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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버스의 발견과 수탈

기사승인 2022.09.13  00:5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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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교의 역사와 성령의 역사 ⑵

▲ John Vanderlyn, 「Landing of Columbus at the Island of Guanahani, West Indies」 (c.1846) ⓒWikimediaCommon
이 글은 제3시대 그리스도교연구소에서 2006년 10월 17일에 행한 강연이다. - 저자 주

1492년, 결정적인 해
1492년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1451-1506)가 이른바 신대륙을 발견한 해로 기억되고 있다. 스페인의 이사벨 여왕과 페르난도 왕은 이베리아 반도에 남아있던 최후의 무어인 왕국인 그라나다를 격파하고 ‘레콩키스타’를 완결시킴으로써 스페인의 전영토를 통일하고 왕권 국가를 수립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었고, 마침내 1492년 이베리아 반도에서 이슬람교도와 유다인을 완전히 추방한 해이기도 하다.

당시 유럽 세계의 강박관념의 하나는 이슬람이 지배했던 지중해를 빠져나가는 돌파구를 찾는 것, 다시 말해 동양으로 향하는 우회 루트의 발견이었다. 그 최초의 시도는 베네치아 공화국의 마르코 폴로가 중국에 도달하는 육상교역 루트를 열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곧이어 새로운 이슬람 세력이었던 오스만 제국이 대두하면서 다시 지중해를 위협하고, 그리스와 발칸 제국을 집어 삼킴으로써 이제 막 발흥하고 있었던 유럽의 상인계급은 별도의 출구를 찾지 않으면 안되었다.(1)

유럽의 이런 상황에서 황금을 찾으려던 크로스토퍼 콜럼버스와 스페인의 이사벨 여왕과 페르난도 왕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것이었다. 1492년 4월 콜럼버스는 이사벨 여왕과 페르난도 왕과 계약을 맺는다. 콜럼버스는 자기 자신과 후손들에게 귀족칭호 ‘돈’을, 그리고 카스티야의 해군대장에게 부여되는 것과 똑같은 특권을 갖는 제독의 계급을 요구하였다.

새로 발견된 모든 땅에서 얻는 수입의 10분의 1과 모든 무역 거래에 8분의 1 지분으로 참여할 수 있는 권리, 상거래에서 발생하는 모든 분쟁을 다룰 무제한의 재판권을 요구하였다. 그는 또 그가 발견함 모든 땅의 총독 겸 최고행정관의 직함과 그곳에 배치할 관리들을 직접 선택할 권한을 요구하였다. 모든 직함과 권한 그리고 경제적 특권들이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세습되어야 한다고 요구하였다.(2)

스페인의 왕들이 후에 선포한 것처럼 콜럼버스의 항해는 ‘영혼구원’이나 ‘성지발견’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황금에 대한 관심 때문에 시작된 것이었다. 스페인의 왕에게 보낸 편지에서 콜럼버스는 ‘황금이야말로 모든 보물 중의 보물입니다. 황금을 가진 자는 이 세계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진 것과 같습니다. 황금은 영혼을 지옥불로부터 지킬 수 있고, 낙원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수단입니다’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의 항해일지에도 황금에 대한 큰 관심이 조금도 은폐되고 있지 않다.

산살바도르의 발견
1492년 8월 3일, 콜럼버스는 핀타 호, 니냐 호, 산타 마리아 호로 구성된 세 척의 카라벨라 범선대와 함께 팔로스 항을 출발했다.(3) ‘서쪽으로 서쪽으로 계속 항해했던 콜럼버스는 허황된 기대감과 바뀌는 별자리를 바라보며, 어떤 때는 구름을 섬으로 착각하고, 때로는 선원들의 불평과 공공연한 폭동을 겪으며 항해하던 중, 66일만인 1492년 10월 12일, 드디어 육지에 상륙할 수 있었다. 그곳은 바하마 제도의 구아나하니(Guanahani)라는 조그만 섬이었는데, 콜럼버스는 구세주와 관련시켜 이 섬을 산 살바도르라고 명명했다. 그는 자기가 아시아에 도착했다고 믿었다.(4)

이른바 지리상의 발견이라고 불리는 1492년의 사건은 세계사의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유럽의 무역과 상업은 활발해졌고, 산업의 발전은 자본주의의 기초를 놓았다. 그러나 전환된 것은 유럽의 역사만이 아니었다. 아메리카 원주민과 아프리카 흑인들의 운명도 파국으로 치달았다. 황금에 눈이 먼 유럽의 정복자들에 의한 종족멸절과 대량학살, 약탈과 노예무역, 질병과 굶주림에 맞선 원주민들의 절망적인 투쟁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유럽과 아메리카의 첫 만남은 콜럼버스가 보고한 것처럼 매우 평화로운 물물교환으로 끝났다. 1493년 2월 15일에 보낸 그의 편지는 ‘원주민들이 거부하지 않고 유럽인들이 요구하는 모든 것을 주었습니다. 그들은 안된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부서진 나무통의 조각까지도 원주민은 기꺼이 받았고, 마치 야생동물처럼 그들이 가진 것을 주었습니다.’라고 보도한다.

원주민들의 전혀 다른 소유의식에 놀란 콜럼버스는 부하선원들이 가진 값싼 잡동사니들을 원주민에게 주지 말 것을 명령하기도 했다: ‘나는 그들 몇 명에게 빨간 모자를 선물했고, 유리목걸이를 그들의 목에 걸어주었다. 그리고 별로 값어치가 나가지 않는 것들도 그들에게 많이 주었는데, 그들은 기쁜 듯이 그것을 바라보았고 또 놀라워하고 있었다’.(5)

뒤바뀐 관계
평화스럽기까지 했던 두 세계의 만남은 곧 역전되기 시작했다. 두 번째 항해에서 ‘히스파니올라’(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로 콜럼버스가 되돌아왔을 때, 그는 스페인인들의 원주민 공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상황은 악화되기 시작했고, 스페인은 병력을 투입한다. 콜럼버스는 그의 ‘발견항해’를 계속하면서, 노예들을 생포하여 스페인으로 수출하기 시작한다.

원주민에 대한 콜럼버스의 태도 역시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왕에게 보낸 편지에서 콜럼버스는 ‘원주민들 역시 신대륙과 마찬가지로 왕의 소유물입니다. 그들은 전적으로 원시적인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발가벗은 채로 다니며, 무기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비겁하기 때문에 노동과 농사를 시키는 것이 적합합니다.’라고 그가 받은 인상을 전한다.
 
콜럼버스가 ‘히스파니올라’에 도착한 지 4년 만에 30만 명에 달하던 원주민의 1/3이 살해당하거나 땅을 빼앗기고 추방당했다. 당시 대륙 전체에는 약 1억에 이르는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다고 추산된다. 그런데 지금 아메리카에는 약 3천 5백 만 정도의 원주민이 생존해 있을 뿐이다.

원주민들의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든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인디오들에게 면역력이 없었던 질병들(천연두, 홍역, 티푸스 등)과 전쟁과 강제노역이었다. 물론 영양실조, 가족의 이별, 자살 등의 이유도 있었으며, 이 모든 것이 급격하게 원주민의 인구가 감소한 이유였다.(6) 토지는 약탈당하고, 토착문명, 그들의 종교와 언어와 문화는 조직적으로 말살되었다.(7)

미주

(1) 카를로스 푸엔테스,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 서성철 역, 까치 1997, 104.
(2) 안드레아스 벤츠케, 콜럼버스, 윤도중 역, 한길사 1998, 65.
(3) 이 배 세 척에 장비를 갖추고 약 90여 명의 승무원들을 모으는 데에 2개월보다 조금 많은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장비에 든 총 경비는 약 2백만 마라베디스였다고 하는데 현재의 화폐로 환산하면 몇 천만 원밖에 안되는 액수이다; 안드레아스 벤츠케, 콜럼버스, 73 참조.
(4) 콜럼버스의 세계상은 그의 인도에 관한 선입관에 의해 결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이어서 첫날부터 보고 듣는 것이 마르코 폴로가 서술한 동아시아의 그 화려한 세계와는 전혀 딴 판이었지만, 그는 일생동안 그 틀린 세계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안에 갇혀 있었다; 안드레아스 벤츠케, 콜럼버스, 95 참조. 
(5) 카를로스 푸엔테스,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 서성철 역, 까치 1997, 105.
(6) G. Gutierrez, Gott oder das Gold: Der befreiende Weg des Bartolome de Las Casas, Herder, Freiburg 1990, 11.
(7) 레오나르도 보프에 따르면, 라틴아메리카에서는 1500년에서 1600년 사이에 원주민이 25분의 1로 줄었다. 1519년 헤르난 코르테스가 아나우악(멕시코) 고원지대로 침투했을 때, 25,200,000 명이던 인구가 1595년에는 1,375,000 밖에 남지 않았다. 레오나르도 보프, 하느님은 선교사보다 먼저 오신다, 17 참조.

채수일(전 한신대 총장) sooilchai@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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