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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PPI, 평화의 보루

기사승인 2019.04.05  15: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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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를 향한 활동이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

지난 3월 18일 <에큐메니안> 기사(「WCC, EAPPI 동반자 철수 결정」)를 통해,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에큐메니칼 동반자프로그램(Ecumenical Accompaniment Programme in Palestine and Israel, 이하 EAPPI)의 철수 소식을 접했다. 팔레스타인, 특히 EAPPI가 활동하고 있는 지역사람들에게 EAPPI의 존재는 ‘희망’이기 때문에, 이 기사로 인해 필자는 참담함을 금치 못했다. 이를 필자의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것이 계기가 되어 본 글을 기고하게 되었다.

참고로, 필자는 2012년 11월부터 2013년 1월까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기독교장로회(PROK) 총회 파송으로 한국교회 최초로 이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베들레헴 지역에서 활동한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EAPPI의 의미와 활동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EAPPI, 평화를 위한 여정을 시작하다

EAPPI 시작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갈등 심화로 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 교회 대표들은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 이하 WCC)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 당시 WCC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를 ‘폭력 극복 10년’(The Decade to Overcome Violence, 이하 DOV)으로 선포하고, 캠페인을 진행 중이었다.

▲ WCC EAPPI 동반자들의 활동 모습 ⓒNCCK

이 가운데 WCC는 ‘팔레스타인 불법 점령 종식을 위한 에큐메니칼 캠페인: 중동의 정의로운 평화지지’(Ecumenical Campaign to End the Illegal Occupation of Palestine: Support a Just Peace in the Middle East)를 제안했다. 이를 토대로 EAPPI는 2002년 가을부터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 이와 같이 EAPPI는 지역 교회 대표들의 요청과 DOV의 일환으로 중동지역, 특히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에 발생하는 폭력과 갈등 극복에 대한 세계교회의 구체적인 응답이었다.

EAPPI, 정의로운 평화를 위한 활동

그렇다면, EAPPI는 어떤 의미와 내용을 담고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프로그램 명칭에 담겨있는 세 단어, (1) 에큐메니즘(ecumenism), (2) 동행(또는 동반, accompaniment), (3)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의미를 간략하게 정리해보겠다. EAPPI는 WCC가 추구하는 에큐메니즘(ecumenism)을 바탕으로 정의로운 평화(Just Peace)를 증진시키기 위해 세계교회와 지역교회, 더 나아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에서 활동하는 단체들과 소통하며 연대한다.

이를 바탕으로 갈등지역에서 인도주의 업무를 위해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동행(동반, accompaniment) 모델을 차용하고 있다. 이 동행의 라틴어 어원이 콤파니아(compagnia)인데, 이 단어는 ‘함께’를 의미하는 ‘cum’과 빵을 의미하는 ‘panis’가 합쳐진 것이다. 그렇기에 동행은 ‘빵(필요)을 함께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누가복음서에서 예수께서는 엠마오로 가는 길에 낙심한 제자들을 만나셨고, 그들과 함께 동행하셨다. 이 복음서의 이야기를 통해 동행의 의미를 구체화 했다. 그 의미는 희망의 말씀을 전하고(preaching a word of hope), 인간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본적인 것들을 나누고(sharing the basics of life),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적절한 순간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departing at the right moment to carry on the work elsewhere) 하는 것이다. 특별히 이 모든 것이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고통당하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모두와 연대하여 평화, 안보, 그리고 자유를 증진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EAPPI는 ‘증인’(witness)이 되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 이는 바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람들의 삶, 특히 분리장벽 안에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고, 또한 그것을 ‘있는 그대로’ 세계교회 앞에 증언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은 평화 전문가에서부터 일반인까지 다양하다.

지금까지 21개국 1,800명의 세계교회 형제자매들이 EAPPI에 참가했다. 그들은 각자의 삶의 자리로 돌아가 자신들이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증언하고 있다. 참고로 한국교회는 현재까지 필자를 포함해 단 2명이 참가했다.

EAPPI의 활동 지역과 현재 상황

EAPPI는 예루살렘과 서안지구(West Bank)를 중심으로 6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예루살렘을 제외하고 나머지 5개 지역은 서안지구로, 이곳에 배정되면 3개월 동안 분리장벽 안에서 지내게 된다. 5곳 중에 한곳이 헤브론인데, 이 지역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정착민들 간의 갈등이 심각하다.

헤브론에는 약 20만 명의 팔레스타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올드시티를 중심으로 한 팔레스타인 거주 지역 중심부에 1,000명 정도의 불법 유대인 정착민들이 살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들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110개의 검문소와 무장한 군인들을 배치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팔레스타인들과 정착민들 사이에 갈등과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빈번히 일어난다. 특히나 지난 1994년 유대인 정착민이 아브라함모스크에서 기도드리고 있던 무슬림을 향해 총격을 가해 29명이 죽고, 128명이 부상당했다. 이 테러를 기점으로 헤브론 임시 국제감시단(Temporary International Presence in Hebron)활동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지난 1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우리에게 반대하는 활동을 하는 국제감시단의 활동 연장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한 후 헤브론에서 활동했던 국제평화단체들이 하나 둘씩 철수하고 있다.

EAPPI의 인도주의적 역할

EAPPI는 한 기수(*3개월) 당 보통 25명에서 30명이 참가하며, 대략 5명 정도가 한 팀이 된다. 필자는 베들레헴 팀에 소속되어 다른 4명의 세계교회 형제자매들과 다양한 미션을 수행했다. 필자의 팀원은 스위스에서 온 여성 목사, 호주에서 온 은퇴 목사 사모, 영국에서 온 노년의 퀘이커 여성 교도, 그리고 콜롬비아에서 온 신학생이었다.

이렇게 팀이 되어 맡게 된 주된 역할은 ‘인도주의적’ 역할이었다. 이 활동을 위한 중요한 6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았다.

(1) 보호적 감시(protective presence)
(2) 인권 침해 모니터링(monitoring of human rights violations)
(3) 지역의 평화 그리고 인권 단체와의 협력(standing with local peace and human rights groups)
(4) 지지(advocacy)
(5) 공정한 중립(principled impartiality)
(6) 비폭력(nonviolence)

EAPPI는 이러한 원칙을 가지고 정의로운 평화를 증진시키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1) 인권과 국제 인도주의 법 위반에 대한 감시와 보고, (2) 지역의 기독교인, 팔레스타인 그리고 이스라엘 평화운동가의 비폭력 활동지원, (3) 비폭력활동을 통한 연대, (4) 정책 활동에 대한 지원 및 협력(옹호), (5) 점령에 대항하는 단체들과의 연대하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작지만 의미 있는 평화의 발걸음을 계속해 가고 있다.

지면의 한계 등으로 이 짧은 글 속에 EAPPI에 관한 모든 내용을 담을 수는 없으나, 간략하게나마 EAPPI 의미와 활동 내용을 나누어 보았다. EAPPI는 고통당하고 있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평화의 보루이기에 이 활동은 계속되어야 하며, 우리 한국교회 또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참여해 주길 바라는 소망을 전한다. 추후에 기회가 된다면 그곳에서 경험했던 내용들을 중심으로 나누고자 한다.

박선교 목사(경동교회)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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