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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가 떠올랐다: 조지오웰 <동물농장>

기사승인 2016.08.11  13: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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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소한 남자의 소소한 독서>

오랜만에 다시 동물농장을 읽었다. 계기는 교회 청소년부 친구들과 독서토론 시간을 갖기 위해 책을 고르면서였다. 읽으면서 또 다시 이 짧은 글이 주는 통찰력에 감탄했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동물농장처럼 너무나도 유명한 책을 읽고 글을 쓰려니 여간 부담되는 것이 아니다. 이미 너무 많은 해석과 평론가들의 글이 있으며, 하다못해 중·고등학생들도 논술 과외를 받으며 자신의 입장을 정리했을 책이기에 거기에 내 생각하나 더하는 것이 의미 없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동물농장은 현대고전 반열에 올려놓을 책이다. 고전이란 무엇일까?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고전을 검색하면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예전에 쓰인 작품으로, 시대를 뛰어넘어 변함없이 읽을 만한 가치를 지니는 것들을 통틀어 이르는 말’ 그런 의미에서 보면 동물농장은 현대고전으로서 가치를 지닌다. 동물농장이 보여주는 통찰력은 시대를 뛰어넘어 변함없이 읽을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농장이 보여주는 통찰력이란 무엇일까? 동물농장은 유려한 우화와 풍자로 시대상을 고발하고 있으며, 견제와 감시 받지 않는 권력이 어떻게 부패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특히 새로운 지배계급이 어떻게 등장하고, 자리 잡으며, 옛 지배계급을 대체하는지 보여준다. 거기에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쓰였다는 장점까지 더해진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은 고전으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또는 간단한 검색만 해도 알 수 있듯이 동물농장은 먼저 역사적 정치풍자 소설로서 의미를 지닌다. 조지오웰은 동물농장에서 1917년 볼셰비키 혁명1) 이후 스탈린 시대에 이르기까지 소련의 정치 상황을 그리고 있다. 볼셰비키 혁명은 역사상 최초의 ‘사회주의’혁명이다. 이 혁명은 착취 계급의 제거를 통한 평등의 실현, 프롤레타리아트에 의한 지배, 생산수단의 공유화, 상속제 폐지 등 국가운영과 사회제도의 모든 방면에서 서유럽 국가들과는 다른 새로운 사회 건설을 목표로 내걸고 일어난 혁명이었다.2) 이들이 내건 가치들이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일까에 대한 서유럽의 관심은 대단했다. 동물농장의 탄생배경은 이런 역사적 자리에 놓여있다.

물론 동물농장은 위의 역사적 사회적 맥락에서 읽지 않고, 우화적으로도 읽을 수 있다. 동물농장은 풍자와 우화의 두 가지 독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작품의 탄생배경을 모른다 할지라도 작가가 의도 하는 것을 읽어내는 일은 가능하다. 이점은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 조지오웰의 능력이 빛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물농장을 더욱 풍성히 소화하려면 역사적 사회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신학교에서 성서주석 시간에 배우는 ‘삶의 자리(Sitz im Leben)’가 성서를 좀 더 입체적으로 보게 하고, 오독하는 일을 줄이도록 돕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동물농장 발간당시 유럽 사람들이야 저자가 무엇을 이야기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독자들은 입장이 다르다. 비록 그리 오래지 않은 백 년 전에 일어난 세계사에 기록된 사건이지만 동물농장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은 한국 독자들에게 남의 나라 이야기이며, 이미 지나가버린 사건이다. 때문에 동물농장에서 각 동물들이 어떤 인물을 묘사한 것인지 특정 사건들이 역사에서 어떤 사건들이었는지 참고하면서 읽으면 작가가 풍자를 통해 그 시대와 상황을 어떻게 말하는지도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독자는 작가와 더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 동물농장 번역본(민음사)의 경우 책 후반부 해설에서 현실세계와 이야기 세계의 연결 관계를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이해를 돕는다.

내 경우에는 처음 동물농장을 읽을 때는 시대를 초월하는 우화로 읽었고,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학생들에게 보충 설명을 해주려고 역사적 사회적 배경에 대해 유의하며 읽었다. 그러나 정작 토론을 할 때는 학생들이 소화할 준비가 되지 않아서 역사적 사회적 배경까지 나가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부족하다거나 큰 아쉬움이 느껴지진 않았다. 동물농장은 현대고전의 의미를 가지는 책답게 시대를 초월한 작가의 작법을 따라서 우화로써 읽은 내용을 나누기에도 시간이 부족했다.

우화로서 동물농장은 어떠한가?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감시받지 않는 권력의 속성과 독재의 추악함에 대해 읽어낼 수 있다. 이를 통해 작가가 주는 메시지는 권력 자체만을 목표로 하는 혁명은 주인만 바꾸는 것일 뿐 본질적 사회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대중들이 깨어나 지도자들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함을 말한다. 이는 결국 마르크스의 이상에서 출발했으나 실패로 끝나버린 러시아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전반적인 인간사회에 적용되어야 하는 말이다. 때문에 한국도 예외일 수 없으며 뿐만 아니라 기업을 비롯한 크고 작은 인간의 모든 집단에도 해당하는 말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 표현에 따르면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적인 힘"3)이 필요한 것이다. 그는 민주주의도 정치집단과 권력집단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없다면 후퇴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했다.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권력집단이 스스로 낮추지 않는다면 오만방자해지기 쉬운 사회다. 우리의 현대사는 그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때문에 한국에선 깨어 있는 시민과 대중들의 조직적인 힘이 더 많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정치집단 뿐만 아니라 대기업, 법조계, 언론기관처럼 힘이 집중되는 집단들은 그 기고만장함이 하늘을 찌른다. 최근에는 대중을 개와 돼지로 격하시키는 그들의 의식세계가 세상에 당당한 태도로 드러나기까지 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한국에는 수많은 동물농장의 독자들은 있지만 그 만큼 그 열매가 풍성히 맺히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레 나의 시선은 내가 몸담은 또 다른 집단으로 향한다. 한국 기독교계와 교회들은 조지오웰의 우화가 말하는 메시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장담하건데 결코 아니다. 한국 기독교계와 교회들은 신자들을 교회에 묶어두거나 헌신과 헌금을 강요하기 위한 목적의 성서공부나 잡다한 프로그램 따위는 어서 치워버리고, 그것보다는 동물농장 독서토론의 장을 만들어야 할 만큼 심각한 위험에 처해있다. 한국 기독교계에는 견제와 감시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지도자들 또는 권력을 형성한 집단들이 존재한다. 조지오웰의 표현으로는 여러 마리의 ‘나폴레옹’들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하는 이유는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기독교계의 지도자들과 권력집단의 비리와 추문들 때문이며 나름 교계에 몸담은 이유로 건너 듣는 이야기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탄생 배경에 대한 다양한 이해를 하거나 사랑으로 덮어 가기보다는 문제를 일으키는 다양한 ‘나폴레옹’들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시급하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교회는 성서 속 예수 그리스도가 말하는 지향점을 향해서 가야하는 집단이다. 그러나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예수의 빈자리를 꿰차고 앉아 권력화한 세력들의 경우 예수의 가르침에 충실하기보다는 자신의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 몰두해왔다. 그러다가 자신들의 비리와 추문이 들통 나거나 때론 깨어있는 소수가 이의를 제기할 때면 성서를 왜곡해서 궤변을 일삼거나, 이단으로 몰거나, 축출하기도 했고, 법적 조치로 재갈을 물리려도 했고 때론 철저한 무반응로 일관하기도 했다.

그런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참혹한 경고를 피하기 위해 전력을 다 했고 외면해왔다. 이런 모습은 동물농장에서 ‘나폴레옹’이 독재를 공고히 해나가는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특히 혁명을 성공한 후 세웠던 <일곱계명>4)이 소설의 막바지에선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All Animals are Equal, but Some Animals are More Equal Than Others)”5)로 변해버린 장면을 통해 현실 한국기독교계에서 예수의 이상을 따르지 않으면서 그 자리를 꿰차고 앉아 예수의 이상을 변질시키고도 뻔뻔히 세를 유지하는 부패한 자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다면 한국기독교계와 교회들에서 성직자집단으로 대표되는 권력집단화 되기 용이한 집단들이 ‘나폴레옹’화 되는 것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더 열심히 기도해서 가능할까? 아쉽게도 그 길은 답이 아닌 것 같다. 문제가 일어났던 기독교계 집단들에서 과연 기도의 양이 부족했을까? 결코 아니다. 이에 대해 조지오웰의 ‘복서’를 통해서 경고한다. ‘복서’는 동물농장이 점점 이상해져 갈 때도 “내가 더 열심히 한다” 와 “나폴레옹 동무는 언제나 옳다”라는 자기 신조에 취해 있었다. 그러나 결국 그가 힘이 떨어져 효용가치가 없어지자 ‘나폴레옹’에 의해서 말 도축업자에게  팔리게 되었다. 이미 한국기독교계와 교회에서는 ‘주님의 일’이란 명목아래 헌신하다가 신앙과 에너지가 고갈된 ‘복서’와 같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따라서 이제는 은혜, 주님의 일, 헌신이란 단어를 너무 쉽게 꺼내는 왜곡된 나폴레옹들의 등장을 막기 위해선 깨어있는 신자들의 견제와 감시가 필요하다. 그리고 합당한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신자들 스스로 은혜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책임을 져버려서는 안 된다. 그들이 말하는 은혜가 진짜 은혜인지 되물어야 한다. 교회를 예수 그리스도가 보여준 지향점으로 이끄는 길만이 진정한 은혜일 것이다. 이것은 성직자들만의 일이 아니다. 교회를 구성하는 모든 신자들의 몫이다. 때문에 권력화 되기 쉬운 한국 기독교계에서는 교계의 지도자 집단에 대해 다양한 구성원이 합리적 의심을 가지고 질문하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

신자들은 자신들이 혁명의 주체였다는 명예심에 도취되어 돼지들에게 모든 걸 일임하는 실수를 저지른 동물농장의 구성원들의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 자기만족적인 ‘그리스도인’이란 타이틀 또는 ‘00교회 교인’이란 타이틀에 스스로를 속이지 않아야 한다. 혁명 성공이후 동물농장의 다른 동물들이 돼지들과 동등한 혁명의 주체로서 <일곱계명>을 근거로 돼지들의 꼼수에 제동을 걸었다면 동물농장은 다른 마지막을 보여줬을 것이다.

나는 동물농장을 읽고 나서 당연하게도 한국 기독교계와 교회를 생각하게 되었다. 아마도 내가 위에서 제기한 문제에 대해 누군가는 여전히 일부만 그렇다고 할 것이다. 또는 자신이 속한 집단은 괜찮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부의 이야기라 믿고 싶은 일은 연일 터져 나오고 있으며 자신의 집단에 대해 괜찮다고 말하는 근거가 성찰을 통해서 하는 경우가 아님을 알기에 나는 조지오웰이 말한 깨어있는 대중의 필요성이 한국 기독교계와 교회에서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교회는 조지오웰이 동물농장을 통해서 경고한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기독교계와 각 교회들이 예수 그리스도가 보여준 지향점으로 가기 위해선 잘못된 이정표를 들고 다른 길로 헤매게 만드는 ‘나폴레옹’들을 쫒아내야 한다. 이 글을 쓰고 나니 두렵다. 이 글은 내가 스스로에게 놓는 덫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덫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하기 보다는 내가 또 다른 ‘나폴레옹’이 되지 않기를 바래본다.

<각주 설명>

1) 통상 러시아 혁명이라고 부른다. 1917년에 두 차례에 걸쳐 혁명이 일어났으며, 3월(구력 2월) 혁명은 차르 체제를 붕괴시켰고, 11월(구력 10월)의 혁명으로 볼셰비키는 권력 장악에 성공했다.(다음 백과사전)

2) 조지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동물농장』(민음사, 1998), 148쪽(옮긴이 도정일의 동물농장 작품해설 “동물농장”의 세계)

3) 고 노무현 대통령 묘비명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4) 조지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동물농장』(민음사, 1998), 26쪽

5) 같은 책, 117쪽

 

<필자 소개>

 

정주현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

예사랑교회 청소년부 전도사

아쉽게도 평범한 통찰력과 이해력을 가졌지만, 제 능력 이상의 성취를 원하는 욕심이 있다. 게다가 어렴풋이 느끼는 이상향, 옳은 삶, 행복한 삶에 대한 갈증 때문에 더듬거리며 갈 길을 찾으며 살고 있다. 그런 탓에 배움의 성취도 더디고, 삶의 여정도 매끈하지 않다. 그러나 다행이도 스트레스는 많이 받지 않아서 소박한 하루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 

이 지면은 카페에서 지인들과 읽은 책에 대해 수다 떠는 느낌으로 채우고자 한다.

정주현(예사랑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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