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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직에겐 안전화 지급은 없다”

기사승인 2019.07.01  18: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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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노동자 故김태규 노동자 누나 김도현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4월 10일 수원 고색동 건설 현장에서 추락사로 사망한 용역 노동자 (고) 김태규 누나 김도현입니다. 제 동생은 용역 노동자라는 이유로 가장 높은 곳에서 일했지만 안전화, 안전모, 안전벨트 등 안전장비를 지급 받지 못했고 가장 기본적인 안전교육조차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현장관계자는 “일용직에겐 안전화 지급은 없다.”라고 하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산재사고를 2022년까지 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그러나 수치로 보면 전년도보다 7명의 사망자가 늘어났습니다.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집중적으로 발생되고 있으며 구조적으로는 접근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장에서는 반영되고 있지 않습니다. 반영이 되려면 법률이 명확해야 합니다. 노동부의 제도적인 감시 역시 명확해야 합니다.

현재 가장 큰 문제의 핵심은 “위험의 외주화”입니다. “죽음의 외주화”입니다.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습니다. 죽음과 상해를 당하는 것은 주로 하청 노동자들이며 사실상 위험한 일을 비정규직에게 떠넘기고 있는 노동 현장의 현실입니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억울하게 죽임당할 이유는 없습니다. 정부는 더 이상 이를 방치하고 외면하지 마십시오.

▲ 김태규 씨는 지난 4월10일 수원시 한 아파트형 공장 신축공사 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추락해 사망했다. ⓒ일하는2030 제공

오늘로써 78일이 되었지만 제 동생은 아직 어떻게 죽게 되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실족사로 단정 짓고 수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원칙조차 무시하고 이를 묵인하였을 뿐 아니라 사실상 사측의 증거인멸은 용인하였습니다. 저희 유가족은 피가 채 마르지도 않은 사건 현장을 수차례 방문하여 보름간 조사를 해야만 했습니다. 제가 이번에 가장 크게 느끼는 부분은 "돈 없고 빽 없으면 이렇게 유가족 무시하고 기만하는구나, 본인의 잘못으로 죽음을 덮는구나" 라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태규를 죽게 한 살인자들은 무시와 기만은 물론이고 사건 현장에서 유가족들을 조롱하기까지 했습니다.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살인기업이지만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벌금 몇 푼이면 살인자들이 아무렇지 않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사측은 문지기를 배치해 놓고 사유지라면서 들어가려면 공문을 보내라고 합니다. 안 그러면 신고한답니다.

동생이 죽은 자리도 저는 볼 수가 없습니다. 작업 중지 명령도 유가족은 알지 못한 채 해제되었습니다. 노동부의 묵인 하에 공사는 재개되었고 7월이면 완공됩니다. 태규의 흔적은 사라지게 됩니다. 기업, 행정부, 노동부, 정부, 치가 떨리고 끔찍합니다.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이 이 말이구나!” 느끼며 악에 받쳐 태규를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버팁니다.

용균이의 죽음으로 28년 만에 산안법이 개정되었습니다. 하지만 김용균은 없습니다. 왜 귀한 자식 이름으로 용균이도 없는 법을 김용균 법이라고 부르는지 묻고 싶습니다.

정부는 보여주기식인 “산안법 하위법령”을 전면 개정해야 합니다. 죽음의 외주화 금지에 대한 법안을 보완하고 중대재해 기업 처벌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 국가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고 죽음은 끝없이 반복될 것입니다.

이 일은 저희 일만이 아니라 확신합니다. 또 다른 소중한 누군가의 가족은 죽거나, 쫓겨나거나, 저희 유가족처럼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게 속임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2022년이 아닌 지금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행정부, 노동부,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 부품 값 보다 싼 게 사람 목숨, 돈이면 다 되는 나라가 아닌 노동자를 존중하는 나라, 안전이 최우선인 나라가 될 수 있도록 기업들의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이대로 한해 2400명의 국민들의 죽음을 방치하고 한낱 도구로 여긴다면 대한민국엔 더 이상 미래는 없습니다.

김도현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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