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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후보자는 누구나 될 수 있는 것인가?

기사승인 2024.03.26  02:4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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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와 아마추어 그 어디에 있는 정치인

▲ 정치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Getty Images

나는 정치에 적지 않은 관심을 갖고 있다. 5년마다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나, 4년마다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때가 되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족하지만 나의 입장과 견해를 밝히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내가 현장에서 정치를 직접 경험한 적은 없지만, 치러지는 선거가 어떤 선거가 되어야 할지, 좋은 정치인과 나쁜 정치인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지, 어떤 정책이 제시될 때 사회적 약자들이 희망을 바라볼 수 있을지 등 나름대로 나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것이 좋은 정치를 위한 최소한의 책임이라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특별한 법률의 제정이나 정책적인 결정이 국가와 사회의 시스템을 바꾸고, 국민 삶의 질을 결정할 만큼 중요한 변수라서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를 무관심하게 방치해서도 안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선거 시기가 도래하면, 정치훈련을 거친 적도 없고, 정치 현장의 경험도 없는 정치 초년생들이 정당의 추천을 받아 후보자가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나는 그들을 볼 때마다 불편할 뿐 아니라 그들에 대해서 그리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정치는 정치인으로서의 전문성을 토대로 운영되어야 하는 영역인데, 어느 특정한 영역에서 대단한 성공을 이룬 사람이라고 해서,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유명인이라고 해서, 또는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탁월한 전문가라고 해서, 정치인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정치인이란 인기투표하는 것처럼 선택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정치는 일정 기간 정당 활동을 하며 정치적 훈련을 거친 사람들이 감당하는 정치 전문가들의 영역이 되어야, 국민은 정치를 신뢰하고 희망을 볼 수 있다. 운전면허증을 막 교부받은 운전자가 운전 교습 없이 바로 자동차를 운전한다고 하면, 우리가 그 자동차를 안심하고 쉽게 탈 수 있을까.

우리의 정치 역사에서 갑자기 정치인이 된 사람들 가운데 국가와 국민에게 감동을 주며 정치적으로 제대로 기여한 사람이 얼마나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동안 국회를 지나간 유명인들이 적지 않았다. 영화배우 출신도 있었고, 코미디언 출신도 있었고, 체육인 출신도 있었다. 아나운서 출신도 있었고, 판검사 출신도 있었고, 교수 출신도 있었다. 물론 성인(成人)인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나이나 성별이나 출신과 상관없이 선거권과 피선거권의 권리를 지닌다.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후보자가 된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그러나 정치가 소꿉장난인가. 한때 국민적인 인기를 구가했던 어느 코미디언이 지역구에서 당선되어 의정활동을 한 적이 있다. 그는 지역주민들의 선택으로 국회의원이 되었지만, 의정활동을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끼어 입은 것처럼 여겼다. 그는 의정활동 중에 국회의원 세비를 반납하기도 했고, 나중에는 사퇴서를 제출하기까지 했다.

당시 그 코미디언 출신 국회의원이 다음 총선의 불출마를 선언하고, 연예계에 복귀하면서 남긴 말은 전설이 되었다. “여기 국회에는 나보다 코미디를 더 잘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코미디 공부 많이 하고 떠난다.” 돌아보면 그는 정직하고 양심적인 사람이었다. 정치훈련 없이 나온 자신의 한계를 명확히 보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정치철학도, 정치인으로서의 사명감도 없이 정치권력에 대한 이기적인 욕망과 부수적인 특권만을 누리려는 정치 모리배들이 그의 눈에는 코미디보다 더 우습게 보였던 것일까. 정치는 더러운 것이 아니다. 더러운 정치인들이 정치를 더럽혀서 더러워지는 것이다.

그러나 순수한 마음으로 정치에 입문한 사람이라도 더럽혀진 정치 현장에 들어와 오염되어서 정치를 더욱 더럽히고 있는 것이 오늘 정치판의 악순환이다. 정치는 타협을 위한 고도의 기술이다. 다양한 주장과 의견들 가운데 어느 하나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공익과 보편선을 위해서 서로 양보하고 조율하고 협력하면서 한 발자국이라도 진전시키는 과정이다. 정치훈련이 없는 이들의 타협은 사적 이익에 야합하는 더러운 협잡이나 더 나은 타협을 쉽게 포기하는 게으른 타협으로 왜곡될 위험성이 높다.

나는 모든 정치인 지망생이 선거에 나오기 전에는 정당을 중심으로 정치훈련과 경험을 충분히 하고 나오기를 기대한다. 드디어 후보자로 공천받아 선거에 나올 때는 정치인으로서의 철학과 각오를 명확히 밝히고, 향후 누리게 될 특권을 포기하거나 축소하겠다고 선언할 것을 기대한다. 그리고 자신이 당선되어 정치인이 되었음에도 자신의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거나 정치인으로서의 결격 사유가 드러나면, 언제라도 사퇴서를 제출하겠다 약속하고 꼭 그대로 실천할 것을 기대한다. 그동안 유권자로서의 국민은 정치 모리배들에게 많이도 속아 왔다. 그들은 선거 유세할 때 도로변이나 로터리 한쪽에서 허리를 90도 꺽고 국민의 일군으로 국민만을 바라보며 섬기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당선되고 난 후에는 국민을 모르쇠 하며 오로지 자신의 사적 이해관계와 이익만을 추구하고, 정치인의 특권을 누리는 데 혈안이 되었기 때문이다. 제발 이번 총선에서는 정치 모리배들이 정치 현장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을 기대한다면, 이는 나만의 허상(虛想)일까.

정종훈 교수(연세대학교)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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