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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됐을 때, 마음 편하게 죽을 수 있다면”

기사승인 2023.06.05  02: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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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회장님을 만나다 (3)

▲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의 소원은 자녀 보다 딱 하루 더 사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이 먼저 세상을 등지게 되면 장애인 자녀의 삶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외침은 몇 십년 째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정리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부모님들의 말, 말, 말

# 나에게 남은 시간이 짧게는 6개월, 길어야 1년이 채 남지 않았다는 걸 알았을 때, 내가 죽는 것보다 자녀들이 무방비로 방치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극심한 공포를 느꼈어요.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 지민과 태형이와 함께 살고 있는 어머니 김미하 님은 2022년 8월 유방암 4기 진단을 받았고, 현재는 암이 온몸으로 전이되어 고통 속에서 암 투병을 하고 있다. 남편은 21년도에 사망하여 어머니 혼자 자녀를 지원하고 있다.

# 마음 놓고 아플 수 없는 상황, 항암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할 동안 두 자녀를 봐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발달장애인이 부모나 가족이 없더라도 시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던 지역사회에서 지원주택과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함께 받는 ‘지역사회 주거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가정에 긴급한 일이 발생했을 때 정말 곤란하다. 특히나 부모가 아파서 병원 입원, 수술이 필요한 경우 자녀 돌봄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원이 필요한 시급한 문제였으나, 늘 가족에게 떠맡겨져 있었다. 지자체마다 긴급돌봄사업 등을 하고 있으나, 서울의 경우 연 60시간 이내, 자부담 등으로 제한적으로 지원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 같이 관련 서비스가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김미하 어머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항암치료를 위해서 길게는 2주 정도, 병원 입원을 하기 위해서는 자녀 돌봄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작년부터 의왕시청에 끈질기게 요구한 끝에 첫째 지민이는 낮시간 프로그램 이용 야간에는 쉼터를 이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쉼터가 23년 1월 말로 종료되면서 현재는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게 되어 시급하게 대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둘째 태형이는 23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활동지원서비스 추가지원을 받아 자택 내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이것도 한시적인 지원이기 때문에 이 또한 대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 이 대안은 개인이 만들 수 없다.

2023년 1월 16일, 경기도를 상대로 투쟁의 시작을 알렸으나, 한 달이 넘은 지금까지도 경기도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 자녀를 둔 이 가정에 도대체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

“저는 먼저 가더라도, 우리 발달장애인 자녀들은 지역사회에서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 계속해서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참사가 일어나고 있어요. 작년에는 개신교를 비롯한 5대 종단에서 추모기도회를 진행하면서 사회에 알리기 위해 노력했는데요, 작년에 10건 이상, 올해 들어 벌써 장애인 가족 참사가 벌써 4건이나 된다고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없을 때 아이가 혼자 살아갈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미래가 안 보이는 거죠. 정책과 제도가 우리의 미래를 안심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특히, 주거정책들이요. 우리가 없을 때 어떤 경우에는 부모가 물려줘서 살아갈 집은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인력 지원이 없는 거죠. 혼자 살 수 없는 친구가 혼자 세상을 살아야 하는데, 지금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김동영 경기도지사가 후보 시절에 공약한 내용 중 하나가 주거지원주택이라는 게 있습니다. 혼자 살아야 할 사람에게는 인력을 지원하고 집 없는 사람에게는 집도 주고요. 이번 김미하 씨 사건을 겪으면서 저희가 도지사님에게 요구했습니다. 후보 때 했던 공약을 지키시라고, 대책을 만드시라고요. 한 6개월 했는데도 안 지키시길래, 도청을 점거했어요.

그랬더니 9시간 만에 만들겠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올해 3월 초였는데 3월 말, 한 달 만에 만들었어요. 한 달 만에 할 수 있는 걸 계속 끌어온 거예요. 일단 임시로 만들어 놓고 조례를 정해서 내년부터는 완벽하게 주택 지원 서비스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 그럼, 지원주택 서비스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 건가요?

각 집에 장애인들이 거주하고 24시간 인력 지원을 하는 거죠. 낮 시간에는 주간 활동가고 집에서는 밤에만 인력을 배치하는 거죠. 모두 다 인력을 배치하는 건 아닙니다. 좀 더 경증인 친구 있잖아요. 저희 아들 같은 경우에는 밤에 혼자 잘 수 있어요. 그러면 아침, 저녁 시간에 잠깐만 지원해주면 돼요. 하지만 밤에도 같이 있어야 하는 중증 친구들, 전국 발달장애인 한 4분의 1 정도 추정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24시간 지원이 필요해요.

저희 아들처럼 아침, 저녁 이외에는 혼자 지낼 수 있는 경우에는 주거지원센터라는 걸 만들어서 사람에 따라 차등해서 인력을 지원하면 됩니다. 많이 필요한 사람은 많이, 좀 적게 필요한 사람은 적게. 이런 걸 주거지원주택, 지원주거유지서비스라고 합니다.

주거 유지하는 데 필요한 서비스가 핵심인 거죠. 우리나라는 아직 안 하고 있어요. 문재인 정부 때 노인주거사업할 때 장애인주거사업도 시범으로 했었는데 현재는 사라졌죠. 지금 광주에서 하는 24시간서비스가 그거예요. 한 공간에 하루종일 24시간 있는 게 아니라, 낮에는 일자리 혹은 다른 활동 서비스를 받고, 저녁에 집에 돌아오면 인력을 지원받는, 이걸 합쳐서 24시간이에요.

▲ 그런데 이렇게 말하기도 해요. 가정에서 키우기 힘들면, 혼자 살기 힘들면 시설로 가면 되지 않느냐고요.

이런 구조를 모르는 분들은 그렇게 이야기하죠. 시설 같은 거 지어서 24시간 지원해주면 되는데 “왜 시설을 반대하냐, 왜 탈시설을 주장하냐”라고 물어봐요. 반대로 물어볼까요? “당신에게 교도소에 가서 평생 살라고 하면 어떻겠습니까?” 라고요.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선택이 아닌 가족의 선택에 의해서 교도소 같은 시설에서 통제받으며 평생 사는 게 그 사람의 선택이 아닌데, 그게 합리적인 삶일까요? 괜찮은 삶일까요?

30년 전, 영국에서 장애인 부모들의 집단소송이 있었어요. 지역사회, 우리와 같은 공간에서 같이 어울리면 살아야지, 별도의 시설에 가둬놓고 살게 하는 건 인권 침해라면서요. “국가가 정책을 잘못해서 우리 아이가 선택권 없이 시설에 들어갔다. 억울하게 살다가 죽었다. 보상해내라.” 영국 정부에 소송한 거죠. 대법원판결 하루 전날, 영국 총리가 사과문을 발표했어요. “잘못했습니다. 국가가 개인의 선택권을 말살했습니다. 국가가 이런 정책을 하면 안 되는데, 잘못했습니다”라면서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지 국가가 배상하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윤석열은 우리 아이들에게 그냥 시설에 가서 살라고 말합니다. 그쪽에 시설 투자를 더 해주겠다면서요. 그런 지원금을 저희가 원하는 방식으로. 지역사회로 돌리면 오히려 예산이 남아요. 3분의 1로 줄어요. 그런데 시설 운영자들이 반대하고 이용자 부모들이 운영자 편을 듭니다. 왜냐면, 시설을 나오면 갈 데가 없을까 봐 두려운 거죠. 그것밖에 모르니까요.

그럼, 국가는 돈이 훨씬 많이 드는데, 왜 시설에 투자를 하느냐? 그게 전시행정이에요. 선택권, 모두 자기 생각과 선택권이 다 있는데 발달장애인들은 인지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자기 선택권을 말살하면 안 되는 거죠. 친구와 같이 영화 보러 갈 수도 있고 밥도 먹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산속의 시설에 따로 떨어뜨려 놓는 거죠.

제가 시설을 운영해봐서 압니다. 실은, 제가 이 활동하기 전에 장애인 생활시설을 지어서 일 년 반 원장을 했습니다. 저희 애가 갈 데가 있어야 하는데 없으니까, 제가 운영을 해버렸어요. 그런데 외국에 가서 시설이 점점 없어지는 걸 본 거예요. 한 30년 전이에요. 아, 시설이 답이 아니구나,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한 이 년 만에 문을 닫았어요.

▲ 지금도 데이 서비스가 있다고 하셨는데, 보통 어떤 활동을 하나요?

현재 데이 서비스는 보편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전국에 발달장애 성인이 16만 명 정도인데, 2만 명 정도가 혜택을 받고 있어요. 나머지 한 2만 명은 보호 작업장에서 훈련받는 데 있고요. 서비를 전혀 받지 못하는 발달장애인이 많죠. 그런데 데이 서비스라는 게, 였날 방식이에요. 선생님들이 계획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고 아이들 능력하고 상관없이 똑같이 진행하는 거죠. 이건 제공자 중심의 방식이잖아요. 그래서 이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라는 게 저희의 요구이기도 합니다.

정리연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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