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세월호 이후 다시 본 성경, Text 아닌 Context였다"

기사승인 2016.07.12  15:27:13

공유
default_news_ad1

- 죽재 32주기 기념 포럼, 김용복 교수, 세월호 유가족 박은희 전도사 참여

“전태일이 죽었어!”

민중신학의 태동을 알리는 말이었다. 서광선 박사(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서남동 선생이 외치던 이 말이 지금도 또렷이 기억난다고 했다. ‘민중’이라는 단어가 아니, 그 존재가 지식인이라 자부하던 신학자들의 양심에 불을 지피던 때였다. 그렇게 민중의 신학, ‘민중 신학’이 탄생했다. 서양에서 건너와 우리에게 이식된 신학이 아닌 우리 민족의 현실에서 꽃핀 신학이었다. 

죽재 서남동 목사는 심원 안병무 박사와 함께 민중신학의 대부로 불린다. 한국신학대학(한신대), 연세대학교 신학과 교수로 지내다 3.1 민주구국선언 사건,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연루되어 옥고를 치렀다. 한국의 ‘핑겐발데 신학교’였던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교육원 2대 원장을 역임하며 쫓겨난 신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 당시 서남동 목사와 인연을 맺은 학생들이 ‘죽재 서남동 목사 기념사업회’를 발족, 매해 그의 기일 즈음에 기념포럼을 열고 있다. 지난 11일(월)은 32주기 기념 포럼으로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교육원에서 열렸다. 발제자로는 김용복 박사(죽재서남동목사기념사업회 이사장), Volker Kuester 교수(독일 마인츠 대학)가 초청됐다. 또한 세월호 유가족인 박은희 전도사(故유예은 양 어머니)가 시대의 증언을 맡았다. 

죽재 서남동 목사 32주기 기념 포럼이 11일(월)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교육원 강당에서 열렸다 ⓒ에큐메니안

포럼에 앞서 열린 추모예배에서 서광선 목사, 최영실 목사(성공회대 명예교수)는 ‘대화 설교’를 통해 서남동 목사의 뜻을 되새겼다. 서 목사는 “마태복음 25장의 내용처럼, 서남동 선생님은 예수님의 칭찬을 들었을 것” 이라며 “선생님은 예수님을 대하듯 민중을 대했던 분”으로 기억했다. 그러면서 그는 “암담하고 무기력하기만한 요즘 민중 현실 속에서 지성인들이 현학적인 이야기만 되풀이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대화하고 행동하는 것이 재활되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영실 목사는 민중, 그중에서도 여성에 주목했다. 최 목사는 “성경에서 하나님은 민중, 여성의 한의 소리를 통해 말씀하기도 하셨다”며 “지금도 세월호 어머니들의 눈물이 세상을 변화 시키고 있다. 우리는 억눌린 민중, 여성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김용복 박사 ⓒ에큐메니안

주제 발제를 맡은 김용복 박사는 민중신학의 핵인 서남동의 ‘한의 신학’의 지평이 지구적 범위로 넓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의 민중들이 가지고 있는 한의 이야기를 ‘생명전기’(Zoegraphy)로 이해하고 인류와 지구생명역사에 대입하여 새로운 민중 한 사상과 그 실천의 창조적 도약을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 박사는 생명파괴, 학살, 삶의 와해의 이야기들이 만날 수 있는 지구마당(Global Madang)을 요청했다. 이는 전 세계적 화두로 떠오르는 ‘평화’의 문제에 기독교가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김 박사는 “세계적 차원의 영적 융합을 위해 ‘한 맺힌 민중의 이야기’를 통한 생명누리를 꿈꾸자”고 제안하며 발제를 마쳤다. 뒤따른 논찬에서 최순양 박사(감신대)는 “민중신학의 21세기적 지평을 논할 때 지금 먼저, ‘헬조선’의 다양한 약자들의 얼굴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이 먼저 필요하다”고 덧 붙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그동안 가졌던 신앙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폭풍 같은 시기를 보냈다는 박은희 전도사는 서남동 선생이 말했던 Context(상황)와 Text(성서)가 완전히 전환됐던 경험을 나눴다. 

“참사 이후 한동안 성경을 보지 못하다가 어렵게 다시 성경을 보게 됐어요. 다시 본 성경은 더 이상 Text가 아니라 현장(Context)이더라구요. 그리고 내 삶이 Text였구요. 이 두 가지가 충돌돼서 구분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 성경 말씀이 생생하게 다가왔어요.”

박 전도사는 그 후로 교회, 예수그리스도의 죽음, 대속, 성만찬, 재림에 대해 기존에 가졌던 생각과 많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예수님이 약속하신 재림을 소망으로 기다리는 제자들의 모습이 마치 우리의 모습 같았어요. 우리도 너무나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소망을 가지고 진실규명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예수님이 꼭 다시 오실 거니까 소망을 잃지 말라는, 살아내라는, 죽지 말라는 그 복음이 내 발을 붙들고 있더라구요.”

세월호 유가족 박은희 전도사 ⓒ에큐메니안

그러면서 박 전도사는 얼마 전 참가한 참사피해자증언대회(성공회대 주최)를 떠올렸다. 

“다른 나라, 다른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참사피해자들이 우리와 너무 같다고 느꼈어요. 오늘 김용복 박사님이 말씀하신 한의 이야기를 통한 지구적 마당은 가능할거라고 생각해요. 지구 곳곳에서 들려오는 고통 소리는 지금 무엇이 잘못됐는지 똑똑히 알려주고 있어요. 우리(유가족)를 만난 분들이 우리를 통해 하나님을 만났다는 말씀을 하세요. 그게 서남동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한을 타고 오시는 하나님’이 아닐까요. 하나님은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들을 통해 오시는 분입니다. 그게 참사 후 2년 동안 우리가 마주한 말씀이고 늘 생과 사 사이를 위태롭게 걸어가는 우리를 잡아준 믿음입니다.”

포럼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마침 노래로 부르며 마무리 됐다. 한편 이날 죽재 기념 사업회는 최근 ‘민중은 개, 돼지’ 발언으로 면직당한 나향욱 교욱부 정책기획관의 망언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성명서 전문은 다음과 같다.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망언을 규탄한다.


지난 2016년 7월 7일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망언은 현 대한민국 정부의 리더십이 얼마나 반민주적⋅반민중적인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대한민국 국민은 이미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체제가 얼마나 민중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며 고통을 증폭시키고 인간다운 삶을 불가능하게 하는지를 온몸으로 느끼며 간파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그러한 체제의 상층부에서 그 체제를 견인하고 있는 한 개인의 가치관 자체가 반민주적⋅반민중적이라는 사실에서 대한민국 사회의 상층부가 갖고 있는 인성의 구체적 실체를 보게 되었다. 민중은 공적으로 소외될 뿐만 아니라 사적으로도 소외되며 억압받고 있는 것이다. 공적인 체제의 상층부에 있는 개인들은 그들이 누리고 있는 사적 권리가 공적 체제에 의해 부여되는 것인 만큼 사적 책임 또한 공적 체제의 연장이다.

따라서 나 기획관의 망언은 사적으로 뿐만 아니라 공적인 차원에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에 따라 우리는 다음과 같이 천명하는 바이다.

첫째, ‘신분제’의 공고화 발언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사상이라는 점에서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에 반하는 국가전복적인 말이다. 이 말을 한 나 기획관에게 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며, 그가 속한 교육부의 장은 대국민사과 성명과 더불어 사퇴해야 한다.

둘째, ‘1%의 기득권자들과 99%의 민중’이라는 계급적 사회구조인식은 민중의 주체성과 잠재성을 거부하는 반민중적인 망언이며 천박한 엘리트주의의 발로이다. 대한민국의 교육정책을 이끌어 가는 사람의 사상적 면면이 이렇다면, 대한민국은 교육부의 정책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사상의 이면에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시장근본주의적 사고가 전제되어 있다고 판단한다. 정부는 시장근본주의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각종 교육정책을 폐기하고, 시민의 권리를 실현하는 교육정책을 입안하라.

셋째, 민중을 개⋅돼지에 비유한 처사는 비인간적인 만행이다. 민중을 배부르기만 하면 순응하는 반주체적인 식물인간으로 묘사하기 위해 동원된 이 언사는 국가를 운영하는 기득권층의 비인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민중은 역사를 변화시키는 주체이며, 한 국가의 주인이다. 정부는 반민중적⋅비인간적 사상으로 무장한 인사들의 기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

2016년 7월 19일 

죽재 서남동 목사 기념사업회
한국민중신학회
선교교육원 졸업생 동문회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
기장 생명선교연대

김령은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