있었다. 객체화야말로 주체화의 길임을 체득하게 되었다. 강박과 집착과 열등감이 줄어들고, 붓질은 밝고 경쾌해졌다.

그동안 빈센트는 자기 우물에 빠져 있었다. 구필화랑에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는 외골수였다. 강박관념에 갇혀서 늘 외롭고 우울했고 주변 사람들과 갈등을 만들었다. 자기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버지에게도 대들었고 친구와도 단절했다. 그러던 빈센트가 파리 생활을 시작하면서 달라졌다. 비록 코르몽의 아틀리에에서 수업은 4개월에 불과하였으나 빈센트다움은 이제 시작이었다. 빈센트는 비로소 자기만의 우물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길고 어두운 동굴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최광열 목사(아리랑인문지식연구소 연구원)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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