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내일은 2022년의 태양이 떠오를 테니까

기사승인 2021.12.31  15:51:48

공유
default_news_ad1

- 여행보다 낯선 라오스 이야기 ③

▲ 돈콩섬은 우리가 가본 곳 중에서 가장 작은 지역이었지만 반대로 가장 생기있는 곳으로 기억된다.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이 코로나 시기라는 사실도 잊게 되었다. ⓒ관택·유은

2021년의 마지막 날.

인디와 나는 일주일째 라오스 남부를 탐방하고 있다. 이번 일정을 통해 우리는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광과 미소가 멋진 사람들을 만나며 라오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중이다. 

“사바이디-”

가는 곳 마다 미소와 함께 서로를 향해 놉므(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는 인사)하는 이 곳의 인사는 남부에서 더욱 정겨운 힘을 발휘한다. 시골 분들의 몸짓과 눈빛 속에는 의례적이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을 진심으로 환대해주는 묘한 힘이 있으신 듯하다.

900km 가까운 거리를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여러 지역 거점들을 들렸는데, 코로나로 인해 이동과 모임이 제한되어 갑갑했던 비엔티안과는 달리, 남쪽의 지방 도시들은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교복입은 아이들도 만날 수 있었으니 말이다.(이 곳은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모두 교복을 입는다.) 생각해보니 대면수업이 중지되었던 터라 지난 8개월 동안 교복입은 학생들을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라오스 최남단에 있는 시골 섬마을 학교에 가서 아이들과 함께 노닥거리다 보니 어느새 코로나가 완전히 끝나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평범한 일상과 자유로운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 번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고, 하루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시간이었다.

▲ 라오스 최남단 시판돈은 메콩강에 떠 있는 4,000개 섬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그 중 돈뎃섬에서 바라본 메콩강의 일몰은 화려하기 보다는 경건하다. ⓒ관택·유은

이번 라오스 남부 여정 가운데, 나로서는 난생처음으로 해본 것들이 많았는데 열거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커피 산지인 볼라웬 고원의 숲 한 가운데 위치한 숙소에서 1박을 했는데, 정말 쏟아질 듯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들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몽골 사막에나 가야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별밤이 여기에도 있네.

2) 4,000개의 섬으로 이뤄진 시판돈에서 2박을 했는데 돈뎃섬과 돈콘섬을 오고가는 거리가 상당했기에 부득이 오토바이를 빌려 탈 수밖에 없었다. 스쿠터가 아니라 수동 오토바이 밖에 없어서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도전. 덕분에 인디와 둘이서 계획에 없던 바이크 여행을 하게 된 셈이다. 라오스인의 발이 되어주는 가장 기본적인 교통수단이기에 오토바이를 언젠가는 꼭 타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기회가 빨리 왔다.(무섭긴 했음)

3) 라오스에서는 소, 개, 염소, 닭 등 귀여운 동물들을 일상 가운데서 정말 많이 볼 수 있다. 그 중에 가장 사랑스러운 동물이 염소인데, 글쎄 돈콘섬에서 아기염소가 나를 찾아왔다. 심지어 품에 안아보았는데도 도망가지 않는다. 무게가 거의 안느껴지는 작은 생물체를 안고 어쩔 줄 몰라했던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

4) 시판돈에 사는 섬마을 사람들의 기본 교통수단은 모터가 달린 작은 배이다. 저마다 배를 몰고 출퇴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치 비엔티안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출퇴근 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겹쳐보였다. 이 곳에선 배가 사람들의 발이구나. 그러한 느낌을 가진채 그 배를 타고 메콩강 투어를 하는데 독특한 액티비티 체험이라기보다는 왠지 이곳에 살면 어떨까를 깊이 고민해 보았던 시간이었다. 타문화권에 정착한다는 것은 이처럼 신기한 체험과 일상이 끊임없이 교차되는 정말 신비로운 경험이다.

5) 오토바이를 타고 한 마을에 들어갔는데 학교에 유독 아이들이 많았다. 마침 휴식시간인지 남자 아이들은 세팍타크로(운동경기)를 하고 있고 여자 아이들은 교실 옆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가 조심스레 다가가자 엄청난 관심을 보인다.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고, 교실로 안내한다. 나름의 환대를 받으며 혹여 실수하는 건 아닐까 계속 주변을 살폈다. 한국에선 낯선 어른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것을 조심해야 하니까 말이다. 개인적으로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음에도 이 곳 아이들을 만나면서 설레였음을 고백한다.

▲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있는 <왓푸 사원>은 리틀 앙코르와트로 불린다. 실제로는 캄보디아에 있는 앙코로와트보다 수백년 앞서 건축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사원의 대부분이 유실되어 아주 작은 부분만 남겨져 있지만 산위에 있는 사원에 올라 넓게 펼쳐진 평원을 바라보니, 과연 이 곳에 사원이 건축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관택·유은

어제 라오스 최남단인 시판돈을 떠나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우리는 지금 타켁이라는 중부지방의 작은 도시에 머물고 있다. 메콩강을 사이에 두고 태국을 마주하고 있는 타켁도 참 조용하고 아름답다. 강 건너 번쩍거리는 태국과 비교하면 조금 어둡고, 소박하지만 나름의 정취가 우리를 감싸준다. 참 사바이하다(평안하다)

잠시 후, 집(비엔티안)으로 출발하면서 일주일간의 여정이 마무리 된다. 남부지역 탐방과 함께 한 해를 동시에 마무리 하는 날. 여전히 불투명하긴 하지만 새롭게 시작될 우리의 일상이 더욱 기대된다. 누가 뭐래도 내일은 2022년의 태양이 떠오를 테니까.

관택·유은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