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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씨, 빠져야 할 때는 빠지세요!"

기사승인 2017.03.30  15: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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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관점으로 본 종교개혁, 마녀사냥에서 시민사회를 열기 까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곳곳에서 루터에게로 돌아가자는 외침이 들린다. 루터의 ‘3가지 Sola’는 위기의 한국교회가 다시 붙잡아야할 동아줄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당시 루터의 종교개혁은 어둠뿐인 중세 교회의 한줄기 빛이기도 했다. 그러나 종교개혁의 명암을 동시에 조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지난 23일(목) 감리교여성지도력 개발원을 비롯한 감리교신학대학교 총여학생회, 총대학원 여학생회가 공동주최한 공개강연인 ‘루터씨, 낄끼빠빠!’에서는 ‘이브의 역습, 교회개혁을 넘어 시민사회를 열다’라는 주제로 첫 번째 강의가 진행됐다. 강사로는 하희정 박사(감신대, 역사신학)가 나섰다. 

하희정 박사는 “루터의 종교개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말로 강의를 시작했다. 이날 강의에서 채택한 관점은 여성의 관점이었다. 애초에 ‘남성의 제국’이었던 교회에서 일어난 종교개혁은 ‘반쪽짜리’에 불과했다. 하 박사는 그림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성만찬 (1547,비텐베르크 교회 제단화, 가운데 그림) 잔을 들고 있는 사람이 루터. 루터 주위에 개혁가들이 둘러 앉아 있다. 이들은 모두 남성이다.

“당시 중세 교회는 남성들이 만든 두 가지 기둥, 계급구조와 가부장제가 떠받치고 있었습니다. 그림에서도 보이듯이 루터와 종교개혁가들 사이에 여성의 자리는 없습니다. 16세기 종교개혁은 남성의, 남성을 위한, 남성에 의한 종교개혁이었기 때문입니다.” 

두려움이 만들어낸 마녀 사냥, 교회는 결국 자멸의 길로

남성들의 거룩한 제국이었던 교회는 이브의 귀환에 대한 두려움에 떨었다. 하 박사는 그 두려움과 공포로 중세교회는 스스로 자멸의 길을 자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포의 실체는 지혜를 가진 사탄과 더불어 이브가 다시 돌아와 교회가 사탄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중세 시대는 여성이 지혜를 가진 사탄을 끌어들이는 사악한 존재라는 신화가 진리처럼 디어졌던 시기였습니다. 중세 교회는 전염병과 전쟁으로 인한 고통의 원인을 원죄에서 찾았습니다. 원죄는 누구로부터 비롯된 것일까요? 중세 교회는 남성을 유혹하고 인류를 타락시킨 이브, 즉 여성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고 포로로 삼았습니다.”

14세기, 과학적 세계관이 유입되면서 신앙에 머물러있던 것이 과학적 증명에 힘입어 사실이 되기 시작했다. 바로 ‘마녀’의 등장이다. 서구 전래동화에 등장하는 상상속의 인물이었던 마녀가 실제 살아있는 존재로 사람들에게 인식됐다. 학자들은 ‘악마학’을 연구했다. 당시 시대 최고의 지성이었던 토마스 아퀴나스는 ‘악마와의 계약은 기독교 신앙을 버리는 것이자 적 그리스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사탄, 악마는 여성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은 언제나 악마와 내통하는 위험한 존재였다. 하 박사는 마녀 사냥의 광기가 최절정을 치달았던 것은 다름 아닌 종교개혁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화형에 처해진 마녀만 최대 200만, 이중 80퍼센트가 여성이었다. 루터는 “마녀들이 어떤 해도 끼치지 않았다 할지라도 악마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불에 태워져야 한다","모든 마녀는 이단이며, 모든 이단과 잘못된 성서해석은 마녀의 소행이다"는 말을 남겼다. 가톨릭 교회에서 이단자로 파면당하고 화형의 위협까지 경험했던 그 루터가 말이다.

이브가 돌아왔다

그런데 ‘이브의 역습’이 이뤄진다. 마틴 루터가 태어나기 100년 전에 그 역습은 이미 시작됐다. <여성들의 도시>라는 책을 낸 크리스틴 드 피잔이 그 주인공이다. 피잔의 책 <여성들의 도시>는 여성 옹호론의 효시로 꼽히는 책이다. 책을 통해 그녀는 ‘남성들의 제국’의 허상의 실체를 밝혔다. 

당시 그녀에 의해 ‘장미 논쟁’이 촉발되기도 했다. 장미 논쟁은 오로지 한 여성을 정복하기 위해 온갖 술수와 모략을 총동원해서 여성을 사로잡는 이야기가 담긴 책 <장미 이야기>에 대한 피잔의 반론이었다. 피잔은 인기리에 읽혔던 <장미 이야기>가 여성을 비하하고 혐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미 이야기>가 서술한 여성의 특징은 ‘여성은 입이 헤프다, 여성이 치장하는 것은 유혹을 위한 것이다, 여성은 공부머리도 없을뿐더러 필요치 않다, 여성은 겁탈당하고 싶어한다’ 등이었다. 

하희정 박사 (감신대, 역사신학) ⓒ에큐메니안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 ⓒ에큐메니안

“피잔의 책 출간은 ‘여성은 지성이 없다’는 ‘정설’에 대한 전면적인 반박이었습니다. 책을 통해 그녀는 여성은 잘못 만들어진 남자가 아니라 온전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싸웠습니다. 그녀가 사용한 핵심무기는 단연 성서였습니다. 루터가 그랬던 것처럼 성서를 이용해 당시 제도적 교회의 권위에 제동을 걸었던 것입니다.”

책에서 그녀가 던진 질문은 다음과 같다. “하나님은 왜 여자를 남자의 갈비뼈로 만드셨는가?” 지금에 와서 누구나 알고 있는 해석이지만, “여자가 남자의 곁에서 반려가 되라는 뜻이지 남자의 발치에서 하녀가 되라는 뜻이 아니다. 남자가 여자를 제 몸처럼 사랑하라는 뜻이다”라는 그녀의 해석은 화형에 처해지기 딱 알맞은 이야기였다. 당시 성서해석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남성인 사제뿐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피잔은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영혼을 지니고 있으며 지성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설명해야 했다. 남성들의 독점물이었던 지식과 교육이 여성에게도 필요하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도 포함해서 말이다.

점선처럼 이어진 여성들의 투쟁, 시민사회의 문을 열다 

이러한 피잔의 노력은 한 세기 이후, 종교개혁 시기의 프로테스탄트 여성들을 통해 이어졌다. 비록 그녀와 직접적 연관이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다. 당시 여성들의 네트워크가 견고하게 짜여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희정 박사는 “여성들의 저항은 실선이 아니라 점선처럼 이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테스탄트 여성들은 자녀들의 종교교육을 통해 여성도 독립적 사고와 판단을 할 수 있는 인간임을 증명했다. 이는 근대 공교육의 기반이 됐다. 

이후로 여성은 계속해서 저항과 투쟁을 이어나간다. 18세기에 이르러 이제 ‘여성은 인간’을 넘어 ‘여성도 시민’임을 위해 싸워 나간다. 하 박사는 당시 시민사회를 위해 행동했던 여성들의 대표적 사례로 감리교 운동에 참여했던 여성들을 꼽았다. 

“‘세계가 나의 교회(교구)다’라는 웨슬리의 선언은 온 세계를 교회로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세계에 대한 무한한 책임을 가진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이는 여성들의 사회적 공간을 확장시켜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는 것입니다. 웨슬리 신학도 이러한 관점으로 새롭게 읽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종교개혁을 ‘가톨릭의 패배이자 프로테스탄트의 승리’로만 인식하는 것은 매우 협소한 관점이다. 하 박사는 “더 넓은 관점으로 보면 종교의 힘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중세신화가 무너진 몰락의 현장이자 시민사회로 가는 문이 열리게 된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 중심에 여성이 있었다. 

하 박사는 “지금도 16세기에 발목 잡힌 한국교회의 출구는 중세적 사고와 언어를 끊어내고 시민사회를 위한 담론, 신학이 생산 되어야한다”는 말로 강의를 결론지었다. 

“이와 더불어 시급한 것은 교회가 그것을 수용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수용하지 않는 이상 교회는 고립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시민사회를 이끄는 리더십이 필요할 때가 아니라, 시민사회의 주체로서 책임의식을 고양할 때입니다. 교회들은 사회적 실천을 위한 연대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합니다.”

김령은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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