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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허한 마음으로 길 위에 누운 이들을 보십시오”

기사승인 2019.11.14  20:4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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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기한 단식 넷째 날을 맞은 10명의 학생들의 심경

연규홍 총장으로 촉발된 한신대 학내 분규는 점점 깊어지고 있다. 특히 연 총장의 부정과 비리에 대해 항의하며 4자협의회 개최와 신임평가를 촉구하던 학생들에게 징계가 내려지면서 학내는 더욱 혼란스럽다. 한신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단 2인에게는 유기정학 3주, 한신대 신학대 학생 6인도 징계가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학생들은 이에 반발, 비대위 2인 뿐만 아니라 징계 대상이 된 신학대 소속 학생들과 문예패 회장단 등 총 10명의 학생들이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에큐메니안은 이들의 심경을 들어보았다. 가감없이 게재한다.

이신효
슬슬 배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4일차가 되면 장에 붙어있는 숙변이 빠지기 시작한다더군요. 무슨 건강을 목숨걸고 지키려는지 모르겠으나 몸이 가벼워지는것 같기도 합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완벽한 어떤것이 기적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나라는 한방에 오지만, 고통과 억압 중에서 피어나는 민들레와 같이 오는 것이기도 하지요. 임마누엘 동산에 민들레 한송이가 피었습니다. 이제 한방에 판이 바뀔 일만 남았습니다.

이동훈
혈당체크를 했는데 다들 혈당이 많이 떨어져서 걱정이 되는 하루였습니다. 심지어 한 동지는 저혈당으로 더 이상은 단식을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항상 우리를 돕는다고 하더군요. 총장과의 싸움이 모두가 건강한 상태로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이지환
연규홍 총장님께 보내는 4일차 편지입니다! 오늘은 얼마 전에 보았던 ‘북간도의 십자가’라는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교회사 전공이신 교수님께 북간도의 신앙을 담아낸 영화의 소감을 전해드릴까해요.
오늘도 여전히 대답없는 총장님 잘 읽어주세요! 영화 시작과 끝에서 문동환 목사님께서는 계속해서 질문하시더군요.
“자네 이름이 뭔가”
처음에는 “저는 이지환입니다.”라고 속삭였습니다. 그러나 영화 끝무렵에 다시 주어진 그 물음에는 부끄러워 아무 대답을 할 수 없겠더라고요. 그 짧은 대사가. 그 물음이 저를 계속 두드렸기 때문이죠. 사실 그 북간도에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 살았던. 아니 그곳에 살 수 밖에 없었던 우리 신앙의 선배들이 하나님의 뜻을 위해 시대와 호흡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지금을 살아가는 저를 부끄럽게 비췄기 때문입니다.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한참 동안 의자에 앉아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짐했습니다. 지금도 계속해서 나에게, “지환아, 너는 누구니. 지환이, 너는 어디에 있니. 지환아, 너는 지금 뭐하니.”라고 물어오는 시대적, 상황적 물음속에서.
한 동안 애써 신경쓰지 않으려했던 나를 돌이키고, 이 시대와 진지하게 호흡하며 살아갈거라고. 진지하게 살아가다보면 역사속에 살게 되고, 예수의 삶과 교류하게 될거라고. 그 하나님의 역사가, 그 물결이 나를 그렇게 이끌어줄거라고 말입니다. 한국교회사 전공이신 연규홍 교수님! 영화추천드릴게요! 한번 꼭 보세요~

이정민
오늘은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뭔가 더 배고픈 날인것 같아요. 갈수록 잠이 많아지는 것 같고 평소보다 힘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 드네요. 그래도 민주한신을 위해서 끝까지 가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네요.

강윤석
4일째입니다. 저는 아직도 버틸만 합니다. 몸은 버틸만 하지만 마음은 조금 지칩니다. 단식을 시작하면서 우리가 왜 단식하는지에 대해 관심없는 사람들 때문에 지치지 않아야지 다짐했는데 막상 단식을 시작하니 그게 잘 안되네요. 밥을 먹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습니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우리의 외침에도 나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니 나와 상관없는 일이야라고 생각하는 무관심한 현실이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사회라는 것이 걱정입니다.

박미소
오늘은 이제 단식을 하고 있다는게 체감되는 거 같아요 ㅎㅎ 힘도 좀 빠지고 그래서 거의 누워있기만 했어요 문득 문득 우리의 일상을 빼앗아간 연규홍 총장에게 화도 나고 억울하기도 하고 저를 화나게 하는 연규홍 총장을 생각하며 끝까지 힘내야겠습니다!

김혜원
오늘은 왜인지 잠이 쏟아지는 하루였습니다. 오전 수업을 다녀와 3시까지 잠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어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함께하던 사람들이 점점 힘들어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픕니다. 연규홍 목사님, 우리를 앞에 두시고 밥이 들어가십니까...?

이지민
함께 문예패 단식을 결의했던 보랏빛장이 단식중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혈당이 더 떨어졌고, 다른 단식자들도 마냥 건강하지 않습니다. 많은 학우분들이 응원해 주시지만, 학교는 저희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외면하고 있네요. 함께해요! 힘든 것보다 학교 측을 바꿔내야 한다는 마음이 더 커지는 하루였습니다.

강지우
너무 춥네요. 오늘 함께 곡기를 끊었던 보라빛장 예빈님이 건강 악화로 병원에 가셨습니다. 문예패끼리 함께 공연했던게 생각나서 너무 슬프고 걱정되며 마음이 무겁습니다. 부디 큰 이상이 없길 바라고 있습니다. 날이 많이 춥습니다. 오늘은 몸에 힘도 없고 무기력감도 지속됐습니다. 밤에 많이 추울까 걱정이 됩니다.

이예빈
안녕하세요, 오늘부로 단식을 끝마친 보랏빛장 이예빈입니다. 짧은 기간 동안 걱정하고 응원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고작 4일을 버틴 제가 부끄럽고 이 배고픈 싸움에 누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제 굶주림은 없지만, 배불리 한끼를 떼워도 허전할 것 같습니다. 이제 추위는 없지만, 바람이 불 때면 여전히 고단할 것 같습니다. 아마 단식하는 동안 느낀 이 허기는 한신민주화를 간절히 바라는 허기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마지막 남은 한숟갈'같은 한신민주화, 꼭 우리의 손으로 해냅시다.
힘든 싸움을 이어나가는 단식자분들이 계속 걱정됩니다. 그래도 애써 눈물 짓지는 않으렵니다. 하나의 촛불로 돌아간 저와, 수많은 한신의 불빛들이 단식자분들과 끝까지 함께할 거니까요.
총장님, 무엇이 부끄러우십니까! 무엇이 당신을 현혹되게 합니까! 그 높은 장공관 2층에서 겸허한 마음으로 길 위에 누운 이들을 보십시오. 우리는 이 길처럼 언제 어디서든 당신 곁에 있을 겁니다.

▲ 앞줄 오른쪽부터 이신효, 이정민, 이지환 학생, 뒷줄 오른쪽부터 김혜원, 강윤석, 강지우, 박미소, 이동훈 학생 등이 무기한 단식 넷째날을 밤을 맞이하고 있다. ⓒ에큐메니안

편집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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