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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과 빛인가, 사회의 독인가?

기사승인 2025.03.11  03:4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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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신학의 눈으로 본 한국 극우 개신교에 대해

▲ 지난 3월 1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세이브코리아 주최 ‘3·1절 국가비상기도회’ 참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한국 사회에서 ‘극우 개신교’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이들은 반공주의, 배타적 민족주의, 성소수자 혐오, 여성 혐오 등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며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특히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 손현보 목사(세계로교회)와 같은 인물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방역 지침을 무시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특정 정치 세력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극우 개신교의 행태는 과연 성경의 가르침에 부합하는가? 이들은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공공신학’의 눈으로 이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공공신학이란 무엇인가?

공공신학은 20세기 후반 서구 사회에서, 특히 미국과 독일을 중심으로 발전한 신학적 흐름이다. 이는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공공선(公共善, Common Good)에 기여해야 한다는 신학적 입장이다. 공공신학은 교회가 세상과 분리되어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되며,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성경적 가르침에 근거한다.

여기서 핵심은 ‘공공성(publicness)’이라는 개념이다. 공공신학은 이 공공성을 단순히 ‘모두에게 공개된 것’이라는 소극적인 의미를 넘어, 사회 구성원 모두의 존엄성과 권리가 보장되고, 정의와 평화가 실현되는 공동체적 삶의 영역으로 이해한다.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공신학은 미국 신학계에서 등장했다. 미국의 공공신학은 주로 시민 사회 내에서 교회의 역할, 종교의 자유, 다원주의 등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대표적인 학자로는 데이비드 트레이시(David Tracy), 맥스 스택하우스(Max Stackhouse) 등이 있다.

반면, 독일의 공공신학은 위르겐 몰트만(Jürgen Moltmann)과 도로테 죌레(Dorothee Sölle) 등으로 대표되며, 이들은 정치신학의 영향을 받아 사회 비판적 성격을 강하게 드러낸다. 특히 몰트만과 죌레는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교회와 국가의 관계, 사회 정의, 평화 등의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신학적 성찰을 전개했다.

한국 공공신학은 이러한 서구 공공신학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분단, 민주화 운동, 급격한 사회 변화 등 한국 특유의 역사적, 사회적 맥락 속에서 독자적인 발전을 이루어 왔다. 따라서 공공신학은 단순히 교회의 사회 참여나 봉사 활동을 넘어, 사회 구조와 제도의 문제, 권력 관계, 불평등과 차별 등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변혁을 추구한다. 이는 정의, 평화, 화해, 사랑, 포용 등 기독교의 핵심 가치를 사회 속에서 실현하고, 모든 사람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 극우 개신교, 무엇이 문제인가?

그런데 이러한 공공신학의 빛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들이 한국 교계와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바로 한국 극우 개신교 세력의 득세이다. 이들은 과거 민주화와 인권의 상징이었던 광장을 점거하고 민주화와 인권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훼손하고,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 극우 개신교 세력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지만, 현재 한국 극우 개신교 세력을 대표하는 이들은 전광훈과 손현보이다. 전광훈은 “대한민국은 망한다”, “문재인은 간첩”과 같은 극단적인 발언을 일삼고, 사랑제일교회발 집단 감염 사태에도 불구하고 대면 예배를 강행하며 방역 지침을 무시했다. 특히 한국일보는 전광훈과 관련 연재 기사를 발행해 그의 사업 확장, 개인정보 수집 논란, 그리고 광화문 집회에 대한 금융 지원 규모 등을 다루며, 재정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손현보 역시 2020년 팬데믹 당시 “예배 사수”를 외치며 정부의 비대면 예배 정책에 맞섰고, “백신은 짐승의 표”라는 허위 주장을 퍼뜨리며 사회적 불안감을 조성했다. 또한, 이들은 10.27 기도회 등을 통해 동성애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극렬히 반대하며 혐오와 차별을 선동하고 있다. 한국 극우 정치 세력과 노골적으로 연대하고 있다.

▲ 현 한국 극우 개신교 세력을 대표하는 전광훈과 손현보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삭제하고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 ⓒ평화나무

이러한 극우 개신교의 행태는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1) 성경 왜곡: 이들은 성경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자신들의 극단적인 주장을 정당화한다. 사랑과 포용을 강조하는 예수의 가르침은 외면한 채, 혐오와 배제를 선동하는 데 성경을 이용한다. 이는 단순한 왜곡이 아니라 이단에 가깝다.

(2) 사회 갈등 조장: 이들은 ‘반공’, ‘동성애 반대’ 등의 구호를 내세워 사회를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한다. 이는 건강한 공동체 형성을 저해하고, 사회 통합을 어렵게 만든다. 특히 집회 현장에서 쏟아내는 발언들은 폭력을 불싸하겠다는 늬앙스를 담고 있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3) 민주주의 위협: 이들은 특정 정치 세력과 결탁하여 선거에 개입하고, 가짜 뉴스를 유포하며,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는 행태를 보인다.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고, 사회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윤석열과 그에게 부역한 군 세력들의 내란을 옹호하는 것은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4) 인권 위협: 극우 개신교의 행태 중 가장 위협적인 요소는 성소수자, 이주민, 난민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인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직 생물학적 성만을 하나님의 형상이라고 주장하며 예외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며 인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5) 교회의 신뢰 추락: 이들의 극단적인 언행은 한국 교회 전체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를 추락시킨다. 이는 선교의 문을 닫고, 교회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이미 비신앙인들에게 한국 개신교는 전광훈과 손현보로 대표되는 극우 개신교로 인식되고 있다.

민주주의와 인권: 공공신학의 시금석

그렇다면 공공신학은 이러한 극우 개신교의 행태에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공공신학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옹호하고 증진하는 데 깊이 관여한다. 민주주의는 모든 시민이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가지고, 자유롭게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정치 체제이다. 인권은 모든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는 존엄성과 권리를 의미하며, 이는 어떠한 이유로도 침해될 수 없다.

공공신학은 이러한 민주주의와 인권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고,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믿는다. 교회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지키고 보존해야 할 특별한 책임을 지닌다. 이는 교회가 단순히 종교적인 영역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공공선 실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함을 의미한다.

성경은 끊임없이 약자와 소수자의 편에 서서 정의를 부르짖고, 불의에 맞서 싸울 것을 촉구한다. 예수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섬기고, 권력자들의 위선과 불의를 비판하며, 모든 사람이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존중받는 세상을 꿈꿨다.

따라서 교회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협하는 모든 세력에 맞서 싸워야 한다. 권위주의적인 정치 체제, 사회적 불평등, 차별과 혐오, 폭력과 억압 등은 모두 하나님의 창조 질서와 사랑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다. 한국 교회는 이러한 불의에 침묵하거나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예언자적인 목소리를 높여 진실을 말하고, 정의를 실천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공공신학은 극우 개신교의 행태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공공신학은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공공선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극우 개신교는 오히려 사회 분열을 조장하고, 약자를 혐오하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반(反)공공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국 교회는 지금이라도 극우 개신교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성찰하고, 뼈를 깎는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극우와 결이 다른 보수 개신교는 이들과 분명하게 선을 긋어야 한다. 혐오와 배제가 아닌 사랑과 포용의 기독교 정신을 회복하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옹호하며, 민주적 가치를 수호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공공신학은 한국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회복하고, 더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지침을 제공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한국 교회가 공공신학의 가르침에 귀 기울여,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숙한 공동체로 거듭나야 할 때이다. 공공신학을 학자들의 전유물이나 특수한 신학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교회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공신학은 이론적인 형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특히 극우 개신교와 관련해 목회자들뿐만 아니라 평신도들도 해결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실천해야 할 것들이 있다.

먼저, 각종 혐오 발언에 적극적으로 맞서야 한다. 혐오와 차별은 기독교적 가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온라인/오프라인에서 혐오 발언을 접하면, 침묵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반박해야 한다.

또한 비판적 시각을 갖추어야 한다. 언론 보도, 설교, SNS 등에서 접하는 정보에 대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말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자신의 교회 목회자가 말하니, 유명 대형 교회 목회자가 말하니 맞겠거니 하는 생각을 버리자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공공신학적 가치를 실천하는 건강한 교회와 시민 단체를 찾아 후원하고, 활동에 참여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들이 바로 한국 교회를 건강하게 하는 사람들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연대 활동에 참여하고, 불의에 맞서는 시민 운동에 힘을 보태야 한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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