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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웨가 왕의 권력을 빼앗으실 때

기사승인 2024.09.08  02:5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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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기 목사와 함께 하는 <성서와 위로>

▲ Hans Holbein, 「Rehoboam’s Arrogance」 (1530) ⓒhttps://www.artbible.info/art/large/1036.html
왕이 포학한 말로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르호보암이 원로들의 조언을 저버렸다. 젊은이들의 조언대로 그들에게 말하였다. 내 아버지는 너희 멍에를 무겁게 하였으나 나는 그보다 더 할 것이다. 내 아버지는 가죽 채찍으로 너희를 치셨으나 나는 전갈 채찍으로 칠 것이다.(역대기하 10,13-14)

르호보암이 솔로몬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를 때 일입니다. 솔로몬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이스라엘 사회가 불안해지고 소요가 있었고 또 나라가 남북으로 갈라질 것이라고 예언하는 이도 있었지만, 아직 결정적이지는 않았습니다. 그 상태에서 솔로몬은 처음 출발과 달리 불명예스럽게 그러나 ‘탈없이’ 생을 마쳤습니다. 역사의 짐은 고스란히 후대에 떠넘겨졌습니다.

백성은 그 짐이 새로 등장한 르호보암 체제에서 덜어지고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사회가 도래하기를 기대했습니다. 반역혐의(?)로 솔로몬의 위협을 피해 이집트로 도피했던 여로보암이 돌아와 백성들과 함께 르호보암에게 국가에 대한 과도한 부담을 줄여 백성이 평안하게 살 수 있도록 새로운 정치를 요구했습니다.

왕과 백성은 외관상 지배와 피지배의 수직적 관계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백성들의 이러한 요구는 그 관계가 본질적으로 다른, 사무엘서에서 보는 대로, 계약에 기초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일깨워줍니다. 권력이란 그 계약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지 백성을 지배하고 억압하고 착취하라고 주어진 것이 결코 아님을 누구나 다 아는데도 권력이 거의 예외 없이 이런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으니 불가사의하다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왕에게 자신들의 요구를 놓고 협상할 수 있는 것이 권력을 통제하는 기본적인 방식일 것입니다. 르호보암이 백성의 작은, 그러나 당연한 요구를 수용했다면, 역사는 크게 달라졌을 것입니다.

그는 솔로몬 때부터 일했던 원로들에게 자문을 구합니다. 백성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백성은 르호보암을 왕으로 섬길 것이라는 대답을 받았지만, 그럴 의사가 없었는지 자기 주변의 젊은이들, 왕과 함께 신흥 권력층을 형성했을 자들에게 다시 자문을 구합니다. 이들은 원로들의 대책이 못마땅했습니다.

권력이 백성에게서 나오고 백성에게 기초한다는 것을 생각할 수 없는 이들은 권력의 힘으로 밀어붙이고 백성을 더욱 강하고 더욱 악랄하게 억눌러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백성을 적으로 삼는 이 대응책이 마음에 드는 르호보암입니다. 그의 마음을 읽어내는 듯한 주변 사람들입니다. 그의 마음, 그의 속내를 읽고 그것에 제동을 건다는 것은 지위와 권력을 잃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왕과 백성이 권력을 나누는 것이 원칙이어도 실제로는 왕과 그 세력의 권력독점이 일반적입니다. 르호보암 주변의 신흥세력은 백성에게 밀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백성이 자신들의 요구를 거절당한다고 무엇을 할 수 있으랴 하며 무시할 수 있고 짓밟으면 짓밟힐 것이라고 자신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백성은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 어떻게 할까요? 그들은 왕에 대한 지지 가능성을 철회하고 그들이 왕에게 준 권력을 회수했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남과 북으로 갈라졌습니다.

그런데 성서는 이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전합니다. 그뜻은 남북으로 나뉜다는 것 자체라기 보다 분열과정에서 드러난 권력의 독점과 오만에 경고를 보내는 것에 있습니다. 백성의 요구에 평화를 지향하는 하나님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백성이 짓밟히는 것을 하나님은 자신이 짓밟히는 것으로 받아들이십니다. 권력을 백성의 통제 아래 둠으로써 권력이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는 도구가 되기를 바라십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뜻이 실현되는 나라를 꿈꾸는 오늘이기를. 억압과 불의 가운데서도 하나님과 함께 하며 하나님의 깃발을 세우는 이날이기를. 하나님께서 이준과 태후와 아이들과 민아와 민채에게 평화의 나라를 이루는 지혜를 주시는 지금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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