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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열심히 뛰었다

기사승인 2021.12.08  19:3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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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경 이야기 ⑴ 사자모 소리

며칠 전에는 서울을 다녀왔다.

약속을 앞두고 짬이 난 동안에 다른 곳에 잠시 들러서 가게 되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이동하기로 하고 서둘러 챙기기 시작했다. 남편은 두 곳의 목적지를 가는 방법과 시간을 검색하고 있었다. 준비하여 나오라며 분리수거 용품들을 양손에 들고 먼저 현관문을 나섰다.

후다닥 옷을 입고 나왔다. 엘리베이터가 마침 내려오는 중이다. 재빨리 버튼을 눌러 잡아타고 땅을 딛으러 갔다. 주변을 두리번거려도 남편이 보이질 않는다. ‘어차피 버스를 탈 것이니 정류장에서는 만나겠구나’ 하는 생각했다. 그리고, 단지를 나와 버스정류장을 향하는 동안도 안 보인다. 휴대전화를 꺼내어 전화를 걸으며 빠르게 걷기 시작하였다.

사거리 큰 횡단보도를 건너, 서서 전화기를 들고 있는 남편이 보인다. 작은 키가 멀리 있으니 더 작아 보인다. 횡단보도 신호가 마침 바뀐다. ‘어차피 기다릴 테면서 아파트 앞에서 기다리면 좀 좋아? 혼자서 저만치…’ 시간이 빠듯하다며 준비하는 사이 채근하는 전화까지 하더니만, 쌤통이다. 같이 가려니 별수도 없다.

그런데, 웬일인가! 내가 길을 건너는 것이 보이자 그대로 버스 정류장으로 혼자 걷기 시작한다. 이왕 기다렸다면 만나서 가는 것이 아니었다. 일반적인 기대에도 벗어나고, 평소와도 달랐던 남편이 괘씸하였다.

삼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남편은 평소 가까운 곳은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 되고, 버스이동은 잦지 않았다. 그나마도 자주 가서 이용하는 장소들은 노선 몇 개만 알면 되고. 그래서였다. 환승을 하려는 곳 근처로 가는 버스가 당도하여 타자고 하니, 안 된다면서 나를 붙잡는다. 400번을 타면 바로 환승이 된단다.

‘Oh, my God~!’

휙 돌아보았다.

‘야!!!!!!’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고려한 바, 말줄임표 개수만큼 속으로 엄청 크게 소리를 질렀다. 대신, 강력한 눈빛으로 응시하였다. 레이저 눈빛의 발사!

“남편 씨, 여기는 400번이 오질 않아요. 그건 저쪽 아파트 앞의 정류장이란 말이야.”

2분. 도착까지 남은 시간이다. 가뜩이나 시간이 빠듯하다더니 배차간격도 큰 버스인데 놓치면 큰일이다.

“뛰어!” 하는 말을 내뱉었지만 몇 발짝을 가지도 못해서 숨이 차오른다. 남편은 이번에도 또 앞서 달려가 정류장에 당도해서 버스정보를 확인 중이다. 나는 혹시나 버스가 올까 맘 졸이며 올 방향에 시선을 돌려 걷다 뛰다 하며 도착했다. 정류장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른다. 열선으로 엉덩이가 따뜻하게 달궈지니 서운한 마음도 좀 사그라든다.

마침내는 시간 안에 도착하였다.

시간을 꽉 채우고서 볼일을 보았다. 함께 차 마시기를 권하였으나, 다음 목적이 차 마실 약속이기도 하려니와 시간도 다시 촉박하다.

“서둘러야 하는데 여기서 빨리 가려면 전철역으로 가면되나?”

남편이 물었다.

“여보, 여기서부터 목적지까지 대중교통 검색을 빨리해봐.”

어느 쪽이든 빠른 방향 선택이 가능할 큰 사거리 횡단보도 앞에서 검색을 시작하였다. M버스가 빠른데 정류장이 도보로 13분이라며 날쳐다본다.

“여보, 가자! 게다가 도보이동은 시간단축도 가능해.”

대답을 하고서 다시 외쳤다.

“뛰어!”

일단 점멸되어가는 신호의 횡단보도부터 질주를 시작했다. 도보 13분이란 거리가 2,3분 만에 완파될 거리가 아니었다. 헉헉거리며 마스크를 조금 내려 공기를 한숨 들이마셨다.

“버스 도착 2분전인데, 무리겠지?”

다음 버스는 17분 뒤 도착이라 하니 되든 안 되든 또 뛰어보는 수밖에.

“여보, 버스정류장이 큰 길을 건너는지 안 건너는지 확인해봐.”

차오르는 숨으로 말하였다. 길을 건너야 한단다. 마음처럼 빨리 갈 수가 없다. 또 남편은 혼자 앞서서 달려간다.

‘아니, 무슨 경주대회도 아니고 혼자서 내질러 달려가는 건 뭐야. 기다릴 거면서.’

진짜, 흠, 칫, 뿡이다.

학창시절 오래달리기 이후 오랜 맛에 느껴보는 피 맛에다 혼자 뛰어가 버리는 남편까지 괴롭다. 그래도 겨를이 없다. 큰길 건너야하는 것이 시간을 단축하는데 도움이 안 될 것이었으나, 지치기 시작하는 나에게 신호기다림은 도움이 되어주었다.

‘저거 봐. 기다리게 되면서.’

반대편 차선에서는 정지하여 있는 남편을 지나서 버스가 쓰윽 지나간다. 길 건너만 쳐다보던 남편은 그제서야 뒤를 돌아 나를 본다.

장사모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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