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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s wrong? You are wrong!!!

기사승인 2024.10.04  23:4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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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사립학교 생존기 14

▲ 원어민 교사의 장점도 상당수이지만 단점 또한 만만치 않다. ⓒpublicdomainpictures.net

(욕과 험한 표현 주의!!!)

영어교육은 사립학교가 공립과 비교하여 절대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어필하는 영역이다. 일단 공립학교보다 많은 시수를 가지고 있고,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러나 학부모들에게 제대로 어필하는 지점은 따로 있다. 바로 원어민이 하는 수업, 그것도 어지간하면 전부 영미권의 백인들이다.

사립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이 원어민들과의 소통능력도 꽤 중요했다. 나 또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진 못하지만 1년간의 카자흐스탄 생활을 통해 습득한 생존 콩글리시로 원어민들과 간단한 의사소통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이들과 생활하면서 느낀 것은 사실 ‘부러움’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이들은 영미권 출신, 백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상당한 사회적 지위와 대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교육적인 소양이 부족하거나 인격적인 결함이 있어도, 그것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정도가 아니라면 그들은 대한민국의 학교에서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었다. 똑같은 일을 하는 한국사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말이다.

어느 겨울날, 스키캠프를 한참 지도하고 있는데 우리가 있는 스키장으로 원어민 둘이 합류했다. 이들은 학생들을 지도하러 온 것이 아니다. 우리 학교가 단체로 캠프를 왔으니 그들은 그저 ‘공짜로’ 스키를 즐기기 위해 왔을 뿐. 이런 것도 원어민을 학교에 붙잡아 두기 위한 부대비용인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아이들을 강습하는 슬로프로 올려 보내고 남교사들은 잠시 휴식차 리조트 안의 볼링장으로 향했는데, 이 때 원어민들도 같이 합류했다. 그런데 이들은 볼링을 치기보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뭔가를 ‘물색’하는 듯 하더니, 저쪽 레인의 여성 둘을 발견하고는 그쪽으로 유유히 자리를 이동했다. 이후 그들은 여성들에게 몇 마디 붙이더니, 바로 합석하여 커플끼리 놀러온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와, 저 생퀴들은 백인인 것 하나 때문에 뭐든지 그냥 프리패스네요.”
“뭐, 어쩌겠어, 이 나라에서 백인은 그냥 형님이잖어. 저거 신경쓰지 말고 우리 할 일이나 신경써.”

그들은 그날 밤에 숙소에 들어오지 않았고, 이튿날에 숙소로 들어와 함께 방을 썼다. 그들도 모든 것을 ‘프리’로 이용하기는 나름 미안했는지 양주 큰 것 한 병을 가져왔고, 남교사들은 그것을 함께 마시면서 마지막 밤의 피로를 풀었다.

한참 술이 익어갈 무렵 그들이 영어로 X라X라하는 이야기가 귀에 박혔다. 그들은 한국여성을 비하하며 “투~~~ 이지, 빗치” 이런 표현을 썼다. 남자들끼리 흔히 말하는 ‘여성 꼬신 무용담’으로 나름 공감을 얻으려 한 것 같은데, 이것은 이들에 대한 아니꼬운 마음을 갖고 있던 나의 ‘민족적 자존심’을 건드렸다.

“뭐? 이 eighteen 생퀴가!!!”

갑자기 분위기가 찬물을 끼얹은 듯 해졌고, 옆에 있던 선배들도 화들짝 놀랐다. 그들은 한국말을 못알아듣지만 만국 공통어인 ‘욕’은 알아들었을 것이다.

“헤이, 카라리 맨! 왔쓰 롱?”(그들은 나를 카라테맨이라고 불렀는데, 발음은 카라리맨으로 들렸다.)
“왔스 롱? 왔더빡이다. 열린생퀴야.”

선배들이 나를 잡고 일으켜 세워 밖으로 나갔고 나는 거의 강제로 떠밀려 다른 방으로 보내졌다. 대체 왜 그러냐고 물어서, 그냥 저 생퀴들 하는 짓이 꼴보기 싫었다고만 했다. 분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지만 취기가 돌아서 이내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그들은 먼저 돌아갔는지 숙소에 없었다. 선배들에게 어제 일에 대해 사과를 했고, 그 일은 술자리에서 ‘흔히’ 일어나는 해프닝으로 간주되었다.

이후 학교에서 그 원어민들과 마주쳤지만 그들도 그렇게 여겼는지, 혹은 기억이 안나는 것인지 평소와 같은 업무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영어란? 그리고 외국인, 백인종이란?’

여러가지로 마음이 착잡했던 순간이었다.

홍경종 교사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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