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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도 가렵니까

기사승인 2022.07.03  14: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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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기 목사와 함께 하는 <성서와 위로>

ⓒNicolas Colombel
예수께서 열두 제자에게 물으십니다. 너희도 가려느냐? 시몬 베드로가 대답합니다. 주여, 영생의 말씀이 주께 있는데 우리가 누구에게로 떠나가겠습니까? 우리가 주는 하나님의 거룩하신 자이신 줄 믿고 알았습니다.(요한복음 6,67-69)

예수와 사람들의 관계가 순탄하거나 원만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주변에는 늘 사람들이 북적거렸고 그가 무슨 일을 할까 기대했지만 그의 말씀은 자주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때로는 비판적 내지 도전적이고 때로는 이해하기 어렵고 때로는 신성모독적인 것으로 들렸습니다. 때로는 사람들을 놀래키고 탄성을 자아내게 하기도 했지만 그와 같은 기조가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예수가 자기를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떡이라고 하거나 내 살은 참된 음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라고 하자 사람들은 수군거리고 제자로 불리는 사람들조차 많은 이들이 예수를 떠나갑니다. 예수의 기적은 사람들을 살리는 일이기에 언제나 환영받는데 반하여 그의 말씀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사람들의 지향을 바꾸고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는 것인데, 사람들은 그에 저항합니다.

이것은 당연할 수 있습니다. 몸의 치유는 사람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이지만, 마음과 생각과 뜻은 현재까지의 것에 머물고 싶어 하기 때문에 새 것은 멀리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수를 대하는 사람들에게서도 이 경향은 그대로 나타납니다.

예수의 새로운 가르침을 거부하는 명목상의 이유는 이 예수가 그들이 알고 있는 예수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사이인데, 무슨 엉뚱한 소리냐 하고 예수를 배척합니다.

어느덧 예수의 주변에는 12제자만 남았습니다. 요즘 말로 넓은 운동장에 다 떠나고 예수와 12제자들만 남았으니, 그 심정이 오죽했겠습니까?  제자들도 떠나야 하는가 아닌가 마음이 복잡했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아시는 예수께서 그들의 동요를 눈치 챘던 것일까요? 너희도 떠나 갈거니 하고 물으십니다. 이렇게 묻는 예수의 얼굴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간절함, 애절함, 답답함, 일말의 기대감 이 모든 것들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이었을 것입니다.

짤막한 물음 한 마디가 때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지금이 그런 때입니다. 예수의 물음과 그의 얼굴이 흔들리던 제자들의 마음을 바로 잡고 어쩌면 돌아설 뻔했을지 모르는 제자들의 발길을 붙잡았습니다.

그런데 베드로에게서 놀라운 발언이 터져 나옵니다. 사람들을 떠나가게 했던 예수의 말을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라고 고백합니다. 사람들은 예수를 요셉의 아들로 알았지만, 제자들은 하나님의 거룩한 (아들)로 알았습니다.

예수의 물음에서 제자들은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보입니다. 어렴풋했던 것들이 퍼즐이 맞춰지듯 갑자기 명확해졌습니다. 사람들이 다 떠난 그곳은 더 이상 휑하지 않았습니다. 꽉 채워진 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적막과 쓸쓸함이 거룩함과 생명의 기운으로 바뀌었습니다.

예수의 사건은 이처럼 모두가 외면하고 떠나버린 곳에서 그때 일어났습니다. 지금도 그럴 것입니다. 예수에 대한 참된 고백이 있는 곳, 거기서 예수의 사건은 시작될 것입니다.

예수를 바르게 고백하고 우리 있는 곳에 거룩함과 생기가 흐르게 하는 오늘이기를. 예수의 말씀에서 깨달음을 얻고 기쁨과 희망을 나누는 이날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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