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요셉이를 부탁합니다

기사승인 2016.03.14  10:58:55

공유
default_news_ad1

- <말리의 늦게 가는 세상>

요셉이와 교실에서 ⓒ임정훈

Jose Ramos da Silva

나는 이 학생을 요셉이라 불렀다.

요셉이는 지난해 우리학교를 졸업한 학생이다. 하얀 이를 드러내며 밝게 웃던 명랑한 학생이었다. 손재주가 좋아서 친구들의 머리를 이발소 아저씨보다 더 멋있게 깎아주었고, 정이 많은 학생이라 주변에 친구도 많았다. 수업시간에는 언제나 제일 앞자리에 앉아서 내 수업을 열심히 들었으며, 영특하여 질문에 대답도 잘했다.

지난해 우리 학교를 졸업 한 학생 중에는 대학에 진학을 한 학생도 있고, 졸업과 동시에 고향으로 돌아 간 학생도 있다. 그러나 요셉이는 한국으로 일을 하러 가겠다며 한국어 능력 시험 준비를 하기 위해 딜리에 남아 한국어 학교를 다녔다.

한국어 능력시험은 공장과 어업분야에서 일 할 수 있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어업분야는 시험과 신체검사에 합격하면 서류 준비가 되는 데로 바로 한국으로 들어가 일을 할 수 있는 반면, 공장으로 가는 경우는 수요가 많지 않아 시험에 합격해도 기다려야 하는 기간이 좀 길다고 한다. 그래서 요셉이는 나에게 합격하면 바로 가서 일할 수 있는 어업분야에 시험을 보겠다고 하였다.

나는 요셉이 에게 한국에서 일을 하려면 어업 쪽 보다는 공장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바다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요셉이 에게 힘들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셉이는 “선생님, 걱정 마세요. 잘할 수 있어요”라고 나에게 자신 있게 말했다.

나는 “요셉아, 한국의 겨울은 몹시 춥단다. 바다는 더 추울거야”라며 한국의 겨울 날씨도 걱정이 되어 말했다. 요셉이는 “춥다”라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없으면서도 막연하게 추운 날씨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눈이 내리는 것을 본적이 없기에 한국에 가면 눈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들떠 즐거워하였다.

ⓒ임정훈

며칠 전, 어업분야 종사자를 뽑는 시험이 딜리에 있는 한국어 학교에서 있었다. 요셉이는 오후에 시험을 본다기에 나는 오전 수업을 마치고 한국어 학교로 가보았다. 대기실에서 형님 뻘 되는 청년들 속에 요셉이가 시험공부를 하고 있었다. 

나는 찹쌀떡 대신 준비해 간 주스와 사탕을 주며,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요셉이를 격려해 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요셉이 에게 전화가 왔다.
“선생님 저 시험에 합격했어요.”
수화기 속에서 요셉이의 상기 된 목소리가 들렸다. 
“우와 ~ 축하해, 수고했어, 잘했어!”

ⓒ임정훈

어제 점심에 나는 요셉이를 만나 다시 한 번 시험 합격을 축하를 해주고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요셉이는 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받고 오는 중이라며 한국에서 돈을 벌어와 고향집도 고치고, 동생들도 공부시키며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니 이제 막 19살이 된 요셉이가 기특하기도 하고, 요셉이가 이제 정말 한국으로 일하러 떠나는 구나 실감이 났다. 

한국에 가면 핸드폰에 카톡을 만들어 연락하자며 내 한국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요셉이와 헤어져 돌아오면서도 나는 생각이 많았다.

그래.
겨울 추위에 대하여 너무 염려하지 말자. 대한민국이 북극에 있는 것도 아니고, 시베리아처럼 그렇게 추운나라는 아니니 우리나라 정도의 겨울 한철 추위는 견딜 수 있을 것이다. 

일도 그렇다. 
우리나라 청년들은 그 나이에 군대에 가서 군사훈련을 받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요셉이도 한국에서 어떤 힘든 일도 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언어도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니다.
요셉이는 테툼어를 사용하지만, 포르투갈어로 수업을 받았고, 영어와 인도네시아어로 말 할 수 있으니 언어에 두려움 없이 한국어도 쉽게 말을 배울 것이다.

ⓒ임정훈

그래도 염려가 되는 것은 요셉이가 외국인이라고 차별을 받아 마음에 상처라도 받게 되면 어쩌나 싶었다. 큰 기대를 하고 간 한국에서 혹시라도 실망을 하게 될까봐 걱정이 되었다. 

나는 동티모르에서 살면서 외국인이라고 설움을 당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내가 길을 모를 때 그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나에게 길을 안내해 주었고, 내 서툰 테툼어에 귀를 기울이고 들어 주었으며, 어디서든 먼저 반갑게 인사해 주었고, 그들이 먼저 내 손을 잡아 주었다. 

내가 동티모르에서 이곳 사람들과 더불어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처럼, 요셉이가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일을 하러 간 한국에서 서러움에 뒤에서 눈물 흘리지 않도록 사랑으로 대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더불어 즐겁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동티모르는 섬나라이지만 어업 가공 기술이 발달되지 않았으니, 한국의 훌륭한 어업 기술을 잘 배우고 돌아와서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이 되도록 활용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요셉이가 정당한 대우를 받고 성실하게 일하다가 건강하게 고국으로 돌아 와서 가족들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주께서 요셉이가 가는 발걸음을 인도해 주시고, 지켜 주실 것을 믿고 기도하며, 이제 그만 내 노파심은 접어야 되겠다.

 

 

   
 
<임정훈>

예수를 구주로 믿는 사람, 딜리의 한 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음

 

임정훈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