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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의 역사, 종교의 역사 그리고 교회의 역사

기사승인 2019.06.25  18:5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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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상균 목사, 『수도원 맥주 유럽 역사를 빚다』 출판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기독교인 하면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답하는 비율이 꽤 높다. 보수적인 교회에 속한 기독교인일수록 그리고 서울을 벗어나 지방에 위치한 교회에 속한 기독교인일수록 술과 담배를 멀리하는 것이 기독교인의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로마가톨릭보다 개신교가 더욱 엄격하기도 하다.

이러한 한국교회 분위기 속에서 목사가 술, 더 정확히는 맥주를 즐기고 거기에 맥주에 대한 책까지 냈다고 하면 보통의 기독교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런 걸 두고 명약관화 하다고 하지 않을까. 당장 “사이비 아냐” 하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 고상균 목사가 출판한 『수도원 맥주 유럽 역사를 빚다』 ⓒ이정훈

그럼에도 당당히 『수도원 맥주 유럽 역사를 빚다』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판한 고상균 목사를 만나봤다. 보수적인 배경의 신학대학을 거쳐 진보적인 교단이라 일컬어지는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목회자이자 향린교회에서 다년간 부목사로 사역했다.

책을 출한한 고상균 목사를 동네 편의점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직접 맥주를 구입해서 시음까지 하면서 대화를 나눴다. 늘 봐왔던대로 유쾌한 대화였고 3시간이 훌쩍 넘는 인터뷰 시간이었다.

인터뷰 내내 맥주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고상균 목사. 하지만 신생 출판사에서 책을 출판해준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는지 출판사가 이 책 때문에 손해를 보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도 잊지 않았다. 많이 구입해서 읽어달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먼저 이책을 맛본 독자로 이 책은 독일의 역사로, 독일 종교의 역사로, 그리고 맥주의 역사로 훌륭한 자리를 차지할만 하다. 특히 힐데가르드 폰 빙엔을 다룬 부분에서는 평소 LGBT, 성소수자 운동에 전념했던 장본인 답게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시각이 탁월했다. 딱 이 부분만 그런 것이 아니라 책 곳곳에 이런 흔적이 가득했다.

다음은 고상균 목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먼저, 이 질문은 꼭 하고 싶었다. 불경스럽게 목사님이 왜 이렇게 맥주를 사랑하시는가?

성서가 증언하는 예수그리스도의 모숩 중 하나는 먹고 마시는 것을 탐하는 죄인들의 친구이십니다. 자신에게 죽음이 임박한 시점에서 행한 최후의 세레모니 역시 먹고 마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스도교는 제의의 한 중간에서 술을 마십니다. 목사는 이러한 특징을 가진 그리스도교 중 개신교의 교역자이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요?

▲ 맥주를 앞에 두고 마냥 행복해 하는 고상균 목사 ⓒ이정훈

▲ 아, 이 질문도 꼭 하고 싶었다. 가까운 동네 편의점에서 4캔에 만원 하는 외국 맥주들이 인기다. 정말 외국 맥주가 맞는가? 정말 궁금하다. 그리고 그 맥주들 중 어떤 맥주를 권하고 싶은가?

외국 맥주 맞습니다. 맞고요! 다만, 맥주시장도 다국적 자본이 지배하는지라 국경에 따라 외국과 국산을 나누는 것은 완벽한 구분이라 볼 수 없겠습니다. 뭐 수많은 맥주 중 특정하라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여름엔 청량감이 매력적인 라거들이 좋다 말씀드리고 싶네요. 개인적으로 여름엔 벡스, 베를리너 킨들, 하이네켄, 칭따오 등을 더 많이 찾습니다. 물론 모두 네 캔에 만원 혹은 6캔에 만원하는 것들입니다.

▲ 이 책을 쓰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그리고 맥주 이야기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은 어떤 것인가?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사적 영역의 일도 많은 부분이 정치와 연관되어 있다는 걸 모두 아실 겁니다. 술 역시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술은 원재료가 되는 곡물 혹은 과실에 대한 경작, 노동이 결부되어 있습니다. 빚고 보관하는 것 역시 그렇지요. 판매와 유통에 있어서는 경제라는 사회적 명제가 등장합니다. 가격결정은 정치적 상황과 뗄 수 없지요.

거기에 술은 귀한 것이었고, 발효과정은 신비로웠던 바, 대개의 경우 종교와 술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기독교의 성찬례를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와 같이 많은 이야기를 하나로 모으면 인문학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술을 통해 인문학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 이 주제를 가지고 연속 강의도 하고 유투브 채널 만들고 업로드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강의나 유투브 반응은 어떤가?

일단 강의는 늘 만족해합니다. 시음과 함께이기 때문에 대개 내용은 까먹고 ‘그 술 맛있던데?’라는 평가만 있어서 문제이긴 합니다만… 

유튜브나 강의는 맥주를 매개로 한 인문학 알림을 위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격려와 응원이 많아서 즐겁습니다.

▲ 고상균 목사가 맥주를 다루는 것은 맥주가 발원하게 된 종교에 대한 관심으로 보였다. ⓒ이정훈

▲ 시간을 좀 앞으로 돌려보자. 맥주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때는 언제인가? 우스운 말이지만 맥주 때문에 이렇게 책까지 낼 정도로 감동을 받은 계기가 있었는가?

맥주는 제 생애 첫 술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요. 소믈리에 준비를 한답시고 이 책 저 책을 찾아보다가 술에 담긴 역사적 사건들과 만나게 되면서 얻었던 전율, 감동, 쾌감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 갔습니다.

▲ 책을 쓰고 유투브 채널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는가?

책은 한 2년 쯤? 유튜브는 올 초 지인과 맥주 한 잔 하다가 죽이 맞아 시작했지요.

▲ 책 내용을 조금 훑어봤다. 마치 유럽의 역사, 특히 맥주의 나라 독일의 역사를 보는듯 했다. 이 책의 정체가 무엇인가, 독일 역사인가, 맥주 역사인가? 내가 생각해도 도발적인 질문이다. 기분 나뻐하지 마시라.

저도 그게 좀 애매하지만… 뭐 요즘 학제 간 교류가 학문의 대세가 아니겠어요? 유럽역사와 맥주역사의 경계에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이 책은 맥주 인문학 책이니까요.

▲ 책 내용 중에 힐데가르트 폰 빙엔의 이야기는 굉장히 흥미로웠다. 거기에 다 담지 못한 것이 있으면 더 이야기해 주면 좋겠다. 다 했으면 이 질문 폐기 처분하겠다.(웃음)

처음 그녀의 이야기는 흥미로웠음, 다음엔 안타까웠음, 사실 그녀의 활동 대부분은 남성사제라면 문제없었을 내용임. 사실 지금도 그렇지 않은가? 남성에겐 아무문제없는 것 밤에 집에 혼자 들어가는 것 들이 여성에겐 생존의 문제임.

그 이의 이야기가 제게 감동적이었던 것은 그 당시 제기했던 문제가 대부분 지금도 유효하다는 것입니다. 남성에겐 너무나 당연한 것이 여성들에게는 문제가 되는 세상… 다른 말을 더하는 것 보다 남성주의적 세상에서 누리고 있는 안락함을 반성하고 싶습니다.

▲ 이제 책까지 출판한 어엿한 작가 반열에 올라섰다. 그간 수많은 책을 읽으셨을텐데 막상 책을 출판하고 나니 어떤 생각이 드는가?

출판은 어렵다. 뿌듯하다. 글을 보니 심히 부끄럽다. 하지만 다시 도전해 보고싶다. 정도?

▲ 이 책을 꼭 읽어야 할 독자들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이 책에서 다 못한 이야기는 무엇이 있는가? 혹시 2탄도 준비 중인가?

이 책은 맥주를 좀 더 맛있고 재미있게 마시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입니다. 맥주 한 병 들고 책을 열어 볼 준비가 되어있다면 한 번 읽어봐 주세요. 내년 정도에 편의점 맥주를 주제로 하는 인문학 이야기를 출간해 보려합니다만, 그 전에 이 책이 좀 팔려야 되겠지요?

▲ 늘 유쾌한 고상균 목사의 성격이 책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듯 했다. ⓒ이정훈

▲ 성소수자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여전히 활동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인생 살면서 먹어야 할 욕은 다 먹을 것 같다. 맥주와 성소수자를 엮어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 달라.

맥주는 다양합니다. 다 똑같은 거 아냐 라며 소주타서만 드시지 말길…

성정체세성은 다양합니다. 남자 여자가 맞는 거 아냐,라며 무식한 소리 하지 마시길…

다양한 맥주가 놓여있는 진열칸이 뿌듯하듯, 다양한 성 정체성이 한 데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이 아름답습니다!

▲ 책을 다 쓰고 나서 후회가 되는 부분은 없는가?

후회는 없습니다. 내용이 부족한 것은 있었지만 지금 다시 쓴다고 해도 더 나아질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가 없다는 뜻입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달라.

신생 출판사에서 저의 책을 내주신 것만해도 너무 감사한 일입이다. 그리고 인세도 주셨습니다. 첫판을 1400부를 출판했습니다. 그래서 신생 출판사가 손해는 안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구입해서 읽어주세요.(웃음)

이정훈 typology@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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