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성경공부, 어떻게 할 것인가?
김재준, 송창근, 안병무, 서남동, 문익환, 등 깨어있는 선진들이 일제 시대부터 가르쳤던 신학의 참 뜻과 방향은 오늘날에도 더욱 절실하다. 성서로부터 참다운 역사신앙을 배워서 한국교회로 하여금 한국사에 올바르게 기여하려는 것이 필생의 작업이었다. 어떻게 하면 미국 선교사들이 이식해준 미국식 근본주의 신앙을 버리고 역사의 요청에 부응하는 올바르고 건전한 신학을 한국교회에 정립할 것인가?
애석하게도 근본주의는 오늘날 한국교회에 전염병처럼 편만하게 퍼져 있다. 유신독재 정권과 군부독재의 비호를 받고 성장한 교회들과 선교단체들의 종교지도자들이 보수진영을 형성하면서 근본주의 신앙을 평신도들에게 주입하였다. “정통보수”를 표방하는 진영들과는 또 다른 축에서 근본주의자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촛불정국에 대항하여 태극기 부대를 형성하여 기독교의 이름으로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어대는 자들이 그들이다. 이들을 어떻게 바르게 견인할 것인지는 지난한 과제라 할 수 있다. 근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우선 그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터인데 그 중심고리는 성서일 수밖에 없다. 성서를 바르게 읽고 해석하고 적용하는 작업을 함께 하는 일밖에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 근본주의를 놓고 내가 가입해 있는 고등학교 동창생 신우회의 단톡방에서 나눈 격한 대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나의 고등학교 동기생인 000 장로는 근본주의를 경계하자는 나의 제안에 대해서 격하게 반응하였다. 그 분과 나눈 대화는 아래와 같다.
이영재 목사: “최고의 지성 00고등학교 신우 동문들이여~ 이 나라와 종교의 지성계를 짊어지고 열공하시기 바랍니다. ~ 온 세계는 근본주의 종교사상의 폐해를 당하고 있으니 먼저 한국교회에 편만한 근본주의(fundamentalism)을 계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서울대 종교학과 배철현 교수의 책 중에서 한 쪽을 참조해 보세요. (저는 멀리 살고 있어서 참여하지는 못하오나) 재미난 성경공부 계속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배철현, 인간의 위대한 여정, 66쪽을 카메라로 찍어서 단톡방에 올렸습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대부분의 과학자와 인문학자는 우주와 인간에 대한 탐구 성과를 공유하고 서로 자극하는 공생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런 이상적인 공생관계가 깨지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말부터다. 이 시기에 등장한 눈부신 과학적 성과를 수용하지 못한 일부 종교인들이 스스로를 근본주의(根本主義)라는 이데올로기에 가두어버린 것이다. 동기생 000 장로의 답글: “이영재 목사님이 제시하는 글 많이 불편합니다. 다른 분들 생각이 어떤지는 몰라도 이런 글 더 이상 올리지 않으실 수 없는지요? 기존의 신앙을 부인하는 자유신학의 얘기들, 이 시대의 거짓교훈이라 생각합니다. 과연 이 목사님은 예수님이 하나님 되심과 그분의 부활, 성령 하나님, 그리고 다시 오실 주님을 믿으시는지 질문하고 싶습니다. 일반 종교학으로써 계시의 신앙인 기독교를 얘기하는 것은 선천적 시각장애인에게 색깔을 설명하는 것 보다 더 우매한 것입니다.” 000 장로의 이어진 글: “계속 올리시면, 이 방에서 조용히 나가겠습니다.” 이영재 목사의 답글: “내가 그렇게 불편하게 했군요. 사과합니다. 이제부터 안 올리겠습니다.” 000 장로의 이어진 글: “이 목사님은, 만나 본 적이 없는 동기라도 인물이 훌륭해 보이시지만 신앙의 내용은 너무 다릅니다. 서울대 종교학과 배 교수는 목사라고 하면서도 원죄교리를 인정하지 않는 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와 대다수 동기들의 신앙적 모습을 무식한 근본주의로 몰아가고, 우리가 믿는 진리를 과감히 버리라는 말을 어떻게 수용할 수 있습니까? 나 혼자 믿어 4대(손자까지 하면 5대)가 믿게 된 평생의 신앙, 시간과 공간을 넘어 각 시대에 선한 영향력을 끼친 신앙의 선조들과 같은 성경, 한 성령 안에서 동일한 신앙고백임을 늘 확인했습니다.” 000 장로의 이어진 글: “사랑하고 아끼는 신우회 동기들에게, 제 신앙고백 같은 글을 마지막으로 올리고 당분간 침묵하겠습니다. 가치관이 무섭도록 급변하며 우리를 위협하는 시대입니다. 꼭 한 번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혹이라도 소중한 00신우회 모임을 혼란스럽게 할 마음은 추호도 없음을 말씀 드립니다. 생각이 다른 분들도 다 사랑합니다~ 혹 강한 표현으로 신우회 동기들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면 용서바랍니다~” 000 장로가 단톡방에 게재한 입장문: 요즈음 한국교회 안에 확대되고 있는 인본주의, 다원주의, 과학주의, 이성주의에 바탕을 둔 자유주의(?) 신학이 많이 염려가 됩니다. 교회를 포함해서 내가 속한 모든 신앙공동체에 거의 예외 없이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지금의 정치적인 상황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습니다. 정치적 보수의 몰락과 함께 교계의 불미스러운 일들로 인해 기존제도권 교회가 많이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성도인 우리의 책임도 크지만 개혁의 이름으로 교회를 위협하는 불순한 외적 요인들이 우려가 됩니다. |
위의 글을 여러 차례 꼼꼼하게 읽고 곱씹어 보는 가운데 나는 우리 시대에 기독교 사상의 양극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그의 글을 여러 차례 정독한 까닭은 사고방식이 전혀 다르지만 어떻게 하면 서로 대화할 수 있겠는지 그 접점을 찾아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의 진심은 “이 시대에 고수해야 할 복음과 성경적 진리가 혹 ‘근본주의’라는 비판으로 희석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라는 말 한 마디에 다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시대에 고수할 복음과 성경적 진리”가 무엇이냐 하는 지점에서 우리는 서로 의견이 갈라져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장로로서 교회를 섬기며 진심으로 예수님을 따르고 뜨겁게 사랑하는 성도임에 틀림없어 보입니다. 진보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보수진영의 성도들과 한 마음이 되어서 진리 되신 예수를 바르게 살아낼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우리시대에 극복해야 할 지난한 과제임에 분명합니다.
방법은 오직 한 가지, 말씀을 함께 공부하는 길뿐입니다.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성서의 말씀을 가운데 놓고 둥그렇게 모여 앉아서 말씀을 함께 읽고 정결한 마음으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며 서로를 경청하는 것입니다. 그 가운데 제출된 다양한 견해들을 존중하면서 조금씩 생각을 모아가는 방법밖에는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서로 모이기 어려우니 우선 말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글로 써서 서로 나누어 읽고 소통하며 대화하는 방법이 최선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길은 정말 멀고도 길어서 참으로 오래 걸리는 인내의 여정을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진지하게 대답하는 방법으로 근본주의를 극복해 나갑시다.
이영재 rheeyjae200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