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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이다! 올라온다!”

기사승인 2020.10.29  19:5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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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정부에서도 여전히 계속되는 살인무기 물대포를 맞으며

▲ 옛 노량진수상시장을 폐쇄하기 위해 고용된 용역들이 시장 상인들과 시장을 지키기 위해 연대한 활동가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물대포를 살수하고 있다. ⓒ옥바라지선교센터 제공

어제(28일) 저녁 집에 가는 길에 29일 새벽에 용역이 들어올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수협에서 육교를 통해 신시장(현대화된 노량진수산시장)으로 가는 계단을 만들고 있는데 상인들이 방해를 해서 상인들이 공사 장소에 접근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상인들은 수협의 막무가내식 시장 현대화 사업에 반대해 농성을 하고 있는 상황이고, 수협이 지으려는 계단은 그 농성장과 맞닿은 곳에 있기에 사실상 이번 용역 투입의 목적은 농성장 침탈과 투쟁의 와해였던 것이다.

노량진수장시장을 향한 용역들의 행진

현장에 미리 도착해 있으니 곧 누군가 소리쳤다. “용역이다! 올라온다!” 보통은 용역들이 어슬렁어슬렁 걸어와 우리 대오의 코 앞에 서면서 육탄전이 시작된다. 그러나 오늘은 꽤나 달랐다. 용역들은 애초에 우리가 붙들고 서있는 아시바 가까이에는 올 생각도 없었다. 왜 저러고 서있지 생각할 때 쯤, 얼굴에 난데 없이 물방울이 튀었다.

이게 뭐지 싶어 연대인들끼리 눈빛을 교환하는 사이, 물방울은 물줄기가 되어 우리를 때려댔다. 철골구조물 위에 위태롭게 올라선 상인들과 연대인들이 한 손으로는 아시바를 잡고, 한 손으로는 박스로 얼굴을 가리고 버텼다. 그러자 이번엔 용역들이 우리를 향해 강풍기를 틀고 소화기를 난사했다. 그래도 버텨내니 눈 앞에 물대포와 소화기 호스를 동시에 들이댔다.

안면으로 물과 소화기 가루를 동시에 받아낸 사람들이 고통을 호소해서 뒤쪽으로 빠져 얼굴을 씻어내라고 소리쳐도 소용없었다. 앞이 보이지 않고 숨이 쉬어지지 않는데 길을 뚫고 와서 세수를 할 정신이 있을 리가 없으니. 게다가 다른 연대인과 교대를 위해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용역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올 것만 같았기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눈을 감고  숨을 참고 작은 박스 조각 뒤에 몸을 살짝 숨긴 채로 자리를 지키는 것밖에 없었다.

그렇게 버티고 서 있어도 용역은 어느새 우리가 붙잡은 아시바 바로 앞까지 와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곳에서 그들이 아시바를 붙잡고 우리의 얼굴 하나하나를 겨냥해 물대포와 소화기를 쏘아댔다. 그렇게 한 시간도 넘는 대치 끝에, 용역은 왜인지 더 매캐한 소화기와 왜인지 더 짜고 따가운 물을 전력을 다해 들이부었고 도저히 숨을 쉴 수 없던 우리는 뛰쳐나왔다.

하지만 망루 위에는 여전히 사람이 남아 있었다. 용역들은 우리가 다시 다가가려고 하면 소화기를 뿌려 시야를 가리고 동시에 판넬을 가져와 순식간에 망루를 고립시켰다.

촛불정부에서도 여전한 살인무기 앞에서

▲ 노량진수산시장을 사수하기 위해 모든 사람들에게 살수하고 있는 요역들 ⓒ옥바라지선교센터 제공

물대포는 살인무기다. 실제로 철거현장에서, 집회에서 난사된 물대포에 의해 이미 수많은 사람이 살해당했다. 그래서 물대포 사용은 위헌으로 판결이 났다. 폭력을 독점하여 사용하도록 허락된 국가가 물대포를 사용하는 것도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천명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심지어 민간 사업체인 수협이, 수협에서 고용한 용역깡패가, 공무집행 상황도 아닌 상황에서 물대포를 사용했다. 심지어 코로나19라는 전세계적인 유행병이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운 날씨에 물을 뿌리는 건 살인미수나 다름없다.

촛불정권 하의 경찰은 이 모든 상황에 동조했다. 농성장의 출입구를 틀어막고 수협이 일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왔다. 현 정권은 자신들이 직전의 보수정권들과는 전혀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하나도 다르지 않다. 여전히 노동의 현장, 삶의 현장을 지키고 싶은 사람은 남은 인생을 저당 잡혀야 하고 살인무기 앞에 몸을 내던져야 한다. 살기 위해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노량진수산시장의 상인들은 이야기 한다. 자신들이 살아낸 역사를 지우지 말라고. 시장에서 일하고 사람들을 모으고 노량진수산시장만의 문화를 일궈낸 것은 어떤 기업도 개인도 아닌 상인들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상인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진행된 시장 현대화 사업은 잘못된 것이라고. 그러니 이제라도 이 모든 사실을 인정하고 수협과 그의 든든한 파트너인 동작구청, 서울시, 경찰은 상인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라고. 그리고 이제 누구도 쫓겨나지 않는 세상을 만들자고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오늘 같은 상황에서도 끝까지 싸우겠다는 상인들이 있으니 우리도 이 싸움의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생각을 하기를 바란다. 덧붙여 각종 보복성 소송과 그로 인한 벌금, 장기간 장사를 하지 못해 오는 생계부담으로 투쟁기금 마련이 힘든 상황이다. 다가오는 11월 7일 진행되는 ‘노량진수산시장 투쟁승리 기금 마련 벼룩시장&후원주점’이 있으니 많이 참여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 노량진수산시장을 사수하려는 사람들에게 용역들은 무차별적으로 소화액을 난사했다. ⓒ옥바라지선교센터 제공

손현진솔 간사(옥바라지선교센터)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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