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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교회가 유독 동성애자에게만 돌을 던지는 이유

기사승인 2024.11.05  03: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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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훈, “동성애 차별금지 막는다고요. 다 쇼 하는 것입니다”

▲ 지난 10월 27일 세종로 일대에서 한국교회연합이 주최한 악법 저지를 위한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가 열렸다. ⓒ뉴시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10.27 악법 저지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가 열렸다.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인격과 가정을 파괴하는 동성애와 동성혼을 제도화하고 법제화함으로 다음 세대를 무너뜨리려는 세력들도 있습니다. 자연의 질서, 창조의 원리를 거스르는 이와 같은 행위들은 인구 소멸을 앞당기고 다음 세대를 무너뜨리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 명백합니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200억 원을 모아 “차별금지법과 같은 악법의 제정에 맞서 싸우겠습니다. 한국교회는 국민 여러분과 함께 가정을 지키고, 다음 세대를 지켜내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준비위원회가 만들어 배포한 한 포스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차별금지법/동성애 법(악법/하나님의 법을 거스리는 법)이 만들어지면 전도도, 설교도 할 수 없게 됩니다. 목사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됩니다. 교회는 무너집니다.(현 영국, 유럽 교회와 사회 등) 신앙의 후손들이 공무원이 될 수도 없고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끔찍한 세상이 반드시 오게 될 것입니다. 지금 일어나 연합하여 막지 못하면 한국 교회와 성도들에게는 큰 재앙이 임할 것입니다.”

성소수자 차별금지법이라는 악법 때문에 교회와 나라에 큰 재앙이 닥친다면, 70년 전부터 성소수자의 인권을 강조하며 차별을 반대해 온 서구 국가나, 25년 전부터 동성커플과 동성결혼을 순차적으로 합법화해 온 미국을 비롯한 37개의 선진 국가들은 이미 망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나라들은 전도도, 설교도, 목사도 할 수 없어야 한다. 이는 사실이 아니므로, 비기독교인들에게 한국교회가 ‘몰상식하고 시대 착오적인 거짓 선동가’라는 씻을 수 없는 오명만 각인시켜 줄까 염려된다.

‘소돔은 의인 열 명이 없어 멸망’(창 18:32) 했는데, ‘소돔이 동성애로 망했다’는 것은 1세기 유대 철학자 필로가 성경을 잘 못 해석한 가장 오래된 가짜 뉴스이다. 그리고 동성애 때문에 최근 서구 교회의 몰락을 가져왔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이다. 미국 교회가 쇠퇴하는 가장 큰 이유가 대부분의 보수적인 교회가 앞장서서 성소수자를 차별하기 때문이라는 호프 대학 사회심리학 전공 통게렌(Daryl Van Tongeren) 교수의 지적에 귀 기울려야 할 것이다. 0.3%에 불과한 한국의 성소수자 때문에 교회와 나라가 망하는 것이 아니다. 무수한 비리를 자정할 능력을 상실한 교회, 신앙은 고사하고 상식도 통하지 않는 시대착오적인 교회의 행태 때문에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10·27 집회를 주도하는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는 집회에 비판적인 의견을 경실련 등 여러 단체와 개인들에 대해 ‘마귀, 사탄, 바퀴벌레 같다’고 싸잡아 비난했다. 신앙의 본질에는 일치해야 하지만 다양한 신학적 입장 중에 자신들과 다르면, 모두 이단이고 사탄이라고 매도하는  배타적인 주장이야 말로 이단들의 전형적인 논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난 9월 제4차 로잔대회의 ‘서울선언’에 이어 이번 10.27 행사에서도 한국교회가 반동성애에 올인하고 ‘동성애자에 대해 당당하게 돌을 던지는 이유’는 이성애자로서 동성애는 자신과 전적으로 무관한 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첫째로 동성애를 죄라고 보는 이유는 범한 자와 범하지 않은 자가는 완전 구별되는 유일한 죄(?)로 보기 때문이다.
둘째로 이성애자들로서는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짓지 않은 유일한 죄(?)로 보기 때문이다. 이미 지은 죄들은 차고 넘치므로(불법 세습, 불법 건축, 헌금 횡령, 학력 위조, 가짜 박사, 표절, 불륜, 이단 옹호, 정교유착 등).
셋째로 이성애자들로서는 앞으로도 짖지 않을 자신이 있는 유일한 죄(?)로 보기 때문이다. 다른 죄들은 짖지 않은 자신이 없으므로(교만, 식탐 , 시기, 분노, 음욕, 탐욕, 태만)
넷째로 이성애자들로서는 동성애자를 정죄함으로써 은연 중이 자신은 비록 죄인이지마 동성애자보다는 의롭다고 착각할 수 있는 유일한 죄(?)로 보기 때문이다.
다섯째로 이성애자로서는 당당하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유일한 죄(?)로 보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간음한 여인에 대해 “죄 없는 자가 돌로 처라” 했으므로.

오래 전 어느 교회 장로 한 분이 평소 반동성애를 강하게 주장했는데, 그의 아들이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하는 바람에 그 교회를 떠났다는 얘기를 들었다. ‘자식 둔 부모는 남의 자식에 대해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이 옛 어른들의 교훈이다. 성소수자 부모들의 글을 보면 비슷한 사례가 아주 많다. 지금 동성애를 차별하고 혐오하는 목회자와 신자들이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당신들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실제로 겨우 13만 명(경찰 추산)이 모였다고 보도된 ‘200만 연합예배’가 열린 시간 근방에서는 “10.27 윤석열 지키기 연합예배”가 따로 모였다. 이 집회는 주관한 전광훈은 200만 연합 집회에 대해 “동성애 차별금지 막는다고요. 다 쇼 하는 것입니다”라고 퍼부었다. 좌파인 이재명을 따르는 국민이 절반인데, 그들이 “윤석열을 끌어내리면 동성애고 뭐고 나라가 끝장난다”고 외쳤다. 그리고 한 진행자는 ‘시대의 선지자 전광훈 총사령관을 중심으로 뭉치고 싸우고 이겨서 나라를 지키고 건지자’고 외쳤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한국교회의 못난 모습을 서로 경쟁적으로 과시하는 듯하였다. 가슴이 저려왔다.

허호익(김찬국기념사업회 회장)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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