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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횟수와 기만의 빈도

기사승인 2016.05.23  10:4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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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서정의 하루 3분 글쓰기 교실>

내 대답은 간단하며 개인적이다. 도저히 그냥 두고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자기기만은 기만에 봉사함으로써 기만을 부추기기만 할 뿐이며, 기만이 늘어나는 것은 내가 원하는 쪽이 아니다. 나는 자신의 삶, 관계, 사회가 거짓말을 토대로 구축된다고 믿지 않는다. 자기기만을 갖춘 기만은 단순한 기만보다 도덕적 지위가 더욱 낮은 듯하다. 단순한 기만은 한 생물만을 속이지만, 자기기만과 결합되면 속는 이가 둘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을 속임으로써 당신은 자신이 지금껏 쌓아 올린 구조도 망치고 있다. 당신은 어떻게 될지 추측하기는 아주 어려울지 모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강해지는 부정적인 파급효과들을 갖춘 거짓이라는 토대 위에 자신의 행동을 놓는 데 동의하는 것이다.

-<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도록 진화했을까>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위의 글을 옮기고 보니 아차 싶다. 이틀 연속 행한 글쓰기 강의에서 나는 두 수강생의 태도를 보고 순간적으로 나를 기만했기 때문이다. 내 중심을 잃고 내가 멀리하려고 했던 것들과 타협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빅이슈 강의. 빅이슈 관리 팀장이라는 인상을 준 여성분이 내가 강의를 시작하자마자 얼굴을 찡그린다. 그 표정을 보면서 나는 수위 조절에 들어간다. 내가 준비했던 이야기들을 감추고 그분의 인상이 펴지는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물론 내 느낌으로 그렇게 했지만, 분위기는 나아진다. 강의 도중 느닷없이 날아오는 질문에 당황했지만, 부드럽게 해나간다. 알고 보니 그분은 사진작가였다.
두 번째는 어르신 수필 쓰기. 1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에 한 수강생이 “원론적인 이야기는 이런 곳에서 하지 마시고 글쓰기 기법을 알려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자기를 표현하는 자기만의 글쓰기가 자신의 기법입니다. 글쓰기 기법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분은 2교시가 시작되자마자 벌떡 일어나 나가버렸다. 그 뒤 나는 순간적으로 머리를 굴려 준비해간 것을 싹둑 잘라내고 문장론과 글쓰기 실습 시간을 늘렸다. 끝까지 들은 어르신들이 나를 격려해주어 위안이 되었지만, 나는 진정 자기만의 글쓰기 세계를 만들 수 있는 과정을 엇나가 일반론과 적절히 타협했다. 앞으로가 문제다. 강의가 늘어나면서 나를 지키기 위해 기만만 늘어나지 않을까?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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