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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백남기 농민 빈소에서

기사승인 2016.10.05  14: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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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호의 일흔 즈음>

일흔 생일 지난 다음 날
서울 하늘이 온통 미세먼지로 자욱한 오후
칠순은커녕 생일상도 못 차리는
가족의 안타까움 뒤로 하고
국가폭력 경찰 물대포에 쓰러진 317일 만에
백남기 농민 서럽게 숨을 거두었다
나보다 한 살 맏이 형
그 전에 만나 인사한 적 없지만
쓰러진 그 때부터 우린 친구가 되었다
그날 밤 우린 따로 차벽 앞을 배회했고
하필 물대포는 백남기를 쏘았다
나 같으면 좀 버티다
바가지로 욕이나 하며 물러섰을 텐데
쌀값이 너무 답답해서
먼 시골서 올라온 게 억울해서
땅을 벗 삼는 농부의 뚝심으로
오히려 눈 부라리고 청와대를 야단친 게
역린의 괴심죄가 되어
물대포의 각도와 세기가 살상용으로 바뀌고
그 한 방에 도시 아스팔트로 내팽개쳐지며
뇌진탕으로 말문을 닫았고
나는 멀쩡하게 구경꾼이 되었다
진상규명도 없고 사과도 끝내 없었다
그러니 책임자 처벌은 언감생심
오히려 관련자들은 포상에 진급이 따랐다
청와대 그 언저리에서 몰래 술잔 높이 들고
축배의 건배사 외쳤으리라
모든 사람 보는 데서 살상 물대포에
사살됐음이 불을 보듯 했는데도
또 다시 부검이다 어쩐다 하면서
두 번 세 번 죽이고 난도질하려는
막가기로 작심한 박근혜 막장 앞에서
수백 수천이 어깨 걸고 가슴 내밀며
우리가 백남기다 내 배 먼저 갈라라
밤 새워 눈물 흘리며 소리치는데
일흔 즈음 어쩌며 엉거주춤한 나도
새 친구 백남기 사살 진상규명 사죄하고
책임자 처벌 할 때까지라도
백남기로 살아야겠다 다짐해 본다

 

   
▲ 필자 이수호.

 

 

 

그는 전 전교조 위원장, 전 서울시 교육위원, 전 민주노총 위원장, 전 방송문화진흥회(MBC) 이사,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전 박원순 서울시장 공동선거대책위원장, 현 한국갈등해결센터 상임이사로 활동 중에 있다.

이수호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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