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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 카자스, 아메리카 원주민 인권 대변자 되다

기사승인 2022.09.27  15:4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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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교의 역사와 성령의 역사 ⑷

▲ 바르톨로메 데 라스 카자스는 대항해 시대로 열린 신세계 인권의 선구자로 여겨졌다, ⓒGetty Image

1474년 스페인의 세빌라에서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라스 카자스(Bartolome de Las Casas; 1474-1566)는 스페인의 ‘정복의 황금시대’를 전혀 다르게 경험한 인물이다. 해방신학자 구스타프 구띠에레즈가 ‘최초의 해방신학자’라고 이름붙인 라스 카자스의 삶은 그가 1502년 28세 때에 그의 부친과 함께 하이티로 여행하기 이전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가 라틴어와 법학을 공부한 후 왜 신부가 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1507년 2년 동안의 로마 체류를 마치고 다시 라틴 아메리카로로 되돌아왔을 때, ‘도미니카 수도사’들에 의해 전개되던 저항운동을-유럽 인들에 의한 원주민의 노예화에 대항하는-험했음에 틀림없다.

1509년 크리스토프 콜럼버스의 아들 디에고 콜럼버스가 히스파니올라의 총독으로 임명되었다. 총독은 스페인 국왕의 지시대로 1503년 12월 20일에 선포된 칙령에 따라 원주민의 격리수용과 그리스도인과의 접촉 강요, 금광에서의 노동, 그리스도인을 위한 농산물 생산으로 몰아붙였다.

한 해가 지난 1510년 히스파니올라에 소수의 도미니카 수도사들이 선교를 위하여 도착했다. 그들은 원주민의 편에 서서 원주민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기 시작했다. 페드로 코르도바(Pedro de Cordoba)의 지도 아래 시작된 도미니카 수도사들의 노예사냥에 대한 저항과 1512년에 있었던 라스 카자스의 사제서품은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라스 카자스는 부친으로부터 큰 규모의 농장과 금광을 유산으로 물려받았다. 원주민들이 자기 농장과 금광에서 노예로 일하는 것이 사제인 라스 카자스(그는 1506년부터 이미 설교를 하고 고해를 들었다)에게 아무런 가책을 주지 않았다. 한 도미니카 수도사가 원주민을 노동시킨다는 이유로 라스 카자스에게 면죄선언을 거부했을 때에도 그것이 그에게 큰 충격을 주지는 못했다.

원주민 착취에 대한 회개

라스 카자스의 삶에 변화를 준 첫 번째 계기는 1511년 네 번째 대림절을 기해 시작된 도미니카 수도사들의 설교운동이었다. 후리아 안톤 몬테시노스(Fray Anton de Montesinos)는 세례 요한의 말씀, ‘사막에서 들려오는 소리’라는 제목을 선택했다. 거의 모든 주민들이 모였다. 물론 총독인 디에고 콜럼버스도 자리에 앉아있었다. 설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여러분은 모두 죽음에 이르는 죄에 빠져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죄 없는 인디언들에게 한 혹독한 행위들 때문에 여러분은 이 죄 가운데 살고 있고 또 이 죄 가운데서 죽게 될 것입니다. 무슨 권리로 무슨 정의를 가지고 여러분은 인디언들을 노예처럼 다룹니까? 무슨 권리로 여러분은 그들의 땅에서 평화롭게 살아온 인디언들과 가증스런 전쟁을 했습니까? 어떻게 여러분은 여러분이 강요한 험한 노동에 시달리는 인디언들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고 병을 치료조차 하지 않으면서 그렇게 억압할 수 있습니까? 매일같이 금을 캐기 위해 혹사당하는 인디언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아니 여러분들이 바로 인디언들을 죽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여러분은 누군가가 인디언들을 교화시켜, 세례를 주고 미사에 참석하고 성일과 주일을 지키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인디언들은 사람이 아니란 말입니까? 인디언들이 이성과 영혼을 갖고 있지 않단 말입니까? 여러분은 인디언들도 여러분 자신처럼 사랑해야 할 의무가 없다는 말입니까? 여러분은 아무런 느낌도 없습니까? 여러분은 깊고 냉담한 잠 속에 빠져 있습니까? 분명히 알아두시오, 여러분은 구원받지 못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으려던 터키인과 무어인들(8세기에 스페인을 침략한 아라비아인)보다도 여러분은 구원받지 못할 것입니다.

길게 인용된 설교문은 라스 카자스에 의해 거의 정확하게 기록되어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1) 설교는 인디언들의 억압현실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인디언 역시 유럽인과 마찬가지로 인간이며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확신을 표현한다. 하나님 앞에서 인간은 모두 평등하며 그리스도인은 인디언을 자신처럼 사랑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선언은 참으로 과격한 도전이었음에 틀림없다.

예배당이 술렁였다. 수군거리던 사람들은 미사가 끝나기도 전에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그러나 라스 카자스가 후에 지적한 것처럼 이 설교 때문에 회개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인디언에 대한 착취구조도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디에고 콜럼버스 총독과 왕실 장교들의 태도였다. 그들은 곧바로 스페인 왕 페르디난트 5세와 도미니카 수도회의 고위층에 사건을 보고하였다. 물론 그들은 도미니카 선교사들이 지금까지 전혀 듣지 못한 새로운 교리를 전파하며, 이 서인도 제국에서의 스페인 국왕의 지배권을 거부하기 때문에 송환되어 처벌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왕과 수도사들의 투쟁

1512년 3월 20일 스페인 국왕 페르디난트 5세는 디에고 콜럼버스에게 답장을 보냈다. 국왕은 도미니카 선교사들의 그런 태도는 그들이 좋은 신학적 기초, 성서와 법률에 대한 지식을 결여했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선교사들이 강대상에서나 다른 공개적인 자리에서 그와 같은 방식으로 발언하지 말도록 경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계속 그런 행동을 할 경우, 국왕이 도미니카 수도회에 보였던 우호적 태도에 변화가 있을 수 있고, 말썽을 일으키는 선교사들은 송환시켜 처벌할 것이라는 것도 부언한다.

국왕과 현지 총독, 수도원 고위층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도미니카 선교사들은 그들의 투쟁을 계속하였다. 프란치스카 수도원의 선교사들도 이 투쟁에 가담했다. 그들은 스페인 인들이 인디언들에게 행하는 악행은 파라오가 이스라엘에게 했던 것보다 훨씬 혹독하다고 비난했다. 불신자들의 육체적 행복과 자유가 그들을 죽음으로 운명지어진 노예 그리스도인으로 만드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확신했다.

누구든 지은 죄를 용서받기 원하면 그가 부당하게 획득한 것을 되돌려 주어야 한다고 설교했다. 나아가 그들은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 섬들과 새로운 땅에 그리스도인, 심지어는 선교사들이 이주하는 것도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까닭은 유럽 그리스도인들은 마치 불과 같아서 닿기만 해도 다른 모든 것을 불태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라스 카자스의 회심은 오랜 과정을 거친 것이었다. 스스로 대농장과 금광을 가지고 있던 사제인 라스 카자스가 도미니카 선교사들과의 만남을 통해 새롭게 각성, 회개한 후 처음 한 일은 그의 모든 재산을 포기하고, 그의 인디언 노예들을 석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의 부를 포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의 결단을 짓누른 것은 그로부터 해방된 인디언 노예들이 결국 다른 주인들에 의해 더 혹독하게 억압받거나 살해당할 것에 대한 인식이었다. 라스 카자스 밑에서 일한 인디언 노예들은 물론 훨씬 좋은 상태에서 살고 있었다.

이 당혹스런 딜레마에 부딪친 라스 카자스는 그러나 결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스도의 승천주일, 이웃사랑에 대한 설교에서 라스 카자스는 모든 인간이 해야 할 의무의 실천에 대하여 말하면서, 죄 없는 인디언들을 폭압하는 눈먼 자들이 소유를 나누지 않으면 절대로 구원받을 수 없다고 선포했다. 놀란 청중은 그들이 꿈을 꾸지 않나 당황했다.

농장과 금광의 공동소유자인 ‘벨라스퀘츠’는 라스 카자스의 재산포기선언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다시 생각할 시간을 주기까지 하였다. 라스 카자스의 결단은 단호한 것이었다. 그의 자발적인 가난 선택은 인디언의 변호자요 선교사로서 그가 취한 인디언과의 연대의 표현이었다. 그의 결단은 적대자들이 본 것처럼 ‘갑작스런 병적인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분명하고도 쓰디 쓴 결단’이었다. 그리고 라스 카자스는 도미니카 수도회에 가입하는데 그 때 그의 나이는 40이었다.

미주

(1) 맥켄니 굳페스쳐, 『십자가와 검: 남아메리카 교회사』, 김인수 역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출판부, 2000), 33-35 참조.

채수일(전 한신대 총장) sooilcha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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