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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인의 눈으로 성서 그리기

기사승인 2022.11.29  00:5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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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교와 미술: 테오 순더마이어를 중심으로 (4)

▲ Nyoman Darsane, 「He Came Down」 (1978, Oil on canvas)

신학적 토착화를 미술을 통해 시도한 작업이 비서구권 교회에서 대륙별로 이미 시도되었고 지금도 시도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아시아교회협의회(CCA)와의 협의를 거쳐 일본인 교수 마사오 타케나카(Masao Takenaka)가 편집한 ‘아시아의 그리스도교 예술’(Christian Art in Asia) 첫 번째 책이 1975년에 발간되었다. 1978년에는 인도네시아의 발리에서 아시아의 그리스도인 예술가들의 국제회의가 열렸고, 이 회의의 결과 ‘아시아 그리스도교 예술가 협회’가 조직되었다.

이 협회의 첫 작업은 성서의 주제에 따른 아시아 예술가들의 작품과 아시아 신학자들의 글을 모아 1991년에 출간한 ‘아시아인의 눈으로 본 성서’로 결실을 맺었다.(1) 구약성서에서는 창조, 아담과 이브, 대홍수, 노아의 방주, 바벨탑, 노예 하갈, 이삭의 희생, 이삭과 야곱, 시나이 광야, 모세의 소명, 이집트 탈출, 기드온, 룻의 노래, 사울과 다윗, 엘리야, 욥, 시편 1, 23, 42, 56, 애가, 이사야, 예레미야 등이, 신약성서에서는 수태고지, 예수의 탄생, 마리아의 노래, 마리아, 이집트로의 피난, 성전 안에 있는 어린 예수, 예수의 세례, 시험, 제자들을 부르심, 사마리아 여인, 치유자 예수, 산상수훈, 죄 많은 여인, 오병이어의 기적, 웃는 예수, 진노하는 그리스도, 잃어버린 아들, 선한 사마리아인, 잃어버린 동전, 열 처녀, 추수, 주님의 기도, 제자들이 발을 씻어주시는 예수, 배신, 가시면류관, 갈보리에로의 길, 예루살렘의 여인들, 십자가, 부활, 의심하는 도마, 선교위임, 승천, 성령강림, 사도 바울 등 인물과 사건만이 아닐, 평화이신 그리스도, 자기를 낮추신 그리스도, 빛과 생명, 하느님의 도성, 생명의 나무 등의 주제를 성서의 순서를 따라 배열한다.

주제에 대한 작품 옆에는 작가에 대한 짧은 소개가 있고, 관련된 성서 택스트에 대한 아시아 신학자들의 해석, 명상과 때로는 작품에 대한 분석이 소개되어 있다. 이 작업에 참여한 한국의 예술인은 이철수, 안동숙, 김학수, 오해창, 김기창, 홍종명, 이명의, 신영훈, 윤영자, 김영길, 진성자, 이춘기 등이다.

‘아시아인의 눈으로 본 성서’는 성서의 인물과 사건, 주제들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아시아의 오랜 종교적, 문화적 전통이 반영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식민지배의 유산, 정치적 불안정, 구조적 빈곤, 자유와 독립에 대한 열망이라는 아시아 콘텍스트도 깊이 표출되어 있다. 그러나 ‘아시아인의 눈으로 본 성서’의 더 큰 미덕은 힌두교, 이슬람, 불교 등 다수를 점유하고 있는 아시아 종교들 안에서 소수인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이 다른 종교들의 이미지와 형식들을 과감하게 수용한 예술적 형태로 표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다른 종교들을 가진 예술가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그들의 신앙의 진정한 표현으로 묘사하는 것에 상응한다.(2) 이런 두 경향은 특히 인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의 작품들에서 두드러진다.

1939년에 태어난 발리 출신의 니오만 다르사네(Nyoman Darsane)의 아버지는 음악가였고, 그의 할아버지는 전통 무용가였다. 가족의 예술적 자질을 이어받은 그는 자카르타에서 미술 수업을 받았는데 1966년 27세의 나이에 세례를 받았고, 그 후 그리스도교 신앙을 미술작품을 통해 증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의 작품, ‘세상에 내려오신 그리스도’(He came down)(3)는 발리 전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그리스도와 그를 경배하는 여인이 발리인의 모습을 한 것은 물론, 그들의 옷이나 팔찌 등도 발리적이다. 특히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그리스도를 경배하는 여인의 두 손에 꽃이 들려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주변에 악마들이 에워싸고 있는 세상의 한 복판으로 그리스도는 춤을 추며 내려온다. 화가이면서 음악가이며 동시에 무용가인 다르사네의 삶의 배경이 반영되어 있기도 하지만,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 억압받고 착취 받으며 차별받는 사람들, 죄인들 특히 여성의 친구로서 춤추며 세상으로 내려오는 예수 그리스도 사건을 발리 전통과의 대화를 통해 형상화하는데 뛰어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아인의 눈으로 본 성서’는 높은 예술적 가치를 가진 작품으로서 성서의 주제를 다룬, 표현 양식에서 아시아적 성격을 지닌 것이어야 한다는 선정 기준을 설정하고 선택했기 때문에 작품에서는 물론, 성서 텍스트에 대한 아시아 신학자들의 학문적이고 콘텍스트적인 해설과 성찰에 있어서도 탁월한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글을 쓴 신학자들이 작품에 대한 분석과 명상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은 것, 특히 선교학적 관점에서 해석하지 않은 것이 한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주

(1) Masao Takenaka and Ron O'Grady(ed.), The Bible through asian eyes(New Zealand: Pace Publishing, 1991).
(2) Masao Takenaka and Ron O'Grady(ed.), 위의 책, 8.
(3) Masao Takenaka and Ron O'Grady(ed.), 위의 책, 181.

채수일(전 한신대 총장) sooilchai@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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