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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의 문제점들

기사승인 2019.06.03  16: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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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를 위한 기독교 경제윤리 (4)

경제는 사람들이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생태계로부터 끌어들인 물질과 에너지를 욕망충족에 적절하게 변형하여 소비하고 그 부산물을 생태계에 방출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경제과정은 생태계와 경제계 사이의 에너지와 물질의 순환, 경제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생산과 소비의 연관, 생산과 소비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기본 얼개로 갖는다.

경제도 문화의 한 형태일 뿐이다

경제과정과 그 기본얼개들은 역사적 조건들 아래서 사람들이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만든 문화의 한 형태이며, 제도로서 세워진다. 여기서 말하는 역사적 조건들은 과학기술, 생산력, 소유방식, 교환형식, 권력형태, 권리의식과 이를 실현하고 보장하는 법률형태 등의 발전 수준들이다. 역사적 조건들이 바뀌면 경제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방식이 바뀐다.

경제가 문화의 한 형태인 이상, 자연법칙처럼 경제를 지배하는 법칙은 있을 수 없다. 일각에서 교조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시장질서의 ‘자생성’은 시장질서가 그 자체의 법칙에 따라 저절로 만들어진다는 뜻이 아니다.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해도 시장 참여자들이 시행착오를 거쳐 시장 질서를 수립한다는 뜻으로 새겨져야 할 것이다.

노동시장이 국민경제를 관통하는 제도로 자리를 잡는 것을 역사적 조건으로 해서 탄생한 시장경제에서 경제과정과 그 기본얼개들에서 비롯되는 기본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경제가 요구하는 합리성

경제는 노동력, 자본, 자원의 희소성을 전제로 해서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과정이므로 합리성의 요구에 따른다. 경제적 합리성은 비용을 최소화 하여 최대한의 효과를 얻고자 하는 경향을 가리킨다. 시장경제에서 경제적 합리성은 경제 영역을 넘어서서 인간생활의 거의 모든 영역으로 확산되고 모든 것에 앞서는 가치로 절대화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경제적 합리성의 핵심은 비용 계산이고, 비용은 가격을 전제한다. 시장경제에서 가격은 경제적 희소성의 표지이다. 노동력, 자본, 자원이 희소성의 지표에 불과한 가격에 의해 제대로 표시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

시장경제가 초래한 생태계 위기

오랫동안 경제학은 생산, 소비, 시장, 사회, 국가 등 경제계 안에서 작동하는 기제들에만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최근의 경제학은 경제과정을 생태계와 경제계 사이의 에너지-물질 교환 과정으로 보기 시작했다.(1) 에너지 보존의 법칙과 물질 보존의 법칙에 따르면, 생태계로부터 경제계로 투입되는 에너지-물질의 양과 경제계로부터 생태계로 방출되는 폐기 에너지-물질의 양은 동일하다.

역사적 시장경제에서 거뜬히 실현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순환관계는 경제계에서 변형되는 에너지-물질의 양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이로 인하여 생태계에 부존된 에너지-물질이 빠른 속도로 고갈되고 있다. 또한 생태계에 축적되는 폐기 에너지-물질의 양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자원의 고갈과 생태계 오염은 동전의 양면처럼 결합된다. 생태계에 축적되는 폐기 에너지와 폐기 물질은 생태계의 안정성과 건강성을 위협하고 있다. 임계수준을 넘으면 생태계를 파괴하고 죽음으로 몰아넣는 효과를 갖는다.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

역사적 시장경제에서 에너지와 물질을 소비에 적합한 형태로 변형하는 과정, 곧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 과정은 기업이 관장하고, 기업은 자본을 가진 사람들과 노동력을 가진 사람들의 결합에 바탕을 두고 있다. 두 사회세력들 사이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대립 속의 협력이지만, 자본의 권력이 노동의 권력을 압도하여 자본의 노동 포섭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생산과정에서 사회세력들 사이의 권력관계는 생산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지위를 결정하고, 임금의 수준과 기업 소득의 분배를 규정한다.

▲ 현시대의 경제는 금융자본주의가 지배하고 있다. ⓒGetty Image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소비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문제는 누가, 무엇을, 얼마큼 소비하는가이다. 역사적 시장경제에서 소비능력은 임금, 이자, 지대 등 시장 소득의 크기에 따라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모든 사람이 의식주, 교육, 치료, 사회적 교류, 문화적 향유 등과 같은 기본욕망을 충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큰 과제로 자리를 잡고 있다. 경제가 기본욕망을 초과하는 요구와 탐욕을 충족시킬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검토가 필요하다.

생산과 소비가 서로 맞물려 있는 경제계에서 생산의 증가는 소비의 증가를 강제한다. 역사적 시장경제에서 생산 능력은 기업의 저축이 빠른 속도로 엄청나게 축적됨으로써 폭발적으로 팽창한다. 자본의 축적과 팽창이 촉진하는 대량생산이 공황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려면 대량소비를 조장하여야 한다. 자본의 노동포섭 아래서 임금소득은 정체하거나 조금 증가하거나 심지어 감소하기 때문에 대량생산에 맞추어 대량소비를 할 능력을 뒷받침하지 못하기에 대량소비는 결국에 가서는 소비지출을 지원하는 정부 신용의 팽창을 조장하고, 오늘의 소비를 위해 당겨쓴 빚은 미래 세대에게 전가되어 그들의 삶의 기회를 갉아먹는다.

생산에서 발생하는 기업 이익의 배당, 정부 신용의 팽창, 보험과 연금 등의 저축에서 발생하는 천문학적인 화폐자본은 지구적 차원에서 문턱 없이 매끄럽게 다듬어진 금융시장을 통하여 자유롭게 운동하면서 생산자본을 지배하는 힘을 발휘한다. 금융자본의 권력 아래서 시장경제는 약탈경제로 전환되었다. 금융자본이 생산자본을 약탈하고, 큰 생산자본이 작은 생산자본을 약탈하고, 생산자본이 노동의 성과를 가혹하게 약탈한다.

금융자본이 결코 중립적일 수 없는 달러 화폐를 기축으로 해서 통용되기에 약탈경제는 더욱 더 악화된 형태를 취한다. 달러 기축 통화 제도는 미국을 중심으로 해서 지구적 차원의 약탈적인 공납체제를 구축한다.

미주

(미주 1) 이러한 통찰은 노동을 ‘자연과의 물질교환’으로 파악한 마르크스에게서 명료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스템 이론을 바탕으로 생태계와 경제계를 에너지-물질 순환 시스템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명료한 인식의 틀을 제공한 학자는 유진 오덤이다. Karl Marx, Das Kapital Kritik der politischen Ökonimie(Berlin : Dietz, 1975), 192; E. P. Odum, Prinzipien der Ökologie : Lebensräume, Stoffkreislauf, Wachstumsgrenzen(Heidelberg : Spektrum der Wissenschaft, 1991), 50ff.

강원돈 교수(한신대학교 신학부/사회윤리와 민중신학) wdkang55@h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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