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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사앗 소금공장에 가다

기사승인 2021.08.20  15: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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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보다 낯선 라오스 이야기 ②

▲ <콕사앗 소금공장>에서 생산되는 소금들 ⓒ관택·유은

드디어 <콕사앗 소금공장>에 다녀왔다. 막상 ‘콕사앗’이라는 지명도, 또 ‘소금마을’이 아니라 ‘소금공장’이었다는 사실도 직접 가보고서야 알게 되었을 만큼 무지한 상태로 방문했지만 나름 굉장히 인상적인 곳이었다.

라오스 여행 책자와 블로그 등에 주로 소개되어 있는 <콕사앗 소금마을>은 수도 비엔티안에서 주요 관광지인 방비엥에 갈 때 잠시 들리는 패키지코스의 일부로 알려진 곳이다. 그래서 얼핏 알기로 주변에 소금산이 있어서 그 곳의 암석을 이용하여 소금을 채취하는 마을이겠거니 단정 짓고 자세히 알아보거나 하지 않았다. 사실 패키지여행의 코스이긴 하지만 관광지라고 하기에는 별로 볼 것이 없다는 소문을 익히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얼마 전 <콕사앗 소금마을>이 우리 집에서 자동차로 겨우 30분 남짓 거리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호기심이 발동하여 충동적으로 핸들을 잡게 되었다. 가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으나,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작은 난관에 부딪혔다. ‘콕사앗’이라는 마을을 찾긴 했는데 어딜 봐도 소금마을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작은 마을을 차로 한 바퀴 도는 동안 눈에 보이는 풍경은 여느 평범한 마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금마을’이라고 하면 자고로 염분을 품은 하얗고 커다란 암석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고 마을 주민들이 소금 덩이에 둘러싸여 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리 둘러보아도 그러한 흔적을 찾을 수 없어서 난감했던 것이다. 점점 초조해지는 가운데 마침 눈을 마주친 마을 주민에게 “끄아?”(라오스어로 소금)라고 아주 짧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감사하게도 그 분께서는 손가락으로 어딘 가를 가리키신다.

‘이 마을이 아니라, 다른 마을인가보다.’ 하고 손가락이 향한 방향의 모퉁이를 돌아 나가는데 울타리로 둘러싸인 학교 같은 건물 담장이 나타났다. 노란색 간판에는 <홍안 끄아 콕사앗…>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홍안’이라면 공장을 가리키는 라오스 말이다. 알고 보니 이 곳은 ‘소금마을’이 아니라 ‘소금공장’이었다. 순간 실망감이 밀려왔다. 운치 있는 마을의 정경을 기대했는데 공장이 웬 말인가. 하지만 공장이 거의 없는 라오스에서 ‘공장’을 만난 것만도 흔치 않은 일이기에 일단 들어가 보기로 했다.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공장 문은 열려있었고, 수위 아저씨가 우리를 밝은 미소로 맞아주었다. 입장료도 따로 받지 않으면서 외지인을 반기는 것이 조금 생경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공장 안은 마치 커다란 목재공장 같았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염전 시설이 있을 것 같지 않아서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매캐한 나무 태우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 소금을 채취하기 위해 철판 위의 소금 알갱이들을 젖고 있는 여성 노동자 ⓒ관택·유은

냄새를 따라가니 드디어 뭔가가 나타났다. 눈앞에는 하얀 소금이 쌓여있었고, 소금을 담은 커다란 바구니들도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염전의 형태는 아니었다. 주로 여성분들이 일을 하고 계셨는데 물이 가득 담긴 넓은 철판을 석가래 같은 것으로 휘휘- 휘젓고 있었다.

철판은 장작불로 데워지고 있었는데, 철판 안에는 응고되기 직전의 소금 알갱이들이 눈에 보였다. 아마도 한국의 염전에서 태양열로 수분을 말리면서 소금을 채취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이 곳에서는 물을 끓여서 수분을 말린 후에 소금을 채취하는 것 같았다.

소금산에서 가져온 염분 가득한 암석으로부터 소금을 채취할 것이라 예상한 내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이 분들이 끓이고 있는 물은 다름 아닌 땅 속의 지하수였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 지역의 지하수에는 염분이 가득하다고 한다. 그 지하수를 1차로 햇빛에 말리고, 2차로 장작불로 끓여서 순도 높은 소금을 얻어내는 것이다.

상상해보면 지하수를 처음 발견했던 마을 사람들로서는 얼마나 황당했을까 싶다. 기껏 물이 필요해서 땅을 팠더니 짜디 짠 소금물이 펑펑 터져 나왔으니까 말이다. 그 때 이 곳 콕사앗 사람들은 성서 속에 나오는 마라의 쓴물을 만난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절망했을 것이다. 그리고 콕사앗은 한 동안 저주받은 땅으로 불리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먹을 수 없는 물이 솟아나는 죽음의 땅, 콕사앗.

하지만 저주받은 땅은 어느새 금만큼이나 값어치가 있다는 소금이 마구 솟아나는 땅으로 바뀌었다. 절망은 환희로 바뀌고, 소금을 찾아 수많은 사람들이 콕사앗으로 모였을 것이다. 소금으로 인하여 이 마을에는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을까. 옆 창고에 가득 쌓인 하얀 소금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애잔함이 밀려왔다.

이 소금은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무더운 장작불 앞에서, 또 끓은 물 옆에서 고생하는 노동자들의 땀방울에서 부터 시작된다. 노동자들의 손길로부터 금 같은 소금이 창조되고, 저주받은 땅은 복 받은 땅으로 거듭난다. 그 변화의 과정을 상상하니 하얀 소금 무더기와 늘어선 바구니의 풍경이 얼마나 아름답고, 대단해보이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어디 이 곳 콕사앗의 이야기뿐일까. 이 땅의 모든 곳은 결국 노동하면서 땀 흘리는 아름다운 사람들 덕분에 복된 곳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 힘겹지만 가열찬 손길과 발길이 만들어 가는 기적 같은 변화를 향해 우리의 눈길이 닿을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하다.

▲ 소금 알갱이들을 철판 위에 놓고 가열해 소금을 채취한다. ⓒ관택·유은

관택·유은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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