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서정의 하루 3분 글쓰기 교실>
다윈의 개념에 대해 두 번째로 잦은 오해는 다윈의 책에 붙은 긴 제목 중 ‘생존을 위한 경쟁’이라는 세 어절의 번역 문제에서 생긴다. 원제의 영어 단어struggle는 모든 생물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노력한다는 긍정적인 뜻도 포함하는데, 다른 나라 말로 옮기는 과정에 ‘존재를 위한 투쟁’ 같은 과격한 의미로 변했다. 그리고 변한 의미가 선동적인 철학이나 정치를 지지하는 이념 구실을 하게 되었다.
노력을 경쟁(투쟁)으로 해석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번역인가 하는 점은 <종의 기원> 제3장을 읽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여기서 다윈이 생존경쟁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애쓴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여기서 경쟁을 ‘은유적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는 말과 더불어 구체적인 예까지 동원해, 생존경쟁은 ‘생물들의 상호 의존성’을 뜻한다고 강조한다.
-<세상과 소통하는 교양인을 위한 과학한다는 것>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나는 <종의 기원>을 읽었는가? 읽은 기억이 있다. 7백 쪽에 이르는 책이 아니라 주니어클래식 시리즈에 있는 230쪽짜리 책을 읽었다. 그 책을 읽은 이유는 분명 그랬을 것이다. 다윈을 알고 싶은데, 다윈을 직접 치고 들어가면 어려울 것 같아 국내 저자의 소개 글부터 읽으려고 했다. 그러고는 끝이었다. 대략 <종의 기원>에 대해 알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것은 역시 오산이었다. 위의 글을 옮기면서 절실히 깨달았다.
살다 보면 당황할 때가 많다. 특히 내 딴에 열심히 노력해서 사회에 잘못 퍼져 있는 것을 집어내고는 그것을 근거로 삼아 세상을 새롭게 보다가도 어느 날 순간적으로 망각할 때이다. 그 연유는 분명 나의 생존 전략이다. 통념을 반박하며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데 그것을 뒷받침할 기반이 살얼음처럼 얇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사회에 퍼져 있는 그릇된 상식에 편승해 순간을 회피하곤 한다. 지금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자의 의도가 걸러진 다이제스트의 폐해인 듯도 싶다. 앞으로는 원서는 읽지 못할망정 온전한 책을 읽어야 할 것 같다. 그게 깊은 사유를 뿜어낸 저자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
김서정 작가 webmaster@ecumen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