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성애는 사법적인 죄, 본질적인 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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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리교를 넘어 한국 교회는 차별과 혐오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명운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큐메니안DB |
성소수자 축복한 5명의 감리교 목사 출교
기독교대한감리회 충북연회 재판위원회는 지난달 24일 김형국 목사(화양교회)와 차흥도 목사(농민교회)에 대한 출교를 서면으로 통보했다. 교역자가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 이를 ‘범과(犯過)’에 해당한다고 보아 정직, 면직, 출교에 처한다는 ‘교리와 장정’(제7편 제1장 제3조 제8항, 제5조 제2항)에 따른 판결이라고 한다. 성소수자 축복을 이유로 출교당한 목회자는 이동환 목사(경기연회 영광제일교회), 남재영 목사(남부연회 빈들공동체), 윤여군 목사(중부연회 남산교회)를 포함해 총 5명으로 늘어났다. 백번 양보해서 성소수자에게 축도를 한 것으로 출교를 한다면, 교도소에서 제소자를 위한 예배에 참석한 도박사범에게 축도한 목사들이 있는지 조사하여 모두 처벌해야 한다. 도박사범 축복은 봐주고 동성애자 축복만 문제 삼는 것은 ‘교리와 장정’의 선택적 적용이다. 선택적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성서가 동성애를 죄로 규정한 본문(레 18:22 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성서가 말하는 죄들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는 문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일부다처제는 아브라함 시대에는 허용되었으나 지금은 불법이다. 그 반대로 성서에서는 죄라고 했지만, 지금은 더 이상 죄가 아닌 것도 많다. 오난은 형 사후에 형수와 결혼하게 한 당시의 시(媤)형제 결혼제도를 거부하고 ‘정액을 땅바닥에 쏟았다’(창 38:9)라는 이유를 죽임을 당했다. 그래서 서양기독교는 오랫동안 자위를 오나니즘이라 하여 범죄시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어느 나라도 자위를 했다고 처벌하지는 않는다.
동성애는 사법적인 죄, 본질적인 죄가 아니다
죄는 이처럼 상대적인 성격을 지니며, 다양한 차원을 지닌다. 종교적인 죄(sin), 윤리적인 죄(mistake), 사법적인 죄(crime)라는 세 가지 차원이 그것이다. 종교적인 죄가 가장 엄격하다. 초대교회의 터툴리안은 ‘두 벌 옷을 취하지 말라’, ‘음욕을 품지 말라’, ‘가족을 버리고 나를 따르라’는 주님의 명령은 결혼하여 자녀를 둔 평신도들이 지킬 수 없는 것으로 여겼다. 이런 것들은 성직자들에게만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사제들에게만 청빈과 순결과 순명을 서약하게 한 것이다. 종교적 죄의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가톨릭교회는 일찍이 죄의 뿌리가 일곱(七罪宗)이 있으며, 교만·탐식·시기·분노·음욕·탐욕·나태라고 가르쳐 왔다. 예수회 선교사 빤또하(Diego de Pantoja)가 중국에서 《칠극(七克)》(1614)으로 소개하였고, 영화 ‘세븐’의 주제이기도 하다. 이 일곱 가지 죄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덕스럽지 못한 행동이지만 사법적인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간통(姦通)은 오랫동안 종교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사법적으로 죄로 취급됐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간통죄를 폐지하는 추세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성적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야 하며,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타율로 강제될 수법 없다는 이유로, 2015년 2월 26일에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형법」 제241조의 간통죄는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비로소 간통죄의 사법적 처벌이 폐지된 것이다.
동성애도 역시 간통죄처럼 오랫동안 죄로 여겨졌다. 14세기 서유럽에서는 동성애자 화형에 처했고, 흑사병 창궐하지 이를 동성애 탓으로 여겼다. 영국 의회는 1533년 동성애를 사형 규정했으며, 미국 동부의 13개 주는 1775년 전까지 동성애자 사형에 처했다. 심지어 히틀러는 장애인과 동성애자를 수감하거나 처형했다. 최소한 동성애자 2만에서 10만 명 이상이 처형된 것으로 추정한다.
2차 세계대전 후에 비로소 동성애를 범죄로 여겨온 것에 대한 반성과 동성애자에 대한 인권 옹호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오랜 논쟁 끝에 미국의 경우 2003년 6월 26일에 연방 대법원은 동성애 행위는 헌법상 ‘자유에 의해 보호’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당시 연방 대법원의 자문을 맡았던 케스 선스타인(Cass R. Sunstine) 시카고대 법대 교수는 동성애가 범죄가 아닌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① 제3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사적(私的)인 성행위이며, ② 동성애 처벌로 인한 정당한 국가의 이익이 없으며, ③ 더 이상 공공의 지지를 받을 수 없으며, ④ 헌법상의 자유와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므로 동성애 금지는 위헌이다. |
2000년대에 들어와서 여러 나라에서 동성결혼을 허용한 상황에서 동성애가 비록 성서가 규정하는 종교적인 죄라고 하더라도 더 이상 사법적인 죄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살인처럼 종교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사법적으로 여전히 죄가 되는 것은 본질적인 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동성애는 본질적인 죄가 아니다.
따라서 인종차별을 금지하듯 성소수자를 비롯하여 각종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 유엔의 입장이다. 2012년부터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우리나라에 대해 ‘성소수자 차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여러 차례 권고했으나, 한국교회가 줄기차게 이를 반대해 왔다. 예수가 가르치신 무차별적 사랑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성소수자 축복한 목사는 출교하고 내란 수괴 탄핵 반대에는 앞장서고
지난 3·1절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에는 각각 전광훈과 손현보 목사가 주도하는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전광훈은 “판사 검사들이요. 야 이 개XX들아. 공수처 너희들 용서 못 해. 헌법재판소를 지금부터 해체하겠습니다.”라고 외쳤다. 손현보 목사는 “탄핵을 인용한다면 헌재는 국민적 저항을 맞아서 산산조각이 날 것”이라고 하였다. 12.3 반헌법적 내란을 찬성하고 1.19 법원 폭동을 선동했던 이들이 지금은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헌재를 해체하거나 산산조각 내겠다고 욕설과 폭언하였다. 민주공화국의 최고 헌법기관을 부정하는 것은 체제를 부정하는 반국가적인 범법 행위이다.
동성애는 더 이상 사법적인 죄가 아니지만,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 헌법을 유린하는 내란은 ① 다수의 제3자에게 피해를 주며, ② 국격과 국익을 크게 해치며, ③ 더 이상 공공의 지지를 받을 수 없으며, ④ 명백한 헌법 위반이다. 그 수괴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형법 88조)에 해당하는 사법적 죄이며, 단순가담자도 5년 이하에 징역에 처하는 본질적인 죄이다. 그런데도 한국의 극우 목사와 그 추종자들은 여전히 내란을 일으켜 구속된 윤석열을 지지하는 탄핵 반대 집회에 앞장서고 있다.
사법적으로 무죄한 성소수자들을 축복한 목사는 ‘동성애를 찬성하고 동조했다’고 출교로 처벌하면서,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받게 될 범죄자 내란 수괴의 탄핵 반대에는 앞장서서 찬성하고 동조하고 있다.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마 7:3)는 책망을 받아 마땅하다.
허호익 목사(김찬국기념사업회 회장) webmaster@ecumen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