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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뿔싸, 이번엔 반대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기사승인 2021.12.22  23: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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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경 이야기 ⑵ 사자모 소리

▲ 처음 가보는 서울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Getty Image

버스가 지나가고 마침내, 우리는 횡단보도에서 만났다. 나의 마음속에서 어떠한 감정이 있었는지 남편은 알지도 못하고, 묻지도 않는다. ‘목적을 향해 간다는 것은 그런 것인가?’ 야속한 마음으로 혼자서 속으로 생각한다. 또 엉덩이가 따뜻해진다.

주일에 교회 로비에서 만난 권사님 생각이 났다. 계절도 그렇고 유치하지만 딱 떠오른 것이 루돌프 사슴코 마냥 끝이 빨갰다. 대중교통을 타고 교회에 오셨단다.

“쓸 데 없이 버스정류장 같은 데에 돈을 쓰냐고 하는 사람들은 그런 거 몰라.”
“그렇죠? 권사님, 저도 지난 주 버스 기다리는 동안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얼른 손을 잡아 조금이라도 빨리 따뜻해지라고 문질러드렸다. 손에 소독제를 다시 문질러야 되서 식겠지만 그래도 요즈음 같이 추운 계절에는 온기를 조금이라도 더하고 싶은 마음이 절실한 것 아닌가? 꽁꽁 언 것을 녹여내는 작은 온기가 고맙다.

이 곳 승강장에서 탈 수 있는 다른 버스는 있는지 남편에게 물었다. 그렇잖아도 검색 중이던 남편은 다행히 환승하면 되는 일반버스가 있단다. 66번. 기다리던 버스는 어플에서 확인한대로 3분 뒤에 도착하였다.

삑.삑.

버스카드를 찍고 둘은 자리에 앉았다. 오후 시간이라 버스의 자리가 여유로워 앉아갈 수 있다. 남편에게는 자녀의 유학을 상담하기 위해 오늘 서울에 간다던 권사님과 통화를 하라고 권했다. 남편은 전화통화로, 나는 집사님과 메세지를 주고받으면서 각자 숨을 고르고 여유를 회복한다.

버스가 벌써 몇 정거장이나 지났다. 탑승하면서 목적지까지 예닐곱 정류장을 지나면 된다고 들었다. 다음 정류장의 안내를 귀 기울이며 어디쯤이나 왔는지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여보! 빨리 내려야 돼!”

영문도 모른 채 나를 쳐다보는 남편을 재촉하여 끌고 내렸다. 우리는 반대편으로 가고 있었다!

약속한 시간에 맞추어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엉망이 되었다. 바쁜 틈이라도 내어주신 덕분에 그나마 2겨우 두 시간을 뵐 수 있는데 말이다. 건너편의 정류장을 바로 건널 수가 없어서 대로를 한참 또 뛰었다.

“버스 오는데 몇 분이나 걸리지?”

질문하는 내게 남편이 답을 하려는 그때에 연달아 들어서는 3대의 버스. 맨 뒤에 바로 그 버스가 왔다. 미처 답을 하고 들을 새도 없이 우리는 동시에 버스가 서있는 곳으로 빠르게 갔다. 조금이라도 일찍 타려는 마음이 말하지 않았지만, 동시에. 승강장 도착보다 앞서 탔다.

약속을 늦게 되어 버스를 타고서 지연을 알리기 위해 연락을 하였다. “No problem!” 여느 때처럼 편하게 답해주신다. 30분가량 늦을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서울에 입성하는 터널에서부터 교통이 지체되어 예상보다도 30분이나 더 늦었다.

여차저차 장소를 이르러서도 우여곡절이 계속된다. 건물의 입구를 찾는 일이다. 나는 직감적으로 횡단보도를 건너고 왼쪽으로 가려했으나, 남편이 저기인 것 같다며 가리키는 방향은 반대였다.

아니나 다를까 가는 길에 만난 위치 안내판을 확인하니, 또 틀렸다. 다시 달렸다. 이제는 진짜 다 왔다. 발열체크와 방문자 등록을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이럴 수가! 한시름 놓고 있던 우리에게 선택은 끝이 아니었다. 내리자마자 또 양쪽으로 난 복도다. 이번에는 각자 다른 방향으로 갔다. 나는 왼쪽, 남편은 오른쪽.

그런데, 우리는 목적지 앞에서 다시 만났다.

장사모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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