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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탓과 남 탓만 하는 개신교 목사들

기사승인 2020.02.23  17:3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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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심판받는가?(아모스 9:7-8)

7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이스라엘 자손들아 너희는 내게 구스 족속 같지 아니하냐 내가 이스라엘을 애굽 땅에서, 블레셋 사람을 갑돌에서, 아람 사람을 기르에서 올라오게 하지 아니하였느냐 8 보라 주 여호와의 눈이 범죄한 나라를 주목하노니 내가 그것을 지면에서 멸하리라 그러나 야곱의 집은 온전히 멸하지는 아니하리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오늘 드리는 설교는 교단 ‘한국기독교장로회 목회와 신학 연구소’의 요청으로 기장 총회 회보에 실렸던 설교문입니다. 회보에는 짧은 글을 실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핵심밖에 적지 못했지만, 지금 시기에 필요한 말씀이라고 생각되어 조금 더 글을 첨가하였습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나라가 어수선합니다. 언론은 끊임없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고, 정치인들도 여기에 합세하여 공세를 펼칩니다. 총선을 앞두고 야당은 정부 탓하기 좋은 소재를 얻은 듯 합니다.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이런 시기에 개신교 교회에서 선포되고 있는 설교들입니다. 특히 보수 교회들에서는 코로나19 전염 현상이 하나님에 의한 심판이라는 설교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중국이 기독교를 박해하기 때문에 하나님으로부터 심판을 받는다고 말합니다. 어떤 분들은 정부가 공산주의자로 가득 차서 하나님께서 심판하신다고 말합니다.

이분들의 설교는 구약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심판에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심판과 구원은 기독교에서 중요한 사상입니다. 하나님의 심판을 피하고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을 얻자는 말씀은 우리 그리스도인이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할 생각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점은 구약 성경을 가지고 설교를 전하시는 많은 분이 말씀의 단편적인 일부만을 가지고, 그것이 전체인 척하면서 자신이 지지하는 사상, 정치적 견해 등을 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연 그것이 예언자들이 선포했던 심판의 말씀인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치셨던 말씀인지, 우리는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에 대해 오늘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반전의 예언자 아모스

드고아 목자 출신인 아모스는 이스라엘을 향해 예언을 선포합니다. 그가 입을 떼 처음 선포한 예언은 다메섹이 심판받으리라는 선언이었습니다. 다음으로 가사, 두로, 에돔, 암몬, 모압에 대한 심판을 선언합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주변국들로 이스라엘과 유다의 가장 큰 적대국은 앗수르였지만, 끊임없이 이들과 다투던 나라들입니다. 또 아모스는 북왕국 이스라엘의 예언자였기 때문에 남왕국 유다에 대한 심판도 선포합니다.

▲ 왼쪽부터 정동수 사랑침례교회 목사, 장상길 송도주사랑교회 목사, 박경배 송촌장로교회 목사.

아모스의 심판 예언을 듣고 있던 사람들은 그의 이방 나라 심판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목소리에 집중했을 것이고, 하나님께서 내리실 이방 나라에 대한 심판을 기대했을 것입니다. 어쩌면 상당히 통쾌한 기분을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 순간 아모스의 선포는 반전됩니다. 2장 6절에서부터 마지막 9장까지 아모스는 북왕국 이스라엘의 멸망을 선포합니다. “너희가 하나님을 버리고 떠났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이방 국가뿐만 아니라 너희들을 심판하시리라”라고 선포합니다.

아모스의 심판 선언이 얼마나 처참하였는지, 아모스 7장을 보면, 벧엘의 제사장인 아마샤가 아모스 앞으로 가서 벧엘에서 예언하지 말라는 이야기까지 합니다. 비록 아모스의 마지막인 9장 11-15절은 이스라엘의 회복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앞까지는 모두 심판에 대한 선언입니다. 특히 9장 10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 백성 중에서 말하기를 화가 우리에게 미치지 아니하며 이르지 아니하리라 하는 모든 죄인은 칼에 죽으리라.”

“우리는 괜찮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은 죄인이며, 그들은 칼에 죽으리라고 선언합니다. 심지어 9절은 이스라엘을 만국 중에서 체로 체질하듯이 체질할 것인데, 한 알갱이도 떨어지지 않으리라고 말합니다. 이스라엘에서 구원받을 이가 한 사람도 없다는 선언입니다.

아모스는 마치 이방에 대한 신판을 선언하는 듯한 이야기로 시작하여 이스라엘 스스로에 대한 심판을 선언합니다. 이방 나라들만 심판받을 것이고, 우리는 괜찮다고 말하는 이스라엘을 향한 심판 선언이었습니다. 자신들의 죄는 외면한 채, 자신들을 괴롭게 만드는 다른 이들을 욕하며 그들이 심판받기를 간구했던 이스라엘을 향한 심판 선언이었습니다.

귀신들린 미친 아들 예수

예수님은 어떠셨을까요? 마가복음 3장 20-30절을 보면, 예수님을 향해 바알세불의 힘을 빌어 귀신을 내쫓고 치유를 행한다고 비판한 서기관들의 이야기가 나타납니다. 이 본문은 분명 앞선 안식일 치유 사건과 연결되어 생명의 소중함을 알면서도 생명을 자신들의 정치적 도구로 사용했던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을 비판하는 이야기입니다.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에 대한 복음서의 비판적인 태도 때문에 우리가 놓치고 지나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마가복음 3장 20절 이하의 본문은 서기관들의 이야기로 시작되지 않고 예수님의 가족들로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이야기는 예수님의 가족들이 예수님이 미쳤다는 소문을 듣고 붙들러 오는데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말씀 ‘누가 내 어머니고 형제냐’라는 예수님의 말씀으로 끝납니다.

예수님을 향한 이 사건 속에서 예수님의 가족들과 서기관들은 같은 태도를 보입니다. 자신들이 가진 생각과 다른 이야기를 전하는 예수님, 다른 방식의 삶을 사는 예수님을 향해서 미쳤다, 귀신 들렸다, 악마의 힘을 빌렸다고 말합니다.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은 자신들이 전하는 방식만이 하나님의 구원으로 향하는 바른길이라 여겼을 것입니다. 이는 복음서들이 기록되던 시대, 유대-로마 전쟁이 끝난 이후 바리새파만이 남게 된 이스라엘 유대교의 상황에서 더 심화되었을 것입니다.

이들은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옳음’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자신들을 향해 비판적인 말씀을 전하신다면, 자신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을까를 먼저 생각해야 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되돌아보기는커녕 예수님을 마귀, 사탄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동안 많이 이야기하던 ‘다름’과 ‘틀림’은 다른 표현이라는 말처럼 예수님께서 전하는 하나님의 말씀이 자신들과 ‘다르자’ 이들은 예수님을 ‘틀렸다’라고 말했습니다. 하나님 말씀 안에서 틀린 말은 결국 사탄의 말이 됩니다. 그렇기에 예수님은 사탄의 말을 전하는 자가 됩니다.

예수님의 가족들 역시도 이런 이야기에 동조했습니다. 자신들이 지금까지 배워왔던 유대교의 전통으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구원을 선포하시고, 죄인이라 손가락질 받던 이들까지도 안아주시고, 병으로 인해 아파하던 이들을 치유하신 예수님을 미쳤다고 여겼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자신의 가족들 앞에서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누가 내 어머니이며 동생들이냐.”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니라”

우리는 예수님의 이 말씀으로부터 나도 예수님의 어머니가 될 수 있고 예수님의 형제 자매라는 희망찬 메시지만을 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본래 의미가 조금 퇴색됩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예수님을 공격하던 서기관들과 예수님의 친족들이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말씀입니다. 이들은 하나님의 뜻을 행하지 않기에 나의 형제, 자매, 부모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자신들의 방식이 옳고 그 방식대로 자신들은 구원의 길에 있다고 생각하던 이들을 향해서 너희들은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고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아모스의 예언과 맥을 같이 합니다.

남 탓하는 개신교

지금 개신교회 강당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어떻습니까? 감신대 강사로 있는 한수현 박사가 한 신문에 기고한 글을 보면, 14세기 유럽에서 흑사병이 유행했을 때, 교회는 유대인과 동성애자, 마녀들의 죄로 인해 흑사병이 퍼졌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흑사병이 왜 그렇게 퍼져나갔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취약한 하수시설과 잘못된 의료 방침이 흑사병을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게 만들었습니다. 당시 교회의 지도자들이 흑사병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알 길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남 탓하기’였습니다. 누군가 자신들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틀린’ 존재로 규정하고, 하나님의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걷는 이들로 규정하며 그들로 인해 심판이 일어났다고 말하는 방법입니다.

지금의 교회들에서 선포되는 말씀은 어떻습니까? 어떤 목사님은 정세균 국무총리 이름이 세균이어서 세균에 의한 심판이 내린 것이라고, 이번 총선에서 우리가 여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떤 목사님은 중국이 미국 말 잘 듣고 교회를 받아들였을 때 중국이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미국 말도 안 듣고 교회를 박해하니까 하나님의 심판을 받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여당을 비난하고 있는 목사님의 설교, 미국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목사님의 설교 그 어디에 하나님의 말씀이 있고, 하나님의 뜻이 있습니까? 예수님께서 만약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신다면, 그들에게 분명하게 말씀하실 듯 합니다.

“여기 어디에 내 어머니와 동생들이 있느냐?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니라.”

먼저 내 죄를, 아픈 이를 위해서는 기도를

예수님의 말씀과 아모스의 예언 모두 남에 대해 비판하지 말고 먼저 나의 죄를 살피고 회개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잘못을 향해 침묵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누군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면, 특히나 하나님의 심판을 선언하고자 한다면, 먼저 나는 바로 서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또 한가지, 지금과 같이 전염병이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고, 자신도 감염되지 않았을까 염려와 불안감에 쌓여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치료받고 있는 분들의 근심과 걱정은 우리보다도 더 심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사람들을 향해서 “너희는 마땅히 심판 받을만 했으니까 고통 속에서 죽어가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들 곁에 가셔서 그들을 치유하시고 그들을 일으키셨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이나 제자들과 같이 치유의 이적을 행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도 이들을 위해 기도는 할 수 있습니다. 아픈 이들을 손가락질하는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아픈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그리스도인이 됩시다.

‘지금 문제가 누구 탓이냐’는 논쟁은 결국 정치적인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고,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소모적인 이야기들입니다. 이런 이야기로 혼란을 가중시키는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이 땅의 불안과 아픔이 빨리 사라지기를 기도하는 참된 그리스도인이 됩시다.

우리가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으실 줄 믿습니다. 또 신천지로 인해 교회 전체가 욕을 먹게 된 상황 속에서 남 탓에 동조하면서 또다시 욕먹는 교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기도할 줄 알기에 세상으로부터 칭찬받을 수 있는 교회를 이루어 가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행하시는 여러분에게 하나님의 은혜가 내릴 줄 믿습니다. 또한, 교회의 위기라고 말하는 이 시대에 우리가 하나님의 뜻에 맞는 바른 교회를 이루어 간다면, 오히려 약할 때 강함 주시는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이루어 질 줄 믿습니다.

이성훈 목사(명일한움교회) joey8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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