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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까맣다

기사승인 2020.01.19  17: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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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기 목사와 함께 하는 <성서와 위로>

나는 까맣다. 그래서 예쁘다, 예루살렘의 아가씨들아. 게달의 장막 같다. 그래서 솔로몬의 휘장 같다. 날 보고 검다 하지 말라, 햇볕에 타서 그렇다. 내 엄마의 아들들이 내게 화를 내며 내게 (자기들의)  포도원을 돌보게 했다. 그때문에 내 포도원을 나는 돌보지 못했다.(아가 1,5-6)

사랑의 노래로 유명한 『아가서』에 한 여인이 등장합니다. 그 여인은 예상과 달리 왕따를 당하고 있었습니다. 그 여인이 외동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남자 형제들에게 괴롭힘 당하는 누이를 상상하기는 좀처럼 어렵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들은 무엇 때문인지 누이에게 하나같이 화를 냅니다. 요셉이 형들에게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요셉보다 더 안좋은 처지일 수도 있습니다.

요셉에게는 아버지 야곱이라는  든든한 방패가 있었지만, 아가서 여인에게는 그런 버팀목이 없었나 봅니다. 그러니 남자 형제들이 그를 혹독하게 부려먹습니다. 포도원 가꾸기가 얼마나 힘들지는 특히 사 5장에서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참으로 할 일도 많고 힘든 일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육체적 고통보다는 혈육들에게 이런 일을 당한다는 것이 더 서럽고 더 아팠을 것입니다. 게다가 햇살이 강한 팔레스틴 지역에서 밭일을 하면 무슨 일이 발생하겠습니까?

무엇보다도  먼저 얼굴이 새까맣게 탈 것입니다. 그 때문에 이번에는 같은 여인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따돌림마저 당하게 된 것 같습니다. 형제들에겐 밟히고 동료들에겐 따돌림 당하고 …

이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그는 자존감을 잃지 않았습니다. 놀림당하는 자기의 까만 얼굴을 오히려 예쁘다고 외칩니다. 게달 사람들의 시꺼먼 천막 같다고 하면 자신을 솔로몬이 친 휘장 같다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참  기특하고 멋있지 않습니까?

이런 당당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사랑입니다. 모든 여인들이 ‘사랑하는’ 보다 정확하게는 연모하는 그 사람에 대한 사랑이 그를 견디게 합니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그와 함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도리어 그는 그 사람을 애타게 찾아 헤매고 기다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슨 일 때문에 둘이 현재 서로 떨어져 있는지 몰라도 그 사람을 향한 그의 사랑이 그를 붙들어 줍니다. 이것이 사랑입니다. 견디고 이기게 하는 사랑입니다. 그 사랑은 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들마저 결국 바꾸고 그와 그 사람을 노래하게 할 것입니다.
  
하나님을 찾는 사랑이 바로 이와 같습니다.

내면 저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이 사랑의 힘이 자존감을 높이고 모든 시련을 견디고 이기게 하는 오늘이기를. 우리를 먼저 사랑하심으로 우리 속에 굽히지 않는 사랑을 심으신 하나님 안에서 사랑으로 기쁨의 포도원을 가꾸는 이날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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