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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두드린 4가지

기사승인 2020.11.18  23:5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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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心抱之吅(심포지엄) 밖 이야기

▲ 고향으로 돌아온 유해 74위가 모셔져 있는 제주 선운정사에서 드린 추모식 ⓒ도임방주

2019년 오키나와에 이어, 2020년 제주도에서 전태일 열사 50주기인 11월 13일에서 16일까지 열렸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희생자 유해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주최, 우리플러스에이블(제주다크투어) 진행>에 참가해 강의장 밖에서 들었던 말 중 가슴에 와닿았던 4가지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하나,  “제가 치우겠습니다.”

열을 체크하고 나니 강의장 입구에서 음료와 자료집을 나눠주는 공간에 여러 사람이 참석자의 편의를 돕는다. 제주도 장애인 바리스타와 매니저가 직접 운영하는 FLOVE(flower + love)에서 씻어서 재사용하는 컵과 쿠키 등을 제공한다. 참가자의 간식과 음료를 준비하는 데에도 모든 사회 구성원이 함께 하는 장을 열기 위해 준비팀이 얼마나 고민하고 그 결과를 실천하는지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컵을 반납하거나 간식 용기를 가져가면 항상 같은 말을 듣는다.

“제가 치우겠습니다.”

그분의 친절을 느끼면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돌아오지 못한 분에게 어떤 말을 하기 위해 각지에서 각 나라에서 온라인으로 오프라인으로 모인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 모인 ‘우리가’ 힘 모아 님들께서 돌아오시는 길을 내겠습니다.”

이 마음속 소리를 듣기 위해 강의장 안으로 발을 딛는다.

둘, “세월호가 도착했어야 하는 제주항입니다.”

강도 높은 심포지엄을 마치고 제주 곳곳 침묵의 외침을 듣기 위해 이른 아침, 버스에 오른다. 버스가 제주항을 향하자 ○○○님이 말씀하신다.

“제주항, 여기에 세월호가 도착했어야 했는데요…….”

잊고 있었다. 세월호가 여기를 향하고 있었다는 것을. 여기 도착했다면, 제주항을 배경으로 한 학생들의 사진이 SNS 어딘가에 있을 텐데. 세월호는 2400여 일이 지나도록 도착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제주항은 수많은 조선인이 일제에 의해 강제로 조선을 떠난 곳이자, 4∙3 당시 수많은 제주도민이 바다에 던져진 곳이다.

제주항을 밟고 하늘을 보니 멍들어 푸르르고 바다를 보니 피멍들어 검푸르다.

▲ 제주 4&#8729;3 당시 ‘예비검속’으로 집단 학살 당한 장소에 있는 추모비. ‘예비검속(豫備檢束)’은 아무런 일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어떤 상황에 대비해 사람들을 구속한다는 것을 일컫는다. ⓒ도임방주

셋, “여기로 장소를 정한 이유는 중간에 어디 못가게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강의장을 나와 버스를 타고 이동해보니 강의장은 택시비로 몇만 원이 들만큼 시내와 많이 떨어져 있는 곳이라는 걸 깨닫는다. 나만 느낀 것은 아니었는지 버스에서 누군가 “중간에 도망 못가게 하려고 여기로 정했네….”라고 하자 다들 동의한다는 듯 웃는다.

웃다가 창밖을 본다. 문득 군함도, 오키나와, 이름 모를 남쪽 섬으로 끌려가신 분들이 도망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얼마나 절망했을지 가늠조차 할 수 없어 먹먹해진다. 강제로 끌려가고 도망도 갈 수 없고 돌아가시고도 돌아오지 못한 수많은 조선인이 돌아오실 수 있도록, 이런 고민 저런 고민으로 토론하는 분들의 모습이 버스타기 전과 달라보인다.

넷, “유해 송환은 비즈니스가 아닙니다.”

유해로 돌아오신 74분께 추모와 인사를 드리고 버스에 오른다. 어느 분이 마이크를 잡고, 당신이 참여했던 유해 송환 과정에 대해 설명하시고 ‘비즈니스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힘주어 말하신다.

무슨 말일까? 

유해 송환을 수익 모델 또는 성과 과시로 활용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내부적으로 심각한 수준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더라도 많은 분들이 돌아오시면 안 될까? 그것이 돌아오신 분들에게 해가 되는 것일까? 많은 생각이 허락도 없이 왔다 간다.

모시고 오고자 하는 열정과 마음을 가진 분들, 그 마음을 이용하는 사람들, 그럼에도 모여서 고민하는 사람들, 이런 분들을 곁에서 보니, 마음이 ‘감사하다’ 말한다.

전태일 열사 50주기에 시작해서 세월호가 제주항에 도착하지 못한 2406일에 마친 심포지엄은 그 이름처럼 이렇게 4가지 화두를 던졌다. 준비해주신 모든 손길에 감사드리며, 특별히 재단의 이정은 선생님과 다크투어의 백가윤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도임방주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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