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여신학자협의회 제30회 여성신학포럼, 신학교육의 여성신학적 과제 논의
▲ 한국여신학자협의회가 제30회 여성신학포럼을 개최하고 한국 신학 교육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신학 교육의 여성신학적 변화를 촉구했다. ⓒ장성호 |
“신과 세계에 대한 남성중심적 지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여성을 종교적 권위와 지도자의 위치에서 배제하는 제도적 종교들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19일(화) 오후 3시 서울 서대문 ‘공간 새길’에서 열린 ‘한국여신학자협의회’(이하 여신협) 제30회 여성신학포럼에서 백소영 교수(강남대)는 한국 신학교육의 여성신학적 과제를 이렇게 강조했다.
“평화로운 공존: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보는 한국 신학교육의 미래”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 백 교수는 여성신학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신학교육 현장의 변화를 촉구했다.
백 교수는 먼저 “보수적인 교단 신학교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신학 교과과정이 다르게 편성되는 경우가 많고, 여성신학 과목이 개설되어 있더라도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 신학 교육의 현실을 고발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의 신학교육은 학문적 내용의 균형 뿐만 아니라 세상에 공명하는 포괄적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 그동안 배재하고 소외시켜온 여성신학자들과 그녀들의 학문적, 신앙적 성과물을 커리큘럼안에 정규교과로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여성신학자 ‘엘리자베스 쉬슬러 피오렌자’의 주장을 인용해 백 교수는 신학 교육의 변화를 “신과 세계에 대한 남성중심적 지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것”이며 “여성을 종교적 권위와 지도자의 위치에서 배제하는 제도적 종교들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백 교수는 신학 교육의 변화를 위한 한 방법으로 “교부신학만큼 교모신학을 명시적인 커리큘럼으로 포함하고, 시에나의 캐더린, 아빌라의 테레사, 빙엔의 힐데가르트 등 여성신학자들의 주장을 배울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대안을 제안했다.
▲ 이번 신학포럼에서 발표를 백소영 교수는 한국 신학 교육의 남성 중심성을 고발하며 정규 교육에 여성신학자들의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성호 |
백 교수는 이러한 변화는 “여성 신학자들의 주장을 학문적 커리큘럼에 포함하는 것이 단순히 성비를 맞추는 문제가 아니라 여성과 남성의 ‘다름’을 창조적 가능성으로 발전시키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백 교수는 변화들을 만들어가기 위해 여성주의적 지식 생산은 “여성해방적 사고라는 새 술을 남성중심적 이론과 체제라는 ‘낡은 자루’에 쏟아붓지 않는 해석학적 렌즈와 방법론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논찬에서 최순양 교수(감신대)는 “신세대 여성주의자들의 기독운동이 교회를 향한 비판으로 형성되는 현실에서 백 교수가 생각하는 ‘기독여성주의’ 운동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뿐만 아니라 “교회나 신학교육 안에서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이 기존 제도에 편입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권력 내부의 여성들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제기했다.
두 번째 논찬을 맡은 양정호 교수(장신대)는 “교단의 신학교육 정책과 신학교 내부의 ‘학교 이기주의’로 인해 새로운 과목 추가가 쉽지 않고, 교수진의 전문성 부족과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새로 개설된 과목마저 폐강되는 상황”이라며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 여성신학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창의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논찬에 대한 응답에 나선 백 교수는 “제도권 안에서 새로운 여성신학자들을 길러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남성 중에서도 여성주의적 시각을 가진 신학자들을 길러내 함께 창의적인 신학의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답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여성신학적 시각을 담은 성경해석자료 부족, 기존 교회 여성들의 여성신학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의 문제점도 제기되었다. 포럼 참석자들은 “신학교육 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 여성신학교육의 어려움은 더욱 크다.”며 “여성신학자 발굴과 연구 저변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장성호 webmaster@ecumen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