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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에 의한 억울한 희생, 다시는 없어야"

기사승인 2017.06.22  11:5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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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신대 간첩조작 사건' 무죄 판결 감사 예배

'1975년 한신대 간첩조작 사건' 무죄판결 감사예배가 20일(화) 기독교회관에서 열렸다 ⓒ에큐메니안

‘한신대 간첩조작 사건’의 희생양, 김명수, 나도현, 전병생 목사의 무죄판결 감사예배가 20일(화) 기독교회관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 인권센터,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 총회 평화통일위원회 주관으로 열렸다. 

김명수, 나도현, 전병생 목사의 한신대 동문, 후배들을 비롯해 김영주 총무(NCCK), 권오륜 목사(기장 총회장), 교계 원로들이 참석해 세 목사의 무죄 판결을 축하했다. 권호경 목사(사단법인 한국기독교민주화운동 이사장) 축사를, 김상근 목사가 당시 사건을 목격한 증인으로 증언을 맡았다. 

설교를 맡은 권오륜 목사는 각각 세 목사와 인연이 깊다고 전했다. 함께 한신대를 다니며 기숙사에서 한방을 쓰기도 하고 같은 교회에서 사역하기도 했다. 권 목사는 “하나님께서 어둠의 땅을 바꾸시려고 세분 목사님을 빛의 증인으로 사용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세상의 빛이라고 우리의 존재를 선언하신 주님을 따라 살아가야 한다”고 설교했다. 

권호경 목사 ⓒ에큐메니안
김상근 목사 ⓒ에큐메니안
이상희 변호사 ⓒ에큐메니안

권호경 목사는 “당시 함께 사건에 연루되었던 재일동포 김철현 씨도 재심을 통해 이런 자리에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전했다. 권 목사는 “이를 위해 일본교회, 기장, 한국NCC, 일본NCC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계 원로로 함께 동석한 김상근 목사는 당시 간첩조작 사건이 터진 뒤, 매주 목요일 기도회로 모여서 세 목사를 위해 기도했던 일을 회상했다. 김 목사는 "다시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한신대, 기장 교단이 표적이 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사건의 변호인단으로 참여, 무죄 판결을 이끌어 낸 이상희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예배에 참석해 증언했다. 이 변호사는 이 사건의 중심에 당시 사회의 약자였던 재일동포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식민지 시대와 분단의 희생자인 재일동포들은 아직도 재심청구를 꺼려한다. 이 변호사는 잔인한 고문의 경험과 아직도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국가보안법이 마음을 열지 못하게 하는 주된 요인이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재심 청구와 그 과정에서 과거 이야기를 다시 꺼낸 다는 것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그 과정을 감내하신 분들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더 견고하게 하는데 일조하신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명수 목사, 나도현 목사, 전병생 목사의 감사 인사가 이어졌다. 김명수 목사는 나도현 목사, 전병생 목사가 한신대 동기이자 ‘인생 대학 동기들’이라고 표현했다. 당시 김철현 씨를 만난적도 없는 전병생 목사는 고문으로 허리와 관절을 못 쓰게 됐다. 나도현 목사는 고막이 터지고 김명수 목사 본인은 실명위기에 처했었다. 대학원생이었던 스물여섯에 일어난 일이었다. 김 목사는 “국가 권력이 씌워준 어두운 편린들을 어떤 식으로 지워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역사의 적폐는 반드시 청산되어야 한다”며 “지금의 촛불 혁명이 주는 교훈도 바로 그것”이라고 전했다. 

나도현 목사도 촛불 혁명이야말로 지난 역사의 적폐를 통해 국민들이 깨달은 지혜라고 했다. 나 목사는 “골짜기마다 떨어진 물들이 노도를 만들 듯 국민이 역사를 통해 쌓은 수많은 경험이 촛불로 승화된 것”이라며 “그 노도에 물 조금 보탠 사건이 바로 우리들의 사건인데 너무 판이 커져 몸둘 바를 모르겠다”는 겸손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전병생 목사는 ‘최순실 게이트’를 시작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되기 까지 재심 기간 동안 일어난 일들을 보며 “하나님께서 하신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전 목사는 “국가 보안법을 철폐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지 않으면 정권에 의한 억울한 희생자가 또 나올 것”이라며 “이를 위해 기도하고 마음을 모으는 것이 우리나라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라고 전했다. 

이날 감사예배 참가자들은 ▲김철현 씨 명예회복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보상 ▲사건을 기획하고 실행했던 국가기관 책임자들에 대한 심판 ▲국가 폭력 사건에 대한 전면적 재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 전문은 아래와 같다. 

(왼쪽부터) 전병생 목사, 김명수 목사, 나도현 목사 ⓒ에큐메니안

 

1975년 한신대 간첩조작사건 무죄판결에 대한 성명
               야만의 국가폭력을 끝내야 한다

 

만시지탄! 42년 만에 드러난 한신대 간첩조작사건의 진실을 기억하며 오늘 우리는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진실이 승리하기까지 수고하고 애쓴 모든 이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대의 십자가를 지고 그 긴 세월 아픔을 견디어 왔던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들과 그 가족에게 모든 인간의 언어를 뛰어넘는 하늘의 위로가 함께 하길 기원한다. 

우리는 이 감사의 자리에서 진실이 승리했고 하나님이 우리를 인도하셨다는 감격에 앞서 한없는 회한과 고통에 다시금 몸서리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다시 왜 진실의 길은 이렇게 고통스럽고 하늘의 응답은 그렇게 더디어야 하는지, 도대체 누가 어떻게 이 망가지고 부서진 삶을 책임질 것인가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억울하고 암담했던 진실은 처음부터 당시 군부독재의 하수인이었던 중앙정보부, 공안검찰에 의해 민주화 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한신대를 겨냥하여 기획 ․ 조작된 사건이다. 소위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하는” 그들은 불법으로 무고한 학생들을 잡아다 감금하고 협박 ․ 구타하는 등 잔인한 고문을 자행하며 거짓된 진술을 자백시키는 만행을 일삼았고, 결국 복음의 일군이 되기를 꿈꾸던 푸르른 청춘들의 삶을 무참하게 짓이겨 놓은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제 진실의 한 조작이 드러났을 뿐이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아직도 억울한 누명을 쓰고 고통의 세월을 견디며 살고 있는지 우리는 다 알지 못한다. 또한 지금도 어느 음습한 공안기관의 골방에서 양심을 거스르는 자백을 강요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를 더 아프게 하는 것은 이 사건의 최대의 희생자인 재일동포 김철현 선생의 진실이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무죄판결은 다시는 이런 야만적 국가폭력이 반복되지 않는 인권의 새 역사를 위한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일본에 계시는 김철현 선생의 명예가 회복되어야 하며, 피해자들에 대한 형 ․ 민사상 책임이 명확히 가려져 국가가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 또한 이 사건을 기획하고 실행했던 모든 국가기관과 책임자들에게 엄정한 법적 역사적 심판이 내려져야 한다. 그리고 아직도 진실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그간의 국가폭력 사건에 대한 전면적 재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다시는 이런 야만적 국가폭력이 없는 인권과 생명의 시대를 열기위해 온 교회와 더불어 복음의 행진을 이어 갈 것이다.  

 

                                
 2017년 6월 20일 
     1975년 한신대 간첩조작사건 무죄판결 감사예배 참가자 일동

 

김령은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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